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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판사의 일상有感] 교도소는 단지 가두어 두는 곳인가

중앙일보 2015.10.20 00:34 종합 3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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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인천지법 부장판사

범죄자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속된 말로 ‘구제불능’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범죄자들은 선천적으로 위험한 괴물이고,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 경우도 일부 존재하는 것은 냉엄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범죄자가 구제불능의 괴물일까.

 히스 형제의 책 『스위치』에 어린 자녀를 구타해 골절상을 입히는 등 학대한 부모들을 대상으로 행동치료를 수행한 사례가 나온다. 처음 부모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자녀와 매일 단 5분씩만 놀아주는 것이었다. 그 시간 동안은 아이들에게 완전히 집중해야 한다. 전화도 받지 말고, 뭘 가르치려 들지도 말고, 아이들이 놀이를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부모들은 명령을 내려서도 안 되고, 비평을 해도 안 되고, 질문을 던져서도 안 된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 부모도 따라서 그림을 그린다. 아이가 부모의 크레용을 빼앗으며 “나 이거로 할래!” 하고 외치면 마음껏 쓰라고 내주고 다른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린다. 아이가 심술궂게 또 부모가 쓰는 크레용을 못 쓰게 하면 따른다. “네 말이 맞아. 이 색은 어울리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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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 학대 부모들에게 이 5분은 무척이나 힘든 시간이었다. 자기 통제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동 중심 상호작용이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아이를 칭찬하는 법,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 주면서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 법 등을 배우게 된다. 110명의 학대 부모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절반은 일반적인 분노 조절 요법 치료를, 나머지는 위와 같은 부모-자녀 상호작용 치료를 받았다. 치료 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전자의 60%가 다시 아동 학대를 한 반면, 후자의 20%만이 다시 아동 학대를 했다. 아동 학대 부모 중 상당수는 선천적인 괴물이어서 아이를 때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너 살짜리 아이들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지 못했고, 아이 교육방법에 대해 무지했다. 제대로 상호작용을 하는 법을 교육받자 그들 중 80%가 아동 학대를 멈추었다.

 재판 경험상 범죄자 중 다수는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더 오래 교도소에 가두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제대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교도소는 교육과 치료의 장이 돼야 한다. 이들 모두를 영원히 가두어 둘 수는 없고, 이들 중 대부분은 언젠가는 이 사회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문유석 인천지법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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