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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로펌과 분야별 네트워크 … 협업으로 위기 넘겠다

중앙일보 2015.10.20 01:47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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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록 율촌 대표변호사는 “대기업 사내변호사가 경영에 발언권을 갖고, 로펌을 평가할 때 가격 요소뿐 아니라 서비스 수준까지 종합평가해야 기업과 로펌이 상생 발전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펌 역시 산업별 특성을 파악하는 등 전문화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현동 기자]


법무법인 율촌에는 사건을 수임해온 변호사에게 큰 몫을 보장하는 ‘수임지분 제도’가 없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라 성과를 배분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최적의 전문가들이 헤쳐 모이는 ‘아메바’식 협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외국계 로펌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으로 법률시장 위기를 넘어선다”는 게 율촌의 전략이다.

위기의 로펌 <8> 6대 로펌 대표 릴레이 인터뷰
법무법인 율촌 우창록 대표


 율촌 설립자인 우창록(62) 대표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로펌의 고객 기업 사무를 돕고 우리 고객의 아웃바운드(해외 소송)에 협력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율촌은 각각 전 세계 지식재산권, 노무 관련 전문가들이 모인 ‘테크로그룹(Techlaw Group)’ ‘노동법네트워크(Lus Laboris)’ 같은 국제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 대표는 “변호사에게 자기 고객과 지분을 포기하라는 건 힘든 일이지만 협업을 해야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믿음이 쌓이면서 율촌의 DNA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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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로펌 위기의 원인은.

 “저가 수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것이다. 법률서비스는 규격품이 아니어서 서비스의 질과 수준이 중요하다. 로펌이 고급 법률서비스를 못하면 국제적 경쟁이 치열한 하이엔드 마켓으로 나아갈 수 없다.”

 -외국계 로펌의 국내 진출로 경쟁이 심한데.

 “경쟁할 분야도 있지만 협력할 분야가 더 많다. 국내 로펌이 모든 분야를 다 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로펌으로선 한국 업무의 절대 비중이 작다. 또 한국 사무소가 없는 글로벌 로펌들이 절대 다수다. 그들에겐 한국 내 협력 파트너가 필요하다. 우리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로펌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성공적인 협력 사례가 있나.

 “올해 상반기 국내 금융업계에선 처음으로 산업은행에 미국 오바마 정부의 투기거래 규제 법률에 따른 ‘볼커룰’ 프로그램을 구축할 때 미국 뉴욕 로펌인 모리슨 앤드 포에스터와 함께 일했다. 2008년 롯데제과의 벨기에 초콜릿 회사 ‘길리언’ 인수 계약도 벨기에 현지 로펌과의 협력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

 -글로벌 로펌의 경쟁력은.

 “글로벌 로펌들은 자국 산업·기업과 수십 년 이상 동반 성장했다. 미국계 로펌인 셔먼 스털링은 씨티은행과 130년 관계를 지속했다. 최근 셔먼 스털링의 시니어 파트너가 씨티은행 법무책임자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밀뱅크도 체이스맨해튼 은행과 50년 이상을 함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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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을 대표하는 전문그룹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주요 경영 방향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왼쪽부터 김동수(조세)·윤용섭(송무)·윤세리(경영대표)·우창록·소순무(조세)·윤희웅(금융) 변호사.


 -로펌 내부 협업은 어떻게 하나.

 “우리는 수임한 사람이 사건을 처리하는 게 원칙이 아니라 예외다. 그 시기, 해당 사건을 가장 잘 해결할 능력을 가진 전문가가 맡는다. 최근 대기업 사건이 들어왔을 때 형사소송·회계·세무·기업지배구조 담당 변호사가 함께 힘을 모아야 솔루션(해법)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을 끌어냈다. 협업을 통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면 고객이 더 많은 사건을 맡기고 전체 파이가 커져 나눌 게 많아진다. 이런 선순환이 쌓이면 클라이언트를 보는 깊이도 달라진다.”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헬스케어, 정보기술(IT), 문화콘텐트 산업 등이다. 국내 최대 기획사인 SM이 고객사다. 한류 콘텐트 수출과 지적재산권, 해외공연 계약을 맡고 있다. ”

 -매년 변호사 2000명이 배출되고 있는데.

 “미국처럼 1심 법원 단계부터 판사 한 사람당 로클럭(재판연구원) 한두 명씩은 둬야 한다. 우리 국민이 보다 양질의 재판을 받고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우 대표는 지난해부터 한국골프산업연합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미국 스포츠마케팅 기업인 IMG 창업자 마크 매코맥도 변호사였습니다. 1970년대 아널드 파머의 잔심부름을 하는 매니저로 출발해 스포츠 대기업을 일궜죠. 젊은 변호사들 역시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단계 낮아지는 선택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글=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우창록 대표=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74년 사법시험 16회에 합격했다. 14년간 김앤장에서 조세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92년 독립해 5년 만에 율촌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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