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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때 가습기 살균제 … 37세 남성, 10년 폐질환 앓다 사망

중앙일보 2015.10.20 01:55 종합 12면 지면보기
2005년 결혼식을 올린 장모(당시 27세)씨의 신혼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불행은 건강했던 장씨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면서 시작됐다.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간질성 폐질환’이었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씨의 폐 조직이 손상됐다는 게 주치의의 설명이었다. 장씨는 이후 산소호흡기를 달지 않고서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이듬해인 2006년 아내와 이혼까지 하게 됐다. 10년간 길고 외로운 투병 생활을 해온 그는 최근 증세가 급격히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다. 폐 이식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국 폐 이식 수술을 포기하고 퇴원했고,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달 13일에 숨졌다. 장씨가 신혼 때 썼던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부의 공식 판정이 나온 지 5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정부 공식 인정 사망자만 95명째
유엔 특별보고관도 방한해 조사
검찰, 일부 살균제 제조사 압수수색
시민단체 “동물실험, 전 제품 확대를”

 가습기 살균제로 말미암은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지 4년 반이 지났지만 과거에 입은 피해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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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와 민간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장씨까지 포함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은 환자(1·2등급) 가운데 사망한 이는 95명이다.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가 2013년과 2014년 벌인 1·2차 조사를 통해 피해를 본 것이 거의 확실하거나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 환자들이다. 피해가 의심되지만 정부가 살균제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낮거나(3등급) 가능성이 거의 없다(4등급)고 판단한 사망자까지 더하면 관련 사망자는 143명으로 불어난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로 추정되는 투병 환자는 380여 명에 이른다. 정부는 1·2등급 판정자에 한해서만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하고 있다.

 검찰(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된 일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를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나섰다. 지난 12일 방한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특별보고관은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별보고관은 환경부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제조업체 등을 만나고 조사가 마무리되는 23일께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피해자들과 환경단체는 검찰과 경찰의 조사가 미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와 산모를 죽게 하고도 책임을 회피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사 대표 등을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 경찰 수사에서 유죄가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일부 제품에 대해 제한적인 방식으로 진행한 동물실험 조사를 모든 제품으로 확대해 진행하고 폐질환 외 다른 건강에 피해를 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산모들이 원인 미상의 중증 폐질환으로 잇따라 사망했던 2011년 4월에 처음 불거졌다. 그해 11월 보건당국은 실험용 쥐에 가습기 살균제 흡입 독성 실험을 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올리고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두 가지 성분이 폐 손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쥐로부터 사망한 산모에게서 나타났던 증상과 유사한 폐 섬유화와 호흡 관련 증세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6종의 살균제를 수거했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들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란 물질이 들어간 살균제를 사용한 경우에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뒤늦게 이들을 유독물로 지정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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