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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Talk Talk] 스펙 쌓느라 취업 늦고 애 안 낳는다?

중앙일보 2015.10.23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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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늦둥이 포함 다섯 아이를 둔 45세 여성, 임신 28주차인 36세 임신부, 쌍둥이와 사춘기 남매의 44세 엄마. 이런 이들과 함께 일한다면 어떨까요. 중요하고 어려운 일은 아무래도 안 맡기게 될까요?

 위에 언급한 사례는 각각 애슐리 맥어보이 존슨앤드존슨 비전케어(JJVC) CEO,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테리 켈리 고어&어소시에이츠 CEO가 취임할 때 상황입니다. 이들은 4~11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지요. 마리사 메이어는 다시 쌍둥이 임신 중이니 세 CEO의 자녀만 해도 12명입니다.

 21일 새누리당과 정부의 저출산 대책회의 내용을 보고 이들이 생각났습니다. 회의에선 “청년들이 소모적인 스펙 쌓기로 사회 진출 연령이 높아지는 게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라며 초·중·고 교육과정을 2년 줄이자고 했지요.

 너무 단순한 접근이죠. 기업들이 ‘어서 취업해요’ 하는데 청년들이 ‘아뇨, 스펙 쌓고요’ 하는 게 아니죠. 부부들이 ‘2년 늦게 결혼했으니 애 안 낳아야지’ 하는 것도 아니고요.

 한국 사회는 맞벌이의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도시 주거비와 교육비는 맞벌이 소득을 요구합니다. 직장에서는 외벌이 시대의 헌신을 요구합니다. 수행평가와 대입 수시의 복잡한 구조는 전업주부 엄마의 손길을 요구합니다. 이 사이에 부대끼다 보니 ‘애 못 낳겠다’ 소리가 나오는 거죠. 저출산이 단지 나이 때문이라면 마흔 넘어 셋째, 넷째 낳는 외국 CEO들은 어찌 설명하나요.

 2012년 맥어보이 JJVC 사장을 인터뷰할 때 물어봤습니다. 5자녀 엄마와 CEO의 삶이 동시에 가능하냐고요. “동료와 사소한 갈등에 신경 꺼라”, “페이스타임(아이폰 영상통화)이 날 살린다” 두 가지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퇴근·회식·보고·의전, 한국의 직장 문화는 사소한 갈등을 극대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너무 오프라인으로 해결하려고 하고요. 직장과 학교에서의 ‘노력봉사’부터 줄이는 게 교육과정을 줄이는 것보다 나은 저출산 해결책일 것 같습니다.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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