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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뉴스테이’가 중산층 임대시장의 구세주 되려면

중앙일보 2015.10.21 00:59 종합 3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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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2007년은 수도권 아파트값 급등기의 끝물이었다. 아파트값이 정점을 거의 지나 서서히 조정에 들어갈 무렵에 서울시가 눈길 끄는 주거 대책을 내놨다. 최장 20년간 임대로 살 수 있는 장기임대아파트 ‘시프트’다. 장점은 주변 시세의 80% 수준에서 장기간 전세로 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시프트는 당시엔 눈길을 끌지 못했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뛰었지만 전셋값은 높지 않던 시절이어서다. 투기세력이 몰리면서 거품이 낀 매매수요를 임대로 분산하려는 의도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폭등하는 전셋값은 중산·서민층의 주거 여건을 급속히 악화시키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전셋값이 매매값의 90%에 육박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전셋값이 매매값을 추월한 곳도 생겼다. 이러자 뒤늦게 시프트가 각광받게 됐다. 올 상반기 29차 시프트 공급 때는 경쟁률이 33.2대 1을 기록했다. 시프트는 당첨만 되면 전세 난민들에게는 구세주가 된다.

 하지만 늦었다. 시프트 특별공급 입주자가 10만 세대를 넘었지만 향후 공급량이 많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시프트 특별공급은 무주택자라면 소득제한 없이 누구나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어 과한 특혜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시프트에 대한 기대는 이 정도에서 접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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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이때 혜성같이 등장한 임대제도가 있다.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공공임대가 아니다.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고 세를 놓는다. 입주 후 관리까지 민간 기업이 책임진다. 저소득층을 겨냥하지 않는다. 타깃은 중산층이다. 중산층을 만족시키는 민간 임대사업의 시대를 여는 도전이다.

 주택 가격이 앞으로 쭉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국토교통부가 2013년 말에 발표한 ‘2차 중장기 주택종합계획’에 따르면 전국 주택 수요는 2022년까지 연간 39만 가구 선이다. 그런데 올해 이미 분양했거나 분양할 아파트는 총 49만 가구로 예상된다. 올해만 10만 가구 공급 과잉이 될 수 있다. 분양한 아파트의 입주는 2017년부터다.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은 여러 통계에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시장 구조에서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다는 중산층이 많아졌다. 이들은 임대주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종전에는 임대주택이라고 하면 저소득 서민들이 사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대부분이 공공 임대라 관리 상태도 좋지 않았다. 중산층이 임대주택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도 저소득층 대상으로 한정했다. 이게 변하고 있다. 집을 사봤자 값이 뛰지 않는데 굳이 돈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이 시작됐다. 집을 살 때, 그리고 산 뒤 부담해야 할 세금(취득세, 재산세 등)과 각종 수리비, 감가상각비 등을 따지면 임대로 사는 게 비용이 덜 든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지금 같은 저금리 체제에서 전세가 가장 경제적인 주거 형태다. 집을 사기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전세 중심의 임대시장이 대격변을 겪고 있다. 집값이 뛰지 않고,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집주인이 전세를 놓을 이유가 없어졌다. 전세는 집값이 뛰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는 임대 형태다. 집주인들이 대거 월세로 돌리면서 전셋집은 씨가 마르고 있다. 전셋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걸 막을 방법이 없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전세 제도는 조만간 사라질 운명이다.

 월세는 전세보다 거주 비용 부담이 크지만 중산층은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 다만 주거 환경만 좋으면 된다. 이런 수요를 만족시킨 게 뉴스테이다.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 민간택지에서 분양된 뉴스테이 꿈에그린의 경쟁률은 3.2대 1이었다. 지난달에는 공공택지인 인천시 도화지구에 공급된 뉴스테이 1호 e편한세상 도화의 경쟁률은 5.5대 1에 달했다.

 뉴스테이는 청약조건이 따로 없다. 집이 있어도, 청약 통장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다. 지역우선 제한도 없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와 비슷하다. 싼 편은 아니지만 부담이 될 정도도 아니다. ‘보증금+월세’의 반(半)전세(보증부월세) 형식이다. 보증금을 많이 내면 월세를 낮출 수 있다.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는 데 적용되는 이율(전월세 전환율)이 3%에 불과하다. 임대기간은 8년 이상이고, 임대료 인상률은 연간 5% 이하다. 중산층이 끌릴 만한 조건을 갖췄다. 시행 초기 순항하는 이유다. 하지만 성공했다고 단언하기에는 이르다. 입주 이후가 문제다.

 선진국의 임대주택은 대부분 민간 주도로 활성화했다. 성공 배경에는 임대 관리·서비스의 고급화가 있다. 고급 주택단지 못지않은 체계적인 아파트 관리와 환경 개선, 시설 보수 등에서 경쟁력이 있었기에 민간 임대가 연착륙할 수 있었다. 뉴스테이의 성공 여부도 관리·서비스에 달려 있다. 좋은 지역에 뉴스테이를 공급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아파트 완공 이후 관리·서비스 품질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뉴스테이가 정착해야 임대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 수준 높은 아파트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 등의 우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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