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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120조원 들고 온다 …‘레드카펫’ 깐 캐머런

중앙일보 2015.10.20 01:49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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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왕실 기마의장대가 19일(현지시간) 시진핑의 영국 방문(19일~23일)을 앞두고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열병장으로 통하는 문루와 버킹엄궁으로 연결되는 거리 양측에는 중국 오성홍기와 영국 국기가 나란히 걸렸다. [런던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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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左), 시진핑(右)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으로 향하는 길엔 영국과 중국 국기인 유니온잭과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렸다. 이날부터 닷새간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영국 국빈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통상적인 국빈 방문(3박)보다 하루 더 길다.

원전·고속철 등 통큰 투자 기대
왕세손까지 나서 3월부터 초청작업
유럽선 ‘영국 지나친 저자세’ 지적
시진핑 “양국 황금시대 열 것” 화답
영국으로 미국 견제 ‘이이제이’ 노려

 영국 언론은 이날 “가능한 모든 팡파르를 울린다. 레드 카펫도 깔렸다(극진히 대접한다는 의미)”며 분위기를 전했다.

 시 주석 내외는 이날 오후 도착해 버킹엄궁에 머물렀다. 이후엔 엘리자베스 2세가 여는 만찬에 참석하고 영국 총리의 시골 별장인 체커스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내외와 시간을 보낸다. 영국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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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은 10년 만의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영(訪英)을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지난 3월 윌리엄 왕세손이 베이징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가 친필로 쓴 방문 요청서를 건넸다. 최근엔 차기 총리감으로 불리는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중국에서 “양국이 함께 황금시대(golden decade)를 만들자”고 했다. “우리가 중국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말도 했다. 중국과는 경제 문제를 우선한다는 선언이었다. 이른바 ‘오스본 독트린’이다. 올 초 서방 국가 중 중국이 주도하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가장 먼저 가입을 선언한 나라가 영국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위상 때문이다. 2012년 캐머런 총리가 달라이라마를 만났다가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돼 고전했던 경험도 있다. 또 당장의 현안도 있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중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245억 파운드(42조4000억 원)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로 중국 두 기업과 프랑스 EDF가 함께한다. 고속철·금융, 인문 교류 등 모두 150여 개 항목에 대해서도 합의한다. 영국 정부가 고속철 사업에 총 430억 파운드(75조 원)를 투입할 계획인 걸 감안하면 시 주석이 영국 방문에서 풀 보따리에는 120조원 이상이 들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호응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이 ‘황금시대’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시 주석으론 처음 쓰는 표현이다. 미국의 우방인 영국을 끌어들여 미국을 견제하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시 주석은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영국은 중국에 가장 열린 서방국이 되겠다고 했는데 이는 선견지명이 있는 전략적 선택이며 영국의 장기 국가이익에 완전히 합치되는 것”이라며 “양국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이번 방문을 계기로)양국 황금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이 중국과 유럽연합 발전에 신(新) 동력”이라고 했다.

 중국의 정치평론가인 장즈무(張芷沐)는 이에 대해 “세계 질서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맹방인 영국의 전략적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으며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 수립을 위해 적의 친구를 활용하겠다는 고대 중국의 병법을 연상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영미권에선 논란이 있다. 영국이 지나치게 중국으로 기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은퇴한 미국 관료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두(叩頭)의 케이스 스터디격에 해당하는 사례를 보고 있다”며 “장기적으론 영국에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팅엄 대학 중국 전문가 스티브 창도 “영국은 중국이 자신들을 최고의 친구로 여기도록 하기 위해 뭐든지 하겠지만, 중국 정부는 매우 유능하고 콧대가 높다”고 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서방에서 중국의 최고 파트너이길 바란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편 축구애호가인 시 주석은 23일 맨체스터를 방문한다. 잉글리시프리미어를 대표하는 맨시티와 맨유가 있는 곳이다. 두 곳 모두 유치전을 벌였으나 결국 맨시티로 결정됐다.

베이징=최형규, 런던=고정애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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