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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산수(飛行山水)] <16> 바다에서 본 제주

중앙일보 2015.10.24 01:15 종합 1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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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서귀포 가는 길이 부산보다 멀다. 뚱딴지 같은 소리가 아니다. 여기서 난 도서출판 푸른역사 박혜숙 대표의 말이다. 산만 넘으면 닿는데, 그리 느껴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제주 살며 서귀포에 가보지 않은 나이 든 분들이 꽤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에 서귀포는 제주시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는 ‘먼 동네’였다. 박 대표는 그때 서울을 세상의 끝으로 알았는데, 물 건너 유학 와서 보니 친구들이 미국을 이야기하고 있어 놀랐단다.

눈·단풍·야자수 한꺼번에 보실까요


 서울 살다 제주 내려간 지 한 해 된 화가 조용식도 그리 말한다. 처음에는 재미있고 신기해서 서귀포를 뻔질나게 드나들다가 이제 웬만하면 가지 않는다. 벌써 멀게 느껴져 그런다. 이처럼 섬이라는 폐쇄 상황은 제주의 지역색을 육지보다 촘촘하게 만들었다. 지금이야 외지인이 늘어 많이 묽어졌지만 사람 품평을 마을 단위로 할 수 있단다. 공간도 거리도 시간도 환경과 상황 앞에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

 항구 뒤가 구제주다. 공항과 신시가지는 오른쪽에 있어 그림에서 보이지 않는다. 산 왼쪽으로 난 길이 제주와 서귀포를 잇는 지방도 제1131호선이다. 북쪽 구간은 곧고 넓은데 부러 구불구불하게 그렸다. 1962년에 확장을 시작해 69년에 개통했다. 박정희 정권 때 공사가 진행돼 5·16도로라고도 한다. 40.56㎞이니 딱 백리길이다. 1시간쯤 걸리지만 산 중턱 숲터널을 지날 때는 숨 막히는 풍경에 저절로 브레이크에 발이 올라간다. 10년간 받던 통행료를 82년에 없앴는데 그때 요금이 버스 400원, 승용차 200원이었다.

 한라산은 서귀포에서 보는 풍경이 낫다. 남쪽 암벽이 제대로 드러나고 제주보다 바다에서 가까워 더 웅장하다. 곧 산 위에 눈이 내리면 제주는 흰색부터 야자수의 초록까지 온갖 색이 위부터 차곡차곡 쌓인다. 그나저나 제주에서 마당발들은 살기 힘들겠다. 애경사 때 그 집안의 아는 사람 모두에게 따로 부조를 해야 한다니 말이다.

 저기 하늘에 돌아즈망, 아들 데리고 물질 나가며 어쩌자고 종이비행기를 탔대요? 무거워서 떨어지겠어요.

제주=글·그림 안충기 기자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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