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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빈 사우디, 공사대금 6개월 늦게 지급

중앙일보 2015.10.20 00:01 경제 6면 지면보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도로나 항만 건설 대금을 늦춰 지급한다. 한국 건설회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받을 전망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정 악화

 블룸버그 통신은 19일 사우디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정부가 발주한 도로나 항만 등을 건설한 회사들에 공사대금을 (예정보다) 최저 6개월씩 미뤘다가 지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핵심 관계자 3명이 이름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공사대금 지연을 귀띔했다”며 “올 들어 사우디 정부의 공사대금 결제 지연이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사 계약 가격을 깎으려 한다”고 전했다. 사우디엔 국내 대형 건설회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사우디 대금 미루기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적자 탓이다. 기름값(WTI 기준)은 지난해 6월 배럴당 107달러 정도에서 19일 현재 46달러 정도로 추락했다. 사우디 정부는 재정 수입의 80% 정도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톰슨로이터 등에 따르면 사우디가 재정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98달러 정도는 돼야 한다. 현재 가격으로 원유를 수출할 때마다 배럴당 50달러 정도씩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셈이다. 실제 올해 사우디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9%에 이를 전망이다. 그리스의 재정적자는 위기 기간 동안 10~15% 사이였다.

 블룸버그는 “사우디 정부가 국고의 현금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공사대금을 지연하고 있다”며 “그 바람에 준공까지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사우디는 고유가 시대 오일머니를 대거 축적했지만 최근 유가 하락과 예멘 내전 개입 등으로 재정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최근엔 국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하기도 했다. 영국계 금융그룹인 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윌리엄스는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현재 사우디 재정적자가 너무 커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공사 등을 진행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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