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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에 시작한 연극, 이제 무대만 보면 욕심이 나요

중앙일보 2015.10.20 01:05 종합 2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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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극단 ‘날좀보소’의 이청자(78·사진) 단장은 일흔 다섯이라는 나이에 처음으로 두꺼운 연극학개론 책을 폈다. 제일 먼저 연필로, 그 다음은 빨간색 펜, 마지막은 파란색 펜으로 줄을 쳐가며 공부했다. 눈은 침침해지고, 한 번 읽어서는 내용도 잘 외워지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힘들었지만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시간이 그렇게 설렐 수가 없더라고.”

극단 ‘날좀보소’ 이청자 단장
은퇴 시니어들로만 구성된 극단
24일 전국생활문화제 참가키로

 극단 날좀보소는 전직 3성 장군·대학 총장·기업인·언론인 등 은퇴자들로 구성된 시니어 극단이다. 이 단장 역시 37년간 직장 생활과 집안일을 하며 바쁘게 살아왔다. 은퇴 후 ‘나’와 ‘남’ 모두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선택하게 된 것이 연극이었다. 이후 ‘극단을 창단하고 싶다’는 이 단장의 바람을 들은 신일수 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가 기꺼이 단원들의 ‘호랑이 선생님’ 역할을 자처했다.

 그렇게 창단 3년 차가 된 날좀보소는 치매 노인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노희경 작)’, 전래동화 효녀 심청 이야기를 각색한 ‘달아달아 밝은달아(최인훈 작)’ 등 적지 않은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다. 오는 24~25일 북서울꿈의숲에서 열리는 2015 전국생활문화제에도 참가해 시니어 극단의 저력을 보여줄 계획이다.

 완벽한 프로는 아닐지라도 진솔하면서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날좀보소 단원들의 연기는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이제 무대만 보면 욕심이 난다. 70년 넘게 내 끼를 나도 몰랐다”며 이 단장은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노인이 행복할 권리’에 대해 한참 목소리를 높였다. “존경받고 아름다워야 할 노년에 행복하지 않은 건 지옥이에요. 연극 무대에 설 때마다 매번 제 삶에 감사하고 벅찬 마음뿐입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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