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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당뇨·고지혈, 술보다 무서운 지방간의 ‘원흉’

중앙선데이 2015.10.25 01:18 450호 26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지방간에 걸린다. 간질환은 과음으로 생길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체 지방간 중 과음으로 생기는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대다수 지방간은 비만이나 당뇨병·고지혈증으로 생기는 비알코올성이다.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신체활동은 적어지면서 대사증후군 환자가 늘어나는 영향 때문이다. 대사증후군은 허리둘레가 두껍거나 혈압·중성지방·고밀도 콜레스테롤·공복혈당 수치에 이상이 있는 질환이다. 대사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비만·고인슐린혈증 등 여러 가지 심혈관계 위험인자가 동시에 나타난다. 대사증후군 환자의 절반 이상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 지방간을 발견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15년 넘게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아온 정모(70·여)씨는 최근 들어 약물로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고 발끝이 저릿저릿하면서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음식 간을 보느라 식사량이 많았던 정씨는 체중조절에 실패해 체질량지수(BMI) 33.8인 고도비만 상태였다. 예전에도 공복혈당이 200mg/dl을 넘어 당뇨합병증을 의심해 입원 치료를 받다가 중증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이 나왔지만 감량하지 않았다. 이번에 간초음파검사를 해보니 지난 번보다 지방침착이 더 심해진 상태였다. CT검사로 악성종양이 있는지 검사했더니 9cm 정도의 간세포암이 발견됐다. 정씨는 간세포암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막는 간동맥 화학색전술로 치료받고 있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유방암 치료제 복용해도 간에 지방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5% 이상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거나 소량만 마시는데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처럼 간에 지방이 많은 것을 말한다. 대부분 비만이나 고지혈증·당뇨병이 원인이지만 부신피질 호르몬제나 여성호르몬제, 유방암 치료제인 타목시펜 등의 약물이 영향을 주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유병률은 10~24%로 알려져 있지만, 비만이면 58~74%까지 치솟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수는 22만8835명(2014년)으로 이중 40대 이상 환자수는 72.4%에 달한다.



 지방간이 있더라도 심하지 않으면 대부분 증상이 없다. 간혹 피로감이나 상복부 통증이 있기도 하다. 지방간은 상당수가 건강검진으로 우연히 발견하더라도 무심코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지방간염을 거쳐 간경변증이나 간세포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방간이 심할 경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4명 중 1명은 간경변증으로 진행되고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당뇨병이나 비만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간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



 진단은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로 간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정밀검사가 필요할 경우 MRI·CT 검사나 간조직검사를 한다.



  식사일지 쓰면 체중감량 도움치료는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이다. 약물치료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약제나 항산화제·지질강하제·간장 보호제 등을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한다.



 생활습관 개선은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7~10% 정도 체중을 감량하면 간 지방침착이 42~51% 감소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체중은 1주일에 1kg을 목표로 서서히 감소시켜야 한다. 1주일에 1.6kg 이상 감량하면 오히려 지방간이 악화되기도 한다. 운동은 빠르게 걷기·자전거 타기·조깅·수영·등산·에어로빅 같은 유산소운동과 근육운동이 도움이 된다.



 운동을 많이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건강검진을 받은 13만 명을 대상으로 지방간과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시간이 길고 운동량이 적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발생할 위험이 최대 36%까지 높았다. 연구팀은 운동량에 따라 적극 신체활동그룹(하루 60분), 최소 신체활동 그룹(하루 30분), 비신체활동 그룹으로 나누고, 앉아 있는 시간은 10시간 이상, 5~10시간, 5시간 미만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적극적으로 신체활동을 하는 그룹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그룹보다 지방간이 20% 적게 관찰됐다. 특히 신체활동량이 부족하면서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 10시간 이상인 그룹은 신체활동을 많이 하면서 5시간 미만으로 앉아 있는 그룹보다 지방간 유병률이 36%나 높았다.



 식이요법은 섭취하는 열량을 줄이고 저지방·고단백 식사가 중요하다. 매일 체중을 재고 섭취한 음식을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루 평균 성인 남자는 2000~2500Kcal, 여자는 1700~2000Kcal를 권장한다. 식사를 거르기보다는 세 끼를 챙겨먹으면서 한 끼 분량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좋다. 특히 설탕이 첨가된 탄산음료나 과일주스를 주의해야 한다. 과당음료수는 지방산 생성을 촉진하고 지방산 산화를 억제해 지방간 발생을 유발시킨다. 패스트푸드는 혈중 지방산 농도를 높여 삼가는 것이 좋다.



 



배시현 객원 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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