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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하 “무대에 서면 힘이 솟는다, 배트맨 옷을 입은 듯”

중앙일보 2015.10.20 01:09 종합 2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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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거칠 것 없던 정동하는 작은 카메라 앞에서 한없이 어색해 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리자, 눈빛 속에서 부끄러움이 사라졌다. 정재환(본명)이 정동하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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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록그룹 부활의 정규 13집 발표 때 모습. 왼쪽부터 정동하·채제민·김태원·서재혁. 중앙포토]

수퍼맨이 아니라 배트맨이라고 했다. 둘 다 영웅물의 주인공이지만, 태생이 다른 터. 가수 정동하(35)는 타고나길 영웅인 수퍼맨보다, 보통 사람인데 수트만 입으면 영웅이 되는 배트맨이 꼭 자신 같다고 했다. “무대 위에 올라가면 배트맨이 옷을 입듯 내게 뭔가가 생기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날 원하면 어디든 가서 뭐든 할 것”
TV예능, 라디오 DJ, 뮤지컬 출연
자동차 경주, 전국 투어 콘서트도
“개미 소리 들을 정도로 귀 예민
같은 시대 사람들 추억에 녹아든
배경음악 같은 노래 하고 싶어”

 2005년 록그룹 부활의 9대 보컬로 데뷔하며, 가수의 옷을 입은 지 올해로 10년째다. 정동하는 최근 2년간 데뷔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부활의 보컬에서 솔로가수로 홀로서기를 하면서부터 그는 다시 정동하로서 자아 찾기에 나섰다. TV 음악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뮤지컬, 라디오 DJ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넘나들고, 레이싱 대회에도 출전했다. 지난해 첫 솔로 앨범 ‘비긴(BEGIN)’을 발표했고, 전국 투어 콘서트도 했다. 반응이 좋아 24~25일 서울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앙코르 공연도 앞두고 있다.

 솔로로 독립할 즈음 그의 목표는 이랬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가서 뭐든 하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 본인이 늘 말하는 바에 따르면 정동하는 내성적이고 말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부활의 보컬로 활동하면서 무대의 힘을 알게 됐다. 그에게 무대는 에너지를 소진하는 곳이 아니라 충전하는 곳이다. 그는 “우연히 기회가 나타날 때 최선을 다해 뭔가 했더니 그것들이 이어지게 됐다”고 돌아봤다.

 - 그래서 뮤지컬 무대에 뛰어들었나.

 “창작 뮤지컬 ‘롤리폴리’를 시작으로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칼라 드림코트’ ‘잭 더 리퍼’ ‘노트르담 드 파리’ 등에 출연했다. 발성 연구차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실황 영상을 봤다가 뮤지컬에 반했다. 2013년 첫사랑 같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그랭구아르 역할도 맡았다. 뮤지컬 무대와 가수로서 서는 무대는 다른 듯했지만 결과적으로 같았다.”

 - 어떤 점이 그런가.

 “뮤지컬 무대에 서기 전, 가수로서 무대에 설 때는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뮤지컬 무대에 서니, 노래를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 대사는 물론이고 의미·감정까지 전달돼야 다음으로 이어갈 수 있다. 그 무대를 겪고 나니 결국 가수로서 노래할 때도 감성과 메시지, 흥을 전달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정동하는 귀가 예민한 가수다. 서울 서소문 본사에서 인터뷰 도중 뒤편에 있는 프린트기가 작동하자, 그는 살짝 곤혹스러워 했다. 그의 귀에서는 인쇄 소리가 천둥치는 소리처럼 들리는 듯했다. 어릴 적 백화점 매장 안 네온사인 간판에서 들리는 고주파 음이 너무 시끄러워서 백화점에 가길 싫어했을 정도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악기 소리는 완벽하지만 목소리는 허술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바뀐 건 고 김현식의 음악을 통해서였다. 그의 노래에서 소리보다 소울을 느꼈다. 개미가 지나가는 소리조차 들리던 귀를 가지고 그는 그의 목소리를 훈련시켰다. 그는 “분석하는 걸 좋아해서,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 어떻게 하면 좋지 않은지 노래하면서 데이터를 쌓아나갔다”고 했다. 같은 이유에서 때때로 콘서트장에서 팬들을 향해 “나를 왜 좋아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 분석을 좋아하니, 완벽주의자일 것 같다.

 “정형화된 모습보다, 그 순간 민낯 그대로 관객들에게 보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컨디션이 안 좋으면 그 상태 그대로 노래 부른다. 너무 짜인 상황에서 딱딱하게 굳은 모습을 보이는 건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고 본다. 순간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데서 오는 장점이 많은 것 같다. 노래의 메시지 중 가장 좋아하는 게 비틀스의 ‘렛 잇 비(Let It Be)’다.”

 -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한참 고민하다) 뻔한 대답 같지만, 저랑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추억 속에 녹아 있는 배경음악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 위로가 되면서 힘이 되는 친구 같은 존재의 음악을 하고 싶기도 하다. 음악으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싶다.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게.”

글=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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