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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저성장시대, 고용과 소득을 높이려면

중앙일보 2015.10.24 00:27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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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코람코자산운용 대표
『늙어가는 대한민국』 저자

제주도로 갈지, 부산으로 갈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따라 교통수단이 달라진다. 제주도를 가겠다며 김포공항이 아닌 서울역으로 가면 기차 타고, 차 타고, 배 타고 해서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목적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모든 시작의 기본이다.

 최근 한국 경제에 저성장의 고착화라는 어두운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올해는 2.8%에서 2.7%로, 내년은 3.3%에서 3.2%로 낮췄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 부진 등이 주요 요인으로 제기됐다. 마치 이를 반영한 듯 5일 뒤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6년 반 만에 최저치인 6.9%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 7% 이상 유지를 의미하는 바오치(保七)에 실패한 것이다.

 저성장으로 파이가 커 나가지 못하면 고용과 소득 수준은 열악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 변화의 가속화로 기업과 산업의 수명은 날로 짧아지고 있다. 반면 사람의 수명은 길어져 돈 쓸 데는 더 많아지고, 일은 더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성장시대에 고용과 소득 수준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이 점이 정부의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저성장으로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소득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기업 부문과 달리 성과 측정이 쉽지 않은 공공 부문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고용과 소득의 목표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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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목표로 세운 지표가 공감 가능해야 한다. 공감이 가려면 체감 지표와의 괴리가 최소화돼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실업률이다. 2015년 9월 현재 실업률은 3.2%, 청년 실업률(15~29세)은 7.9%다.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수치다. 특히 3포세대로까지 불리는 청년들에게는 더욱이 그러하다. 학교 다닐 때는 밝기만 하던 청년이 취업에 연이어 실패하고 나니 사람 만나기조차 두려워한다. 결혼도 포기한다. 꿈은 벌써 포기했다. 꿈이 재벌 2세인데 아빠가 노력을 안 해 이루지 못했다는 자조적인 농담이 나올 정도로 꿈을 잃은 세대가 돼 버렸다.

 실업률 지표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실업률이란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구직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는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실업률 계산 대상에서 빠진다. 취업난이 장기간 지속돼 구직 단념자가 많아지면 실업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역설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고용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고용률이란 지표를 동시에 볼 필요가 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말한다. 2015년 현재 전체 고용률은 60.9%, 청년 고용률은 41.7%다. 고용률 역시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돼 체감 지표와 괴리가 있기는 하지만 실업률보다는 조금 더 피부에 와 닿는다. 정부가 실업률과 함께 2017년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 목표로 제시한 것은 공감 가능한 지표 제시 측면에서 한 걸음 다가선 것이라 하겠다.

 둘째, 목표는 단순하고 유의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분배 지표를 보자. 지니계수·분위배율·백분위율 등의 소득분배 지표의 경우 계수가 올라가야 분배가 개선되는 것인지, 내려가야 개선되는 것인지 바로 다가오지 않는다. 목표가 실행 주체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단순하면서도 바로 알 수 있도록 명확해야 한다.

 국민 1인당 소득 수준을 나타내기 위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또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많이 활용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현재 1인당 GNI는 2만8180달러(약 3200만원)다. 이 역시 잘 와 닿지 않는다. 일반 국민의 주머니 사정과는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1인당 GNI가 평균(mean) 개념에 기초하고 있어서다. 통계학에서 평균 개념이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모집단이 종(bell) 모양의 정규 분포를 띠어야 한다. 즉 한쪽으로 쏠림현상 없이 중앙에 많이 모여 있어야 한다. 따라서 소득분포가 편중돼 있는 경우 체감지수와 차이가 있게 된다.

 소득분포가 편중돼 있는 경우 이해하기 쉽게 단순한 지표로 중위(median)소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에 따라 줄 세웠을 때 정가운데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균등화 중위소득은 월 187만8941원, 연간 2254만7292원이다. 중위소득은 중산층 육성을 위한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중위소득 수준을 상승시키고 중위소득 구간에 사람들이 집중되도록 정책을 시행하면 중산층 비중은 더 증가할 것이다. 2015년 7월부터 시행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수급자 선정 기준의 일부로 중위소득이 도입된 바 있다.

 저성장시대에 고용률과 소득 수준을 높이고 중산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소득의 목표가 공감이 가고, 단순하며, 유의미해야 한다. 그래야 먼 길을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이현승
코람코자산운용 대표·『늙어가는 대한민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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