본문 바로가기

[대학생 기획보도 수상작] 복면 쓴 성형광고, 위험한 입소문의 시작

중앙일보 2015.10.25 07:27
 ※이 기사는 2015년 삼성언론재단 대학생 기획보도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으로 김명지(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년)ㆍ이우연(한양대 미디어케뮤니케이션학과 4년)씨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무분별한 성형 바이럴 마케팅
규제기관과 관련 업체가 해결 미루는 사이 방치되는 피해자

기사 이미지

“가슴 성형, ○○기법으로 완벽한 물방울 모양을 만들어드립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울지 몰랐어요. 의사 선생님도 놀랐대요!” 타닥, 타다닥, 기계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21살 대학생 성광 씨(가명)의 표정은 무심한데 손놀림은 매우 익숙한 모양새다. 그는 기존 블로그를 이리저리 검색해보기도 하고, 키보드 치기를 잠시 멈추고 골똘히 상상해보기도 한다. 컴퓨터 앞에 앉은 지 30분째, 남자인 그는 어느새 가슴 수술을 받은 여성이 돼 있다.
 
같은 시각, ‘예뻐지고 싶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며 포털 사이트 검색 창에 ‘가슴 성형’을 입력하는 27살 직장인 예지 씨(가명)는 상기된 표정으로 검색된 내용을 훑어본다. 정보가 넘쳐 나긴 하는데 믿을 수 있는지는 확신이 안 든다. 그래도 글쓴이 본인이 직접 수술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글에는 조금이라도 더 믿음이 간다. “가슴 성형, ○○기법으로 완벽한 물방울 모양을 만들어드립니다!” 비포 앤 애프터 사진에 시술 전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는 글까지. 이 정도면 합격점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쪽지를 보내면 할인 가격으로 소개해주겠다니. 이 친절함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의 무지를 먹고 자라는 의료기관의 ‘바이럴 마케팅’
 
한 달에 대략 70407번 일어나는 일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가슴 성형’이 지난 한 달간 검색된 횟수로 추정해보자면 그렇다.
 
가슴 성형뿐만 아니라 미용 성형을 원하는 소비자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4년 발표한 보고서 ‘성형광고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미용 성형’을 ‘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형이나 기능상의 결함 교정이 아닌 미용상 개선을 위해 눈꺼풀, 코, 얼굴윤곽 성형 등을 시행하는 것’으로 규정했을 때 국내 성형시장 규모는 약 7조 5천억 원대다. 이는 국제 성형 시장 규모의 1/3 수준이다.
 
이에 따라 성형광고 시장도 함께 커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문 성형외과 의료기관에서 사전심의를 의뢰한 것만 집계해봐도 성형광고는 2011년 618건에서 2013년 4,389건으로 2년 새 7배 이상 증가했다. 이 수치에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사의 ‘의원’이 집행한 성형광고까지 더하면 훨씬 더 많은 성형광고가 게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목 받는 광고 방식이 있다. 바로 ‘바이럴(Viral) 마케팅’이다. 소위 ‘입소문 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 바이럴 마케팅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매체를 통해 특정 기업이나 제품 등을 홍보하는 것으로, 마치 ‘바이러스(virus)’와 같이 ‘입(oral)’을 통해 퍼진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온라인마케팅 및 광고 시장 속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새롭게 대두해 온 바이럴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을 바탕으로 기업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도를 높이고 저렴한 비용으로 꾸준한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성형 관련 바이럴 마케팅의 경우에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 카페, 지식in 등을 통한 △이야기 형식의 시술 및 수술 후기 △가격 할인 등 정보 공유를 가장한 홍보 등의 기법이 주로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회 관계망 서비스), 스마트기기의 애플리케이션 등의 플랫폼으로도 확산되는 중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의료기관만을 전문적으로 바이럴 마케팅하는 홍보대행사도 여럿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바이럴 마케팅 상당수에 대해 단속과 제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지 못해 의료법과 시행령 등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각종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 유인 △환자나 유명인의 치료 경험담이나 의료인의 치료 사례 게시 △치료 기간과 효과를 보장하거나 부작용을 표시하지 않고 신기술을 홍보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 등이 그 예다.
 
익명을 요구한 광고홍보학과 A 교수는 “의료분야 전반에 걸쳐 바이럴 마케팅이 활발한데, 성형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성형 쇼핑’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무분별한 바이럴 마케팅은 성형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성형을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 분야인 성형과 바이럴 마케팅의 결합은 애초에 위험한 만남이었다는 게 A 교수의 설명이다.

기사 이미지

‘코수술 부작용’으로 검색하자 정보성 글을 가장한 바이럴 마케팅 글이 나열된다

 
또한, 의료서비스는 다른 상품에 비해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다. 소위 ‘맛집’이라 불리는 식음료 분야와 같은 소비재에 비해서 정보의 비대칭성, 즉 생산자와 소비자 간 정보력과 전문성의 차이가 크다. 최근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미용시술을 받은 정지나(32, 서울 마포구) 씨는 “정보를 찾기 쉬운 곳이 포털 사이트다 보니 이곳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후기가 광고인 것을 어렴풋이 인지는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 이러한 정보들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바이럴 마케팅이 만드는 성형 악순환의 고리
 
그렇다면 의료기관의 바이럴 마케팅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기자는 바이럴 마케팅이 작동되는 방식을 자세히 파악하고자 서울에 있는 한 의료기관 전문 홍보대행사에서 직접 업무를 경험해보기로 했다. 이런 홍보대행사의 경우 대부분의 바이럴 마케팅 인력을 재택 아르바이트의 형태로 고용하고 있었다. 이력서를 메일로 보낸 지 1시간 만에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피부과에서 직접 시술받으신 것처럼 후기만 작성해주시면 돼요. 당장 내일부터 일하실 수 있는 거죠?” 담당자는 몇 마디 묻지도 않은 채 교육날짜를 잡았다. 다음날 찾아간 홍보대행사의 사무실에서 기자는 1시간 정도의 교육을 받았다. 기자가 맡게 될 의료기관은 필러, 보톡스 등 주로 미용시술을 행하는 프랜차이즈형 피부과 병원의 한 지점이었다. 바이럴 마케팅을 위한 아이디는 따로 제공되지 않으며 본인 명의의 아이디를 이용해야만 했다.
 
교육을 마치자 담당자가 한 서약서를 건넸다. 요지는 바이럴 마케팅을 했다는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계약 관계가 끝나도 올렸던 콘텐츠를 지우지 말라는 조항과 바이럴 마케팅으로 인한 법적 문제는 모두 본인이 책임진다는 조항도 있었다. 바이럴 마케팅 행위의 책임을 아르바이트생에게 지우면서도 불법적 요소가 있다는 언질은 없었다. 용돈 벌이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자칫 범법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바이럴 마케팅, 즉 하루에 해야 했던 ‘작업’은 다음과 같았다. 블로그에 피부 관련 정보를 써놓으면서 병원 홍보를 유도하는 포스팅 3건, 미용 관련 카페에 가짜 후기 3건 및 가격 정보 공유 글 1건, 지식in에 병원 추천을 묻고 추천 답변을 남기는 ‘자문자답’형 글 2건, 동영상 사이트에 병원 홍보 동영상 3건을 올리면 그날의 작업은 모두 완료된다. 여기에 일주일에 2번 정도 블로그를 병원 홍보 블로그처럼 보이지 않도록 여행이나 맛집 후기를 남기는 ‘일상 포스팅’도 추가로 업로드해야 했다. 특히 모든 콘텐츠에는 병원이 위치한 지역명과 시술명을 합친 그 날의 키워드가 3회 이상 언급돼야 했다. 이 때문에 콘텐츠에는 ‘요즘 신촌팔자주름 걱정되시죠?’와 같은 이상한 문장이 넘쳐 났다. 콘텐츠에 포함되는 사진은 모두 사진저작물을 파는 사이트에서 내려받아 사용했다. 이렇게 하루의 작업을 마치고 나면 2~3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하나라도 빠뜨리면 그날의 일당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생이 엉성하게 작성한 바이럴 마케팅 콘텐츠에조차도 사람들은 현혹되었다. 쪽지함에는 병원 정보를 묻는 쪽지가 가득했다.
 
조민진(29, 서울 강동구) 씨는 성형외과 마케팅팀장으로 일한 이력이 있음에도 바이럴 마케팅 수법에 속아 넘어갔다. 영리성이 없는 커뮤니티라 믿었던 카페에서 병원 추천 글을 보고 양악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에야 그 카페가 해당 병원에서 홍보를 위해 개설한 가짜 카페였던 것을 알게 됐다. 부작용을 명시하지 않은 채 획기적인 신기술이라며 칭찬하던 카페의 바이럴 마케팅 글 때문에 조 씨는 검증되지 않은 수술을 받았다. 결국, 안면 신경 마비 부작용은 6년째 조 씨를 괴롭히고 있다.
 
또한, 병원을 직접 방문해 더 자세한 상담을 종용하는 바이럴 마케팅 글과 달리 실제 상담은 허술하게 진행된다. 늦은 나이에 이직을 위해 성형을 결심했던 B(50, 호주 시드니) 씨는 해외에 거주하기 때문에 성형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친절한 방문 상담을 해준다던 인터넷 후기를 믿고 B 씨는 귀국했다. 그러나 담당 의사가 수술 도중에 나와 횡설수설한 채로 상담하기도 했고, 이런 상담도 못 받는 병원이 대부분이었다. 상담 내용조차 판에 박힌 듯 똑같기에 B 씨는 결국 가격이 가장 싼 곳을 선택했다. 여기에 상담 실장의 추가 성형 권유가 이어져 결국 눈, 코, 입 안면 등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했다. 결과는 심각한 부작용이었다. 이직에도 실패한 B 씨는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피해구제를 받아야 하는지 판단조차 서지 않는 상황”이라며 “해당 병원이 피해자 출현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케팅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바이럴 마케팅 글에서 가격 할인과 추가적인 서비스로 소비자를 유인해놓고 말을 바꾸는 병원도 있었다. 정지나(32, 서울 마포구) 씨는 여드름을 치료하기 위해 아그네스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피부과 가격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서 특가 이벤트를 홍보하는 글을 보고 강남의 모 피부과를 방문했다. 광고에서 여드름 압출과 고주파 관리가 포함된 비용은 22만 원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병원에 방문하자 말이 달라졌다. 병원 측은 염증 주사 비용으로 7만 원을 추가해야 한다고 답했다. 얼떨결에 추가 비용을 냈지만 시술만 잘 진행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드름 압출과 고주파 관리마저 생략됐다. 의사에게 항의했지만 환자의 피부 상태 때문에 생략했다는 찜찜한 대답만 돌아왔다. 설상가상으로 여드름은 염증과 함께 더 심하게 올라왔다.
 
이처럼 바이럴 마케팅의 불법적 요소로 인해 부작용을 얻은 피해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성형의 특성상 의료소송이나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피해구제를 받더라도 금전적인 보상에 그칠 뿐 부작용이 일어난 신체 부위를 되돌리기 힘들다. 결국, 피해자들은 성형 부작용을 만회할 재수술을 찾게 된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서 ‘○○성형 부작용’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부작용에 관한 정확한 정보성 글은 없고 해당 성형외과에서 부작용이 없는 재수술을 받으라는 바이럴 마케팅 글이 가득하다. 2014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서 부작용에 따른 피해구제 접수가 가장 많았던 3개의 ‘수술명’(코 수술, 쌍꺼풀 수술, 가슴 수술) + ‘부작용’ 키워드를 네이버와 다음에서 직접 검색해보았다(2015년 8월 13일 기준). 각 포털 사이트의 상위에 노출된 20건(네이버, 다음 각각 10건)의 블로그 글 중 해당 성형외과의 수술이 부작용이 없음을 알리거나 재수술을 권유하는 내용의 바이럴 마케팅 글은 코 수술 20건, 쌍꺼풀 수술 20건, 가슴 수술 15건이었다.

이 때문에 이미 부작용을 겪은 피해자들조차 다시 바이럴 마케팅의 덫에 걸려들게 된다. C(24, 대구) 씨는 부작용 때문에 쌍꺼풀 수술만 5차례 받았다. 5번째 수술 때는 광대수술까지 같이 받았는데 광대가 골절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진단을 받으러 3곳의 병원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외상에 의한 것이라는 소견도 있었지만, 오른쪽 광대뼈보다 왼쪽 광대뼈가 얇아서 수술 후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소견도 있었다. C 씨는 “애초에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병원의 이야기를 순진하게 믿고 재수술의 악순환에 걸려든 것이 후회된다”며 “병원 관계자들이 재수술받은 환자인 척하면서 글을 쓰거나 수술받은 사람의 사진을 포토샵으로 가공해 수정하는 것을 5차례의 수술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바이럴 마케팅하기 참 좋은 환경, 소비자들은 ‘솔깃’
 
성형 바이럴 마케팅의 악순환에는 이를 가능케 하는 토대가 존재했다. 우리나라는 1973년부터 의료법 전문 개정 이래 2007년 이전까지 △의료업무에 대한 허위?과대 광고 금지 △원칙적으로 의료광고의 주체(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 이외의 자의 의료광고 금지 △진료방법?경력?약효 등에 관한 암시적 기재?사진?유인물?방송?도안에 의한 광고 금지 등을 골자로 한 ‘포지티브식’ 의료광고 시스템을 도입해왔다. 의료광고를 원칙적으로는 금지하되 일부 사항만을 허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2002년 ‘표현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돼 2007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의료광고에 ‘네거티브식’ 규제 시스템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허용하되 규제 및 금지하는 일부 사항을 적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안 되는 것 아니면 다 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과 동시에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의료기관의 바이럴 마케팅은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갔다.
 
그중에서도 성형과 관련된 바이럴 마케팅은 소비자를 빠르고 강력하게 현혹했다. 실제로 지난해 녹색소비자연대의 성형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인터넷상의 후기성 광고는 효과가 가장 높다고 여겨지는 유형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광고 효과가 높다고 생각하는 광고 유형은 온라인 카페, 블로그 등에서의 후기성 광고(87.0%), 옥외광고(79.4%), 인터넷 배너 광고(65.9%) 순이었다. 특히, 광고를 접하고 성형수술 상담을 받은 소비자들에게 성형외과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접했는지 살펴본 결과 주변인을 통한 입소문(36.9%)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인터넷 카페, 블로그의 후기성 광고를 접한 후 상담을 신청한 소비자가 31.3%로 가장 많았다. 인터넷 카페 추천이 14.9%로 그 뒤를 이었는데, 이 역시 ‘특정 수술을 잘하는 병원’을 묻는 글에 병원을 광고 및 홍보하는 댓글을 다는 형태로, 바이럴 마케팅으로 악용되기 쉬운 형태다.

기사 이미지


한국소비자원 역시 ‘가장 신뢰하는 성형 관련 정보’에 1순위 ‘친구 및 지인’에 이어 2순위로 ‘카페?블로그 등 본인이 활동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꼽아 온라인상 바이럴 마케팅이 미용 성형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규제 어렵게 하는 현실의 벽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 방향은 대략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사전심의이고 다른 하나는 광고의 주체, 내용, 방법 등에 대한 사후 규제다. 사전심의는 의료법 시행령 제24조에 의해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의 각 의료광고 심의위원회가 광고를 사전에 심의하는 것이다. 또한, 심의받은 내용 그대로 광고하는지, 심의 결과를 표시했는지 등에 대해 모니터링도 한다. 위반 사항에 대한 실질적인 지도, 감독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보건소가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심의 대상 역시 의료법 제57조 등에 의해 신문, 정기간행물, 옥외광고, 전광판, 대통령령으로 정한 인터넷 매체(포털사이트 메인 등)로 한정돼있다. 따라서 주로 인터넷 ‘게시물’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 새로운 플랫폼으로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바이럴 마케팅은 사전심의 대상에서조차 제외되는 형편이다.
 
결국, 바이럴 마케팅을 규제하는 방법은 현행 의료법 제56조와 제57조 등에 기반을 둔 사후 단속뿐이다. 의료법 제56조(의료광고의 금지 등)는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에 관한 광고를 하지 못한다’를 적시하는 한편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 역시도 광고 내용에 따라 제한을 받고 있음을 알린다. 제한하는 내용으로는 △53조(신의료기술의 평가)에 따른 평가를 받지 아니한 신의료기술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 △의료인의 기능, 진료 방법과 관련하여 심각한 부작용 등 중요한 정보를 빠뜨리는 광고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근거가 없는 내용을 포함하는 광고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 조치마저도 적극적이진 못한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실의 국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의사협회의 모니터링과 지자체의 불법 의료광고 단속 결과는 다음 표와 같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지연 주무관은 “의료법령 모니터링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어 결과를 관할 보건소에 회신해 행정처분을 요청해도 피드백 받을 근거가 미약하다”며 “모니터링 결과가 나와도 직접적인 활용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부분의 보건소가 인력난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서는 남인순 의원 등에 의해 △환자의 치료 전후를 비교하는 사진, 영상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성형수술 광고 △영화상영관에서 영화의 상영 전후에 상영되거나 도시철도의 역사나 차량에서 이루어지는 성형수술 광고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 역시 바이럴 마케팅을 포괄적으로 규제하지는 못한다. 남인순 의원실의 김영지 비서관은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로 인해 새로운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의료광고를 다루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성형광고만이라도 전면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대중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공공장소에서만이라도 금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지연 주무관 역시 “최근 들어 블로그, 카페, SNS 등의 매체를 통해 치료경험담 광고나 가격할인 광고 등이 많아짐에 따라 해당 매체에 대한 ‘사전심의’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새로운 매체의 특수성을 파악하고, 심의기구에서 현실적으로 심의가 가능한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앞장서 ‘눈치 게임’ 끝낼 이 누구인가
 
물론 미용성형 의료기관과 마케팅대행업체의 자정 활동과 같은 해결책도 존재한다. 서울 서초구의 D 성형외과의원은 “바이럴 마케팅을 주 광고 수단으로 쓰는 만큼 불법적 요소는 없는지 민감하게 확인하고 마케팅대행업체에 자주 자문을 구한다”며 “무분별한 바이럴 마케팅은 장기적인 병원 이미지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 병원의 자정책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관계 기구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의사협회의 의료광고 심의위원회나 포털 사이트가 그 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먼저 나서지 않으며 ‘눈치 게임’을 벌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팀 김병덕 부국장은 바이럴 마케팅 등 성형 광고 행위에 대한 규제 확대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행 의료법 개정안에서 ‘치료 경험담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성형수술에 대한 광고 금지’에는 찬성하나, ‘특정 매체(영화관, 도시철도 역사 등)에 대해서만 금지하는 것은 특정 진료 분야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반대 뜻을 밝히며 “같은 논리에서, 온라인에서의 성형 광고 역시 금지할 명분이 없다”고 전했다. 성형 바이럴 마케팅의 확산은 이미 막기 힘든 흐름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국민 홍보를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색어 상위 노출 체계의 결정권자인 포털 사이트 역시 이러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찾는 광고는 정보다’라는 가치관으로 광고를 관리 중이다. 그러나 네이버의 블로그나 카페에서 성형 바이럴 마케팅 행위가 도를 넘자 그 심각성을 인지하는 중이다. 네이버 언론홍보팀의 정지훈 사원은 “검색 어뷰징이나 과도한 바이럴 마케팅, 과장 광고는 검색 품질을 훼손할 수 있는 행위라 판단하며 많은 자원을 투입해 신뢰할만한 문서를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일반 사용자의 진짜 후기와 대가성 가짜 후기를 명확히 구분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며 포털 사이트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실제 후기를 올리는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재진 교수는 “포털 사이트 관리자는 포털 사이트를 어떤 압력도 가해지지 않는 ‘진공 상태’로 유지하려 한다”며 이들 역시 바이럴 마케팅 정보의 악영향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당장은 규제할 명분이 없는 사정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바이럴 마케팅을 규제함으로써 지켜지는 이익이 이용자 자율에 맡김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크다는 것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는다면 규제는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성형 바이럴 마케팅의 악영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직접적인 규제 조항, 관계기관의 제재 등 명분이 없다면 포털 사이트의 자발적 개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의료광고 심의를 도맡는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산하의 심의기구와 포털 사이트들이 각 성형의료기관과 소비자의 자율성에 중점을 두며 책임을 미루는 사이 바이럴 마케팅의 위법적 요소들은 소비자들의 무지를 공격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정슬아 활동가는 “바이럴 마케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형을 익숙하고 쉬운 것으로 가볍게 포장하고 있다는 점인데, 성형 산업의 무분별한 확대를 통해 정작 누가 이익을 얻고 있는지와 같은 구조가 드러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소비자 스스로 정확한 성형 의료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정 활동가는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라고 일축하는 한편 “소비자들은 병원으로부터 위해성 등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뿐더러 이를 전문적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형 바이럴 마케팅으로 인한 이득과 책임을 분담하고 있는 이들의 ‘눈치 게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