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

중앙일보 2015.10.20 00:40 종합 30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2015년 10월 5일 34면>
소비자도 환경 위해 폴크스바겐 리콜에 적극 나서야


 
기사 이미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폴크스바겐이 문제 차량 리콜 의사를 환경부에 밝힘에 따라 국내에서도 최대 12만 대의 리콜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유로 5 환경기준에 따른 배기량 1.6L와 2.0L의 디젤차로 2009년부터 판매된 차량이 대상이다. 한데 이번 리콜은 성능이나 결함 개선이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이는 공익적 리콜이라는 점에서 차주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가 관건이다.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도로주행 시 끄도록 한 것은 이 장치가 가동되면 성능과 연비효율이 떨어지는 단점 때문이었다. 이에 리콜과 함께 줄어든 연비만큼 보상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더구나 폴크스바겐은 전 세계에서 1100만여 대의 차량을 리콜해야 한다. 징벌적 과징금 등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데만 100조원 넘게 소요되리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연비보상금이 제대로 지급될지 미지수다.

환경부는 12월부터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전체 디젤차량의 배기가스 점검에 들어갈 예정이다. 도로주행 시 배기가스가 인증된 양과 차이가 날 경우 환경적 리콜 명령은 전 디젤차량으로 확산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리콜은 소비자들이 성능과 연비 저하를 감수하고 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폴크스바겐 사태는 클린 디젤의 허구성을 드러내며 ‘디젤게이트’로 번지는 조짐이다. 이에 따라 국내의 디젤차 구입자들은 이미 중고차 가격 하락에 이어 리콜까지 이어져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될지 모른다.

소비자들의 리콜에 대한 저항을 감안해 공익적 리콜에 대해선 강제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차량의 환경오염 등과 관련된 국내법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은 것도 혼란을 부르고 있다. 국내법상으로 실험 조작이 들통나더라도 과징금은 10억원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어 과징금을 거둬 피해 복구도 할 수 없다. 하루빨리 차량의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법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 정비 이전이라도 환경오염부터 막는 게 중요하다. 차주들이 성숙된 시민의식을 발휘해 리콜에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한겨레 <2015년 10월 2일 31면>
국민 건강 차원에서 새로 짜야 할 경유차 정책


 
기사 이미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독일 폴크스바겐 경유차 일부 차종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단일 리콜 사례로는 사상 최대인 1100만 대에 이른다는 추정이 나오는 등 확산 일로에 있다. 그 가운데 약 12만 대가 판매된 것으로 보이는 국내에서도 환경부가 1일 해당 차종에 대한 검증조사에 착수했다. 이미 미국에서 드러난 것처럼 인증시험 때만 배출가스를 줄이는 장치가 작동하고 실제 주행 때는 작동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폴크스바겐 쪽에 과징금을 물리거나 해당 차종의 판매를 정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일개 자동차회사의 부정이나 소비자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경유차의 본산인 유럽에서 경유차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클린 디젤’이란 신화가 종말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경유차가 실제로 도로를 주행할 때 인증시험 때보다 훨씬 많은 오염물질을 내보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일 유럽 최대의 자동차클럽인 ‘아데아체’(ADAC)의 연구를 인용해 르노·닛산·현대차 등의 경유차가 운행 중 질소산화물을 시험 때보다 10배 이상 내뿜는다고 보도했다. 환경부가 2월 경유택시 도입을 앞두고 국산 경유차를 실제 도로 운행 조건에서 측정했을 때도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인증 기준의 최고 18배에 이르렀다.

경유차는 연소 과정에서 휘발유차보다 많은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둘 다 수명 단축이나 암 등 심각한 건강 피해를 일으키는 물질이다. 아무리 대책을 세워도 서울 등 대도시에서 이들의 오염도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주요 이유로 급증하는 경유차가 꼽힌다. 세금 혜택과 완화된 배출 기준, 소비자 취향이 어울려 올해 새로 도로에 나오는 차의 52%는 경유차다.

이제 경유차 정책을 자동차산업 육성이 아니라 국민 보건 차원에서 보아야 할 때가 됐다. 폴크스바겐이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내야 할 벌금은 약 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의 과징금 최고액은 10억원에 묶여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런던과 파리가 대기오염 때문에 경유차의 진입 금지를 검토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는 보조금을 줘 경유택시 도입을 강행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경유차의 매연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수도권에서만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이 1만5000여 명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경유차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

논리 vs 논리

<중앙>‘리콜’ 나서는 시민의식 필요 … <한겨레>‘보건’ 방점 찍은 정책 나와야

 
기사 이미지

6일 인천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폴크스바겐 경유 자동차의 도로 배출가스를 측정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지난 9월 18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폴크스바겐이 2009년부터 자국에서 판매해 온 경유차량 48만2000여 대에 대해 전량 리콜 명령을 내렸다.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검사를 받을 때에만 저감장치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키고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이를 꺼지도록 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폴크스바겐은 이를 인정하고, 9월 22일 성명을 통해 “문제가 된 엔진이 장착된 차량은 전 세계 1100만 대가량”이라고 밝혔다.

 경유차량은 휘발유차량보다 힘과 연비효율이 좋다. 그러나 휘발유차량에 비해 시끄럽고 엔진 구조가 복잡하며 각종 부가장치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환경적 측면에서 경유자동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은 대기 오염의 주원인이자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질소산화물이 체내에 축적되면 천식·만성기관지염·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된다. 단기간에도 기침·가래·눈물·호흡곤란 등의 자각증상을 일으킨다. 세계 각국은 자동차 매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배출 기준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제조사들도 기준에 맞는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디젤엔진은 출력이 우수해 과거 트럭이나 버스 등 큰 차에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검은 독성 매연이 규제 대상이 되자 대형차량에 DPF(배기가스 후처리장치)를 장착해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정책이 시행됐고, 기술 발달로 인해 규제가 더욱 엄격한 승용차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었다.

 세계의 환경 기준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유럽의 최신 기준인 유로6은 유로5보다 질소산화물 허용치가 무려 5분의 1로 줄었다. 게다가 미국은 유럽보다도 60%나 적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 기준에 맞추려면 엔진을 새로 개발하거나 차량 설계 변경 또는 저감장치 개선 및 추가 등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한 저감장치는 경유차량의 장점인 폭발적인 힘과 연비를 저하시킨다. 가격·성능·연비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처지에 놓이자 폴크스바겐이 선택한 길은 속임수였다. 폴크스바겐 경유차에 장착된 소프트웨어는 주행 중인지, 검사 중인지를 판단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작동시키거나 멈출 수 있게 조절했다. 그 결과 우리 곁을 지나며 여과 없이 배출된 독성물질이 시험장에서보다 최대 40배나 많았다고 하니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폴크스바겐의 리콜 차종들은 모두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미국의 리콜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 수입된 디젤차량은 북미와 다르다는 입장이었다가 사태가 커지자 20일 만에 국내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제조사 측이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도 유해성이 입증된 오염물질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던 속임수는 기업의 윤리의식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거대 기업이 환경과 국민 건강을 위협할 때 정부와 소비자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

 때마침 중앙과 한겨레도 사설을 통해 이번 리콜 사건에 주목했다. 두 신문 모두 클린 디젤의 허구성을 언급하며 경유차가 유발하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공유했다. 그리고 배출가스와 관련해 법적·정책적 미비점을 시정하라고 동일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두 신문이 강조하는 방향은 갈린다. 중앙은 소비자 측면에서 시민들의 행동을 주문했고, 한겨레는 정부의 책임에 방점을 두었다.

 중앙은 이번 리콜이 성능 결함의 개선을 위한 리콜이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이는 공익적 리콜이라는 점에서 차량 소유주들의 참여를 강조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내법의 미비로 정부에서 폴크스바겐에 조작 관련 책임을 묻는다 해도 과징금이 10억원을 넘지 못한다. 환경은 보호하겠지만 차량 소유주에게 손해가 될 수도 있는 공익적 리콜에 대해 법적 강제조항도 없다. 차량 오염물질 방지를 위한 법적 정비가 시급하지만 그 이전에라도 환경오염을 최대한 줄이려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한편 한겨레는 경유차 정책에 대한 전반적 검토를 요구한다. 그동안 정부가 자동차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경유차량에 대한 세금 혜택, 완화된 배출 기준 탓에 경유차량이 급증하고 대도시 오염도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보조금을 줘 경유택시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겨레는 폴크스바겐 조작사건을 일개 회사의 부정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국민 보건의 관점에서 접근하라고 주문한다. 경유차량이 안고 있는 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을 설계하라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러한 차이는 시장경제에 대한 입장에서 비롯된다. 거시경제의 주체는 기업·가계·정부의 삼두마차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시장의 주체는 기업과 개인이고, 정부는 그 활동을 보조하는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중앙이 성숙된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에 앞서 기업 대 개인 소비자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문제의 차량을 선택한 것은 소비자의 책임이며 이에 따른 권리 및 의무 행사도 소비자의 것이다. 일차적 피해를 본 당사자는 차량 소유주이므로 당연히 보상받아야 하지만 금액도 너무 크고 법도 미비해 피해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가 반품이나 전액 보상을 할 리는 없다. 문제가 된 해당 소프트웨어를 제거하는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므로 소비자는 도로 주행 중 저감장치 작동에 수반되는 성능 저하와 연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리콜에 응하지 않으면 오염물질은 계속 배출될 것이고 응하면 경제적 손해가 발생한다. ‘공익’과 ‘성숙’한 시민의식에 호소하는 해법은 개인을 주체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기업 대 개인 소비자의 관계 이전에 정부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소비자가 경유차를 선택한 것은 클린 디젤을 홍보한 기업과 이를 지원한 정부를 신뢰한 결과다. 그러나 폴크스바겐 사태로 힘도 좋고 유지비도 저렴하면서 클린하기까지 한 디젤자동차에 커다란 물음표가 생겼다. 자동차에 대한 안전 및 환경 기준 강화는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고 이는 업계에 부담을 안겼다. 이번 사태도 유럽의 최신 기준인 유로6의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치(0.080g/㎞)보다 훨씬 엄격한 미국의 최신 기준(0.030g/㎞)에 맞춰야 하는 과제를 눈속임으로 넘기려 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정부는 공익을 위한 기구다. 한겨레가 경유차 정책을 새로 짜라고 주문은 한 것은 정부가 이 사태의 또 다른 주체임을 전제한 것이다.

 
기사 이미지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가정마다 한 대씩 차량이 존재하고, 자동차 수출이 경제성장 동력인 우리나라에서 환경 기준을 강화하면 당장은 성장 축소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이 클린 산업을 요구하는 세계적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다면 지금의 고비는 넘긴다 할지라도 머지않아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