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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교과서를 경전처럼 떠받들었다” 교사 1017명, 균형 잡힌 역사교육 다짐

중앙일보 2015.10.24 01:53 종합 4면 지면보기
국정교과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 사이에서 “그동안 교과서를 경전처럼 떠받들었다”는 자기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 250명은 국정화 저지 집회

 ‘좋은교사운동’의 공동대표인 김진우 서울공업고 교사(현재 휴직)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교사로서 부족함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좋은교사운동은 ‘학생을 위한 교육’을 목표로 2000년 만들어진 기독 교사 모임이다. 2003년부터 교원평가제 도입을 찬성해 이를 반대하는 교총·전교조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김 교사는 “교과서도 얼마든지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학문적 입장도 균형 있게 다루는 게 합당하지만 지금까지 교과서를 경전(經典)처럼 떠받든 측면이 있다”며 “학생들이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를 배우도록 하는 데 부족했던 점을 겸허히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교과서를 무비판적으로 전달하지 않겠다”며 “쟁점 사안에 대해선 다양한 자료와 관점을 소개하고 토론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실천 선언에 교사 1017명이 동참했다. 서명에 동참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하나의 사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사고력을 키워 줘야 했는데 진도 빼기에 바빴던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인문계 고교 교장은 “한국사 시간에 가보면 EBS 교재를 보거나 연도 외우기에 여념이 없다. 나부터 역사 교육의 목적이 뭔지,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인문계 고교 한국사 교사는 “학생들은 암기에만 급급하고 나는 그걸 보고만 있는데 내년 수능에서 한국사가 필수가 되면 더 심해질 거다. 앞으로는 수행평가를 이용해 왜 4·19가 혁명인지 왜 5·16은 군사정변인지 등 논쟁이 있는 부분을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수업을 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최준채 무학여고 한국사 수석교사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선 다양한 자료로 수업해야 하지만 현 입시제도에선 쉽지 않다. 이번을 계기로 입시와 올바른 역사의식을 위한 교육 사이의 접점을 찾으려 고민하는 교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대표인 김 교사는 “쟁점이 있는 사실을 다룰 땐 찬반의 의견을 균형 있게 다룬다는 내용이 담긴 ‘수업지도안’을 만들어 교사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교조는 서울 보신각 앞에서 조합원 25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집회를 열었다. 전교조는 “군사 쿠데타와 유신독재를 정당화하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빗나간 효심이 근현대사를 흔들려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집회 직후 교사들의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앞서 박제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이날 오전 긴급브리핑을 통해 “교사들의 시국선언 및 서명운동 참여 등으로 교육의 중립성이 훼손되는 사안에 대해 엄중 조치할 것”이라며 “특히 교사나 학생의 학내 1인 시위, 학생의 촛불문화제 참여 독려 등은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노진호·조혜경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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