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 칼럼] 무시험 … 선착순 10명 채용합니다

중앙일보 2015.10.20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선착순 10명’

 군대 훈련소 이야기가 아니다. 선착순 채용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정밀 가공 기업을 일군 일본의 주켄공업 이야기다. 대(代)를 이어 기술을 전수하고, 품질에 있어서는 양보가 없기로 유명한 일본 강소기업의 성공사례 중 하나인 주켄공업은 무시험 선착순 채용 방식으로 유명하다.

 학력에 경력은 물론이요, 발표에 오디션까지 봐가며 ‘취업전쟁’을 치르는 우리 입장에서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최고경영자(CEO)인 마츠우라 모토오 사장은 “같은 필터로 걸러진 사람은 개성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가장 먼저 지원한 사람을 학력과 경력에 관계없이 채용하고 최상의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육성한다는 점에서 주켄의 채용 방식은 신선한 울림을 준다. 낮은 이직률과 높은 직장 만족도는 기본이다. 다행히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국내 채용문화도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무역보험공사 등 많은 공공기관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직무능력중심 방식의 채용제도를 도입해 숨어 있는 인재찾기에 열심이다.

 반면 국내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심각하다. IBK경제연구소에 의하면 국내 중기의 이직률은 약 18%로 독일(3%)의 6배에 이르고, 중소제조업체 직원 3명중 2명은 평균 재직기간이 5년이 채 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취업자가 중기를 기피하는 것은 낮은 급여와 복리후생의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는 최고의 학력과 기술을 갖춘 인재기 ‘낮은 보수’에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기업이 많다. ‘잘 될 회사’라는 비전과,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가 인재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주켄공업도 한 번 입사한 인재는 해고하지 않고, 성과보상도 파격적이다. 출퇴근 시간에 제한도 없어서 직원은 자유롭게 고유 업무에 몰두할 수 있다.

 중기에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산업부는 산업단지와 테크노파크 등에 공동 육아시설을 마련하고 유연근무제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등 인재 친화적인 환경 마련에 애쓰고 있다. ‘수요자를 위한 눈높이 정책’을 강조하는 정부 3.0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 수출 저변의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중기의 인력난 해소는 필수 과제다.

 최근 수출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올해 상반기 중소·중견기업의 무역보험 이용실적은 7% 증가하는 등 중기의 성장 전망은 희망적이다.

 ‘그래도 기왕이면 대기업에서 일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구직자 의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잘 갖추어진 조직에서 주어진 일에 만족하기보다는, 아직 작지만 ‘가능성’ 있는 중기에 베팅하는 용감함도 필요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해적이 되자(Let’s be pirates!)’고 외쳤다. 창의적 도전으로 세계 시장을 누빌 더 많은 젊은‘해적’이 중기로 모여들길 기대해 본다.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