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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터 팁 모아 와인 생산, 실패하고 실패하니 최고 되더라

중앙일보 2015.10.24 01:16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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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컬트 와인’으로 꼽히는 코스타 브라운의 댄 코스타 최고 경영자(CEO)가 캘리포니아 피노누아르 품종으로 만든 와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코스타 브라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를 몰고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실리콘밸리에 진입한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으려는 벤처 꿈나무들이 즐비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좀 넘게 가면 전혀 다른 풍경과 마주친다. 미국 와인의 요람인 내파와 소노마 카운티다. 사시사철 햇살이 좋은 내파밸리에서는 껍질이 두꺼운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레드와인이 주종을 이루고, 해안가를 끼고 있는 소노마 지역은 차가운 해류와 풍부한 햇살이 만나 까탈스러운 성격의 피노누아르 품종을 재배하는 데 제격이다.

[해외 CEO 인터뷰] ‘미국 와인업계의 잡스’ 댄 코스타


 샌프란시스코를 사이에 두고 남과 북으로 업종이 완전히 갈리지만 와인 제조가 주력인 내파와 소노마도 남쪽의 실리콘밸리와 똑같이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추구한다. 항상 새로운 도전자가 넘치기 때문에 자칫 1등 브랜드에 안주하는 와인 메이커들은 수도 없이 도태했다.

 새로운 도전자의 선두 주자인 ‘코스타 브라운(Kosta Browne)’의 댄 코스타(43)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그는 와이너리 벤처기업가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샌프란시스코 북쪽 일대에서 맨손으로 최고급 와인을 만들어내 한 해 매출 200억원을 올리고 있다. ‘미국 와인 업계의 스티브 잡스’로도 불린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코스타는 와인 제조법이나 포도 농사에 관해선 완벽한 문외한이었는데도 세계 최고 품질의 피노누아르 와인을 만들겠다는 일념 아래 ‘캘리포니아 드림’을 일궈낸 스토리를 들려줬다.

 “어렸을 적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와인잔에 손가락으로 콕 찍어 맛봤던 기억, 포도밭에서 뛰어놀던 기억이 인연이 됐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와인 디렉터를 하며 와인에 대한 미각과 와인 선별법을 배웠는데 훗날 이런 점이 모두 큰 자산이 됐습니다.”

 소노마 토박이인 코스타가 캘리포니아 샌타로자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15년간 웨이터로 일하던 1997년, 당시 바텐더였던 마이클 브라운(47)과 의기투합했다.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양조하기 시작한 피노누아르 와인이 코스타 브라운의 시초다. 이 와인의 후손들은 하룻밤 사이에 미국 와인 업계의 풋내기에서 와인 수집가가 애타게 갖고 싶어하는 스타급 와인으로 변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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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 소재한 코스타 브라운 와이너리. 1997년 창업 이후 매년 양조장을 빌려 쓰다가 3년 전에야 손수 지어 마련했다. [사진 코스타 브라운]

 2011년 미국의 와인 전문지인 ‘와인스펙테이터’가 올해의 와인으로 ‘코스타 브라운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르 2009’를 선정하면서 유명세를 누리기 시작했다. 그해 출시된 와인 1만여 종 이상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결과 선정된 것이다. 같은 해 2월 미국 블룸버그는 코스타 브라운을 할란·콜긴 등과 함께 ‘4대 컬트 와인’으로 꼽았다.

 “와인 소믈리에로 경력을 쌓아갈 수도 있었지만 보다 창의적인 와인 제조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소믈리에가 좋아할 법한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 보자는 게 브라운과 의기 투합의 첫 단추였습니다.”

 대개의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들이 풍부한 자본력을 앞세우는 데 비해 코스타 브라운은 웨이터 코스타, 바텐더 브라운의 의지와 노력의 결실로 탄생했다. 코스타와 브라운은 자신들만의 와인을 만들기로 하고 우선 밤에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팁을 모았다. 매일 받은 팁 가운데 10%를 1년간 차곡차곡 모아 1300달러(약 140만원)가 됐을 때쯤 0.5t의 피노누아르 품종 포도와 오래된 파쇄기, 중고 오크통을 구입했다. 출근 전 시간을 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와인 양조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수를 저질러가면서 성공에 한 발짝씩 다가섰다. 1997년 처음 만든 와인은 1배럴(약 160L)에 불과했다. 이 와인을 레스토랑 단골 손님들에게 선보였다.

 초짜들의 와인 제조는 교재를 통한 학습과 어깨너머로 배우기를 통해 성숙도를 더해 갔다. 공동 창업자인 브라운이 인근 와이너리에 인턴으로 일하면서 멘토를 만났고, 이때부터 제조법 습득에 가속이 붙었다. 코스타는 “와인 제조를 마스터하는 기회는 1년에 한 번뿐이라는데 묘한 매력이 있다”며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회가 한 번뿐이지만 완벽한 와인은 없기에 배움을 지속한다”고 말했다.

 2000년 코스타 브라운의 레이블을 달고 첫 빈티지를 생산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과 피노누아르 품종의 까다로운 성질 때문에 썩 좋은 품질로 만들지는 못했다. 점차 경험을 쌓아 올렸다. 마침내 2002년 와인부터 조금씩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와인스펙테이터로부터 “피노누아르의 신선한 느낌과 함께 풍부하고 깊은 과실의 풍미를 갖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93점을 받았다.

 운도 따랐다. 때마침 캘리포니아 피노누아르를 소재로 한 영화 ‘사이드 웨이’가 흥행에 성공하며 미국 전역에서 피노누아르 품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이 영화는 한국계 미국 여배우 산드라 오가 출연해 매니어층을 형성했다. 코스타는 “당시 영화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주문 전화가 끊임없이 울려댔다”고 회상했다.

 코스타 브라운은 매년 17만5000병의 피노누아르와 6000병의 샤르도네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95%를 미국 내 메일링 리스트의 고객에게만 판매한다. 어려운 시절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하게끔 도와줬던 고객이 우선이라는 정책 때문이다. 해외로는 캐나다를 비롯해 6개국에 한정해 수출하고 있다. 출시 이후 1년 안에 최고 400%의 가치 상승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한국에는 나라셀라를 통해 매년 피노누아르 120병, 샤르도네 90병이 수입되고 있다. 18만∼25만원 정도의 고가에 팔린다.

 그가 한국시장에 관심을 갖고 방문한 배경에 대해 “현재 코스타 브라운의 생산량이 적지만 세계적인 존재감을 가지는 게 중요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타는 자신의 와인이 성공할 수 있는 배경으로 소노마 일대에 품질 좋은 피노누아르를 확보할 수 있었던 역량을 들었다.

 코스타는 “와인을 처음 제조할 때에는 제조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나 지금은 품질 좋은 원재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 매일 포도밭을 살핀다”고 말했다.

 내파밸리에 비해 태평양 해안에 자리 잡은 소노마 코스트, 여기에 인접한 내륙 러시안 리버밸리는 해풍의 영향이 커 상습적으로 안개가 발생하고 연중 변화무쌍한 기후를 보이는 곳이다. 그리하여 예로부터 고급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기에는 너무 도전적인 곳으로 여겨졌다. 이 일대가 양을 키우는 목초지로 주로 이용된 배경이다. 그러나 코스타 브라운의 피노누아르 와인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 품종의 포도를 재배하려는 농가가 점차 늘고 있다. 목축과 같은 1차 산업으로 지탱하던 소노마 일대가 피노누아르를 만나 고부가가치 와인이 만들어지는 현장으로 창조된 것이다.

 코스타는 “소노마는 껍질이 얇은 피노누아를 재배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누아르가 분명 세계 최고의 품질이지만 소노마 피노누아르는 이와는 또 다른 과실 풍미를 선사한다”고 자랑했다.

 코스타는 피노누아르 품종에 대해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포도”라고 묘사했다. 병충해로부터 쉽게 피해를 보기 때문에 재배 자체가 어렵지만 일단 수확해 발효에 들어가면 오크통 안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십분 발산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동안 혹시나 불안해 손을 쓰기 시작하면 의도했던 결과보다 못한 결과를 손에 쥐게 된다”고 덧붙였다.

 코스타는 “앞으로 5년 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셋방살이 포도밭에서 벗어나 자가를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선 포도밭 분산 투자가 필수다. 현재 캘리포니아 일대 40개 포도밭에서 구매해 블렌딩하는 기법으로 피노누아르 레드와인을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9개 포도밭의 피노누아르는 품질이 출중해 이들 품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싱글 빈야드 9종으로 출시되고 있다.


[S BOX] 피노누아르 포도 품종, 재배 환경에 민감해 수확량 적어

‘레드와인의 왕’으로 불리는 포도 품종이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존재감이 뚜렷하고 선이 굵은 스타일이다.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세계 각지의 기후와 토양에서 자란다. 두꺼운 껍질 덕에 병충해에 강한 편이다. 프랑스가 주도하던 와인산업이 미국·칠레·호주 등으로 다변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품종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피노누아르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을 세계 최고의 와인 산지로 만든 품종이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달리 기후 변화와 일조량, 병충해 등 재배 환경에 가장 민감해 수확량이 적은 편이다. 한마디로 까탈스럽고 여행을 싫어하는 품종이다.

 피노누아르는 아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미디엄 보디의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껍질이 얇지만 이에 분포하는 타닌이 많지도 적지도 않으며, 피노누아르로 만들어진 와인은 투명도가 높은 루비빛을 띤다. 와인의 산미는 다른 품종보다 다소 높은 편인데 이로 인해 잘 만들어진 피노누아르 와인과 그렇지 못한 와인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나라셀라 신성호 이사는 “상급의 피노누아 르 와인은 비단결 같은 식감과 섬세한 산미, 복합적인 풍미가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만 반대의 경우는 촌스럽게 진하거나 묽고 복합미가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피노누아르는 생장 기간이 짧고 빨리 완숙되는 조생종으로 더운 지역보다 신선하고 적당한 습도를 가진 지역에서 좋은 품질로 만들어진다. 이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지역이 프랑스 부르고뉴,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뉴질랜드 등 바다와 인접해 해풍의 영향을 받는 곳이다. 이처럼 피노누아르의 제한적인 공급과 놀라운 풍미는 바로 가격에 반영돼 품질을 인정받은 피노누아르 와인은 순식간에 고가 리스트에 오른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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