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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작품 활동, 제주 바다 지키는 예술가들

중앙일보 2015.10.20 01:12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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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도 좋아’ 회원들은 틈만 나면 제주도 해안가로 향한다. 버려진 쓰레기를 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사진 재주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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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수거한 유리병(아래)은 반지로 업사이클링되기도 한다. [사진 재주도 좋아]

지난 16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반짝반짝 지구상회’. 감귤 선별장을 개조한 330㎡ 크기의 건물 한켠에서 “웽” 하는 굉음이 났다. 목공예술가인 강민석(40)씨가 쇳조각과 나뭇조각을 연결하기 위해 전동드릴로 구멍을 뚫는 소리였다. 강씨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구멍이 난 재료들을 이어붙이자 모빌 모형이 완성됐다. 모빌의 주재료인 쇠붙이와 나무들은 모두 선박이나 부표 등에서 떨어져 나온 바다 쓰레기를 활용했다. 강씨는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라도 예술적으로 활용하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고 말했다.

해녀학교 인연 ‘재주도 좋아’ 결성
버려진 병 등 모아 작품 재료 사용
매년 두 차례 비치코밍 페스티벌도

 바닷가에 널린 쓰레기들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반짝반짝 지구상회를 만든 ‘비치코밍(beachcombing)’ 회원들이다. 6명의 청춘남녀들로 구성된 이들은 정기적으로 주운 바다 쓰레기를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 비치코밍이란 해안(beach)에 흩어진 표류물을 빗(comb)으로 쓸어모으는 것을 뜻한다.

 비치코밍 작업장이자 전시장인 반짝반짝 지구상회에는 이색적인 작품들이 많다. 맥주병을 녹여 만든 브로치와 소주병을 잘라 만든 맥주잔, 와인병을 녹여 만든 화병 등이 건물 안에 빼곡하다. 바닷가에 버려진 유리조각들도 이들이 주우면 제주의 상징물인 돌하르방으로 변신한다.

 제주 출신인 강씨를 비롯해 유리공예가 조원희(34·여·울산시)씨, 시각디자이너 최윤아(37·여·삼척시)씨, 영상감독 출신 김승환(35·부산시)씨, 해녀가 되고 싶었던 유로사(33·여·인천시)씨 등이 주인공이다. 모임 이름도 ‘재주도 좋아’로 정했다. 저마다의 솜씨를 발휘해 제주 바다를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여기에 올해 신화정(35·여·사천시)씨가 합류하면서 회원이 6명으로 늘었다.

 강씨 등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12년 5월. 당시 제주시 한림읍에서 진행된 제주한수풀 해녀학교가 시작이었다. 바다가 좋아 해녀학교를 찾았지만 물질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해녀들이 물질하는 법을 배우긴 했지만 해산물을 잡아올리는 데는 번번히 실패했다. 고심 끝에 이들은 “그래도 뭔가는 들고 나오자”는 생각에 깡통이나 플라스틱 등을 주워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질을 할 때마다 그들의 망사리(그물망)에는 소라나 해삼이 아닌 유리병과 조개 껍데기, 폐목들로 가득 찼다.

 4개월 과정인 해녀학교를 수료한 뒤에도 이들은 제주도를 떠나지 못했다. 제주 바다를 더럽히는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목격하고는 바다 정화 활동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조원희씨는 “ 우도를 찾아가 쓰레기를 주웠는데 1시간도 안돼 준비해간 포대 자루가 가득 찼다”며 “더 이상 제주 바다가 더렵혀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모두들 제주에 눌러 앉기로 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제주 바다가 좋아 시작된 모임은 다양한 환경보존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재주도 좋아’는 연중 비치코밍 활동을 하면서 5월과 11월에는 ‘비치코밍 페스티벌’도 열고 있다. 참가자들이 한 데 모여 바다 쓰레기를 줍고 공연과 영상제·장터·환경포럼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한다.

 전문 예술가들에게 1주일간 창작 공간을 제공해 작품 활동을 돕는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최윤아씨는 “비치코밍 재료를 활용해 브로치나 에코백을 만들어보는 등 일반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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