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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역사 교과서 괴담 진원지 대통령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 2015.10.24 01:49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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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문 대표는 서명운동에 앞서 이 지역 역사학자와 간담회를 열고 ‘청와대 5자회동’을 언급하며 “그분들은 자기들만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반역자·비애국자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청와대 회동에서 역사 교과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견해 차이만 확인한 뒤 “절벽을 마주한 것 같았다”(문재인 대표)고 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본격적으로 박 대통령을 타깃으로 삼고 나섰다.

국정화 저지 공세 수위 높여
문재인, 대구 역사학자들과 만나
“나만 애국한다는 사고가 독재
광기 더해지면 파시즘 되는 것”
좌편향 검증위 만들자 제안도


 문 대표는 23일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를 찾아 “‘애국을 나만 하고 있다’는 사고가 바로 독재인데, 거기에 광기(狂氣)까지 더해지면 파시즘이 되는 것 아니냐. (어제 회동 후) 그런 걱정이 들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표는 이날 대구 매일신문사에서 열린 ‘대구지역 역사학자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자기들만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있고, 자기들만 애국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반역자나 비애국자라고 생각하는데, 역사 인식이 상식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표는 또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통령 등이 현행 교과서가 잘못됐다고 든 사례가 실제와 하나도 맞지 않았다. 악의적으로 편집된 자료이거나 과거 교과서 자료였는데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회동은 역사 교과서 괴담의 진원지가 박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박 대통령의 사실관계 인식도 틀렸고, 극우세력과 같은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발견한 성과라면 ‘나는 완벽하고 옳고, 당신의 주장은 다 틀렸다’는 박 대통령의 독선적 태도를 확인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향후 정국을 강경 드라이브로 몰고 갈 것임을 확인한 이상 이대로 당할 순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집필진의 편향성을 언급한 것을 문제 삼았다. 유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이 현행 교과서가 우리 현대사를 ‘태어나선 안 될 부끄러운 나라, 못난 역사’로 가르치고 있으며 집필진이 전교조와 민족문제연구소 등 특정 인맥으로 구성돼 있다고 했는데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올바른 역사관’이 무엇인지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국정화 저지를 위한 긴급 의원총회도 열었다. 도종환 의원은 “역사 교과서 집필진 중엔 일본의 역사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 반대에 앞장서 온 실력 있는 교수들이 있고 교육부도 관련 자문을 구하곤 했다”며 “이런 분들을 한순간에 좌파로 모니 굉장히 분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 등이 언급한 좌편향 사례가 현행 교과서에 들어 있지 않다며 여야 정치인과 학자, 교사, 학부모가 참여하는 교과서검증위원회를 만들어 다음달 2일 확정고시 전에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갤럽이 20~22일 전국 성인 1010명을 조사한 결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47%)가 찬성(36%)보다 높았다. 지난 13~15일 조사에선 찬반이 42%로 비슷했지만 일주일 만에 찬성은 6%포인트 줄고 반대는 5%포인트 늘었다.

 문 대표는 이날 “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사실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젠 국민 여론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시가 확정되면 집필거부 운동에 앞장서고, 총선 때 다수당이 돼 국정교과서를 할 수 없는 입법을 할 테니 찍어 달라고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장 국회 일정이나 예산 심의와 연계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2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결의대회를 연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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