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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외국인의 서울 창업, 멍석을 깔아주자

중앙일보 2015.10.20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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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민
구글캠퍼스 서울 총괄

영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테크시티. 이곳에서 마주치는 창업가 열의 아홉은 그리스·체코·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외국인 창업가들이다.미국에서는 이민자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코프먼 재단 조사에 따르면 2014년 미국에서 창업한 사람 셋 중 하나는 이민자였다. 구글·시스코·테슬라·아마존 등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이끄는 IT 기업들도 이민자 혹은 이민자의 자녀들이 창업했다.

 한국에서도 외국인 창업가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앞으로 서울을 글로벌 창업 허브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한국 스타트업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만큼이나, 해외의 우수한 창업 인력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첫걸음은 재외교포와 해외 유학생의 국내 창업과 취업을 장려하는 것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창업하고, 해외에서 접한 최신 트렌드와 문화적 경험, 해외 네트워크를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이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쿠팡 김범석 대표와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도 유학 후 한국에서 창업해 양사 합계 2조 원에 가까운 해외투자를 유치해냈고, 대표적인 직장리뷰 사이트로 성장한 잡플래닛의 황희승·윤신근 대표도 유학생 출신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한국에 있는 8만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우리 인재풀로 포용하는 것이다. 중국인 유학생 웬지아 리는 고려대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뒤 한국 취업을 원했지만 까다로운 취업비자 요건과 복잡한 비자 발급 절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학생들은 출신 국가와 한국 양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시 든든한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다. 이들이 국내 취업을 포기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좀 더 유연한 취업비자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다음 단계는 한국을 창업하기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미 많은 국가가 외국인 창업가 유치를 위해 앞다퉈 비자 제도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캐나다는 창업가들에게 영주권을 발급해주는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고, 영국은 ‘Graduate Entrepreneur’ 제도를 통해 우수한 창업 아이디어를 보유한 경우 최소 투자금 요건 없이 창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손꼽을 만한 개발자 인력, 통신 인프라, 스마트폰 보급률을 바탕으로 모바일 시대의 큰 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어느 때보다 다양한 세계인이 서울을 찾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서울을 전 세계 창업가들이 찾는 모던한 코스모폴리스(국제도시)로 탈바꿈시킬 절호의 기회이다.

 마침 우리 정부도 지난해 8월 ‘외국인 창업비자’ 제도를 신설해 해외 창업가 유치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앞으로 서울 글로벌기업가센터 등을 통한 원스톱 컨시어지 서비스 등으로 창업환경을 좀 더 다양성 있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한국은 모바일 서비스를 창업해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최적의 요지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임정민 구글캠퍼스 서울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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