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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도 녹지 않는 땅, 얼음축제로 되살려 35만 명 찾는 명소로

중앙일보 2015.10.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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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소득-체험 분야 1위를 차지한 충남 청양의 알프스마을. 여름엔 세계 조롱박 축제가 열린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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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알프스마을의 얼음축제. 사진=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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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복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경북 칠곡의 금남리 마을. 사진=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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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복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경북 칠곡의 금남리 마을.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칠갑산 자락에 자리한 충남 청양군 천장리. 군청이 있는 중심가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가야 닿을 수 있는 작은 마을이다. 험한 산세로 농사 지을 땅이 부족했다. 햇빛도 잘 들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는 소출로 긴 겨울을 나야하는 가난한 마을이었다. 별다른 일 없이 농한기를 보내던 주민이 머리를 맞댔다. 마을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아이디어를 냈다. 실행에 옮겼다.

제2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
'행복하게 살자' 현대 새마을 운동
2회 맞아 참여마을 2017개나 돼
관광객과 즐기는 강좌 풍성 금남2리
무월마을, 한옥축제 마을로 거듭나


곳곳에 봄이 되도 눈과 얼음이 좀처럼 녹지 않는 땅이 많았다. 쓸 수 없는 논밭에 마을 사람이 직접 나서 얼음조각상을 설치했다. 얼음분수, 얼음터널 같은 볼거리를 더했다. 2007년 그렇게 얼음축제를 시작했다. 자신감을 얻은 주민은 ‘칠갑산 얼음분수 축제’로 규모를 키웠다. 입소문을 타고 마을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지난해 12월 7회째를 맞은 칠갑산 얼음분수 축제는 청양군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40가구 102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지난해만 35만 명이 방문했다. 몰려드는 관광객에 마을 사람 모두가 운영진으로 일했다. 다른 지역 주민 일자리까지도 만들어냈다. 연간 관광 수익이 20억원에 달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지난달 주최한 ‘제2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소득·체험 분야 1위를 차지해 금상(대통령상)을 받은 청양 알프스마을의 성공 스토리다. 황준환 알프스마을 운영위원장은 “마을의 사계절을 활용해 여름엔 ‘세계 조롱박 축제’를, 가을엔 ‘칠갑산 콩 축제’를 열고 있다”며 “봄엔 ‘뷰티 축제’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는 ‘함께 만들어요. 행복한 우리 마을’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해 처음 시작했다. 60~70년대 ‘잘 살아보자’란 구호를 ‘행복하게 살아보자’로 변용한 현대판 새마을 운동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새마을 운동의 경험을 가진 주민이 지난 시절의 열정과 경험을 다시 발휘해 마을의 활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제 2년째를 맞는 행사지만 호응은 대단하다. 지난해 경관·환경 부문에서 수상한 경북 영주시의 솔향기마을과 문화복지 분야에서 대상을 받은 제주 가시리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올 들어 30~50% 늘었다.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 지난해 전국 1891개 마을이 신청했는데 올해는 2017개로 참여 마을이 126개(6.7%) 증가했다.

올해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는 지난달 15일 대전에서 열렸다. 1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알프스마을을 비롯해 수상 마을 27곳에서 온 대표단이 성공 비결을 차례로 소개했다. 각 마을의 개성을 알리는 공연도 뒤따랐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2리 마을은 문화·복지 부문에서 올해 1위에 올라 금상을 받았다. 수다공방, 서당, 사진, 스포츠댄스, 화단 만들기에서 풍물패까지. 150가구에 360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문화강좌는 도시 어느 곳 못지 않게 풍부하다. 7년 전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마을 어르신의 작은 바람에서 출발했다. 마을 주민 모두가 강사면서 또 수강생이 됐다. 차곡차곡 동호회를 늘려 지금은 도시 대형 문화센터 못지 않은 프로그램을 갖췄다. 많은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금남리 만의 특색 있는 문화로 뿌리 내렸다. 덕분에 삶의 질도 좋아졌다. 늘어난 수익을 바탕으로 목욕탕과 찜질방도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이은수 금남리 이장은 “마을의 환경이 좋아서가 아니다. 도시에 비해 농촌에 부족한 배울 기회를 주민들이 찾다 보니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경관·환경 분야 1위 금상은 전남 담양군 무월마을에 돌아갔다. 무월마을엔 한옥 20여 채가 돌담길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10년 전만 해도 곳곳의 무너진 담과 허물어진 집이 마을의 고민거리였다. 마을 사람들은 희미해진 울력의 전통을 되살렸다. 울력은 아무런 대가나 보상 없이 마을 사람이 돌아가며 힘을 나누는 한국 고유의 문화다. 마을 주민이 힘을 합쳐 돌아가며 집과 돌담, 길을 고쳤다. 유서 깊은 마을의 아름다움이 다시 살아나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담양을 대표하는 전통 마을로 자리 잡았다. 무월마을은 한옥축제, 달빛음악회, 전통문화예술제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축제도 열고 있다.

마을만들기 부문 1위는 전북 정읍시, 마을 가꾸기 1위는 전남 무안군에 돌아갔다. 각 분야에서 1위(금상)를 차지한 3개 마을과 2개 시군은 정부 포상과 시상금 총 3000만원이 수여됐다. 모두 9개 시·도에서 펼쳐진 예선 경쟁을 거쳐 선정된 마을이다.

농식품부는 내년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는 농촌 주민은 물론 도시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도농 교류 행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동필 장관은 “줄어드는 인구와 고령화로 농촌이 활력을 잃고 침체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주민의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기존의 하향식 정책 투자로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 같은 주민 주도의 상향식 개발 방식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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