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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폴크스바겐의 위기

중앙일보 2015.10.20 00:42 종합 30면 지면보기
폴크스바겐은 자동차 판매량 세계 1위 회사다. 그래서 미국의 리콜 명령이 불러온 파장도 세계적이다. 미국은 강력한 규제력을 가진 ‘청정공기법’에 의거해 강제 리콜을 명령했고, 앞으로 21조원 규모의 징벌적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관리법’에서는 과징금 최대 한도가 10억원 이내이고 소비자에 대한 배상을 강제할 권한도 없다. 2013년 ‘대기환경보전법’에 의거해 환경부가 결함 부품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지만 폴크스바겐코리아 측에서 의무 기간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리콜하지 않아 과태료 3100만원을 부과받은 적도 있다. 초기에 사과했던 미국에서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법 체계의 미흡에도 원인이 있다.

 또 미국은 허위 광고와 부당이득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신속했다. 미국 법무부는 형사기소를 준비 중이고 50개 주 정부도 집단 소송에 돌입했으며 미 의회는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리콜 명령 당일 즉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향후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자의 소송, 자동차 딜러 및 연관 분야 피해자들의 소송 도 예상된다. 미국 리콜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의심 차량 1100만 대를 모두 리콜한다면 리콜 비용 총액은 8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독일·프랑스·호주·스위스·한국 등도 규제 당국이 조사에 나서고 있어 각국 법에 따른 과징금과 민·형사상의 줄소송까지 합하면 그 비용과 파장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클린 디젤 신화의 몰락이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회사에까지 이어질 경우 세계경제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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