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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공장을 클럽하우스처럼 지은 까닭

중앙일보 2015.10.20 00:01 경제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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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로얄앤컴퍼니 공장에서 직원들이 갓 구워져 나온 세면대를 다듬고 있다. [사진 로얄앤컴퍼니]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팔달면에 있는 로얄앤컴퍼니 화성센터. 각종 욕실용품을 생산하는 공장인데도 분위기는 잘 지어놓은 공방 같다. 골프장 클럽하우스도 연상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건축계의 원로인 한국예술종합학교 민현식 교수의 작품이다. 8개 건물 외관은 대부분 ‘ㅁ’자 형태로 지어져 있다. 모든 작업장에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각 건물이 구름다리 형태로 하나로 연결돼 있다.

로얄앤컴퍼니 화성센터 가보니
다른 업체는 중국 생산 늘릴 때
국내서 만드는 대신 품질 고급화
“욕실 격 높이려 공장 파격 디자인”


 22일 준공식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 중인 화성센터에서 만난 박종욱(53) 로얄앤컴퍼니 사장은 “국산 욕실용품의 격을 한 단계 올리고 싶었다. 그럴러면 생산 공장도 그에 맞게 격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이 이런 공장을 짓게 된 데엔 사연이 있다. 국내 욕실시장은 약 5000억원대(타일 제외)로 추산된다. 200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욕실 시장은 각 20%씩 시장점유를 하고 있는 로얄앤컴퍼니·대림바스·계림요업 등 ‘빅3’가 주도해왔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수도꼭지와 세면대는 로얄앤컴퍼니, 변기는 대림바스, 샤워기는 계림요업이 수주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아파트 분양은 줄어든 대신 노후화한 아파트에 욕실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났다.

 또 한샘이나 KCC 등 인테리어 대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변화 없이는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국내 욕실 기업들은 중국 생산을 확 늘렸다. 하지만 로얄앤컴퍼니는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아예 욕실의 A에서 Z까지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그 대신 고급화로 수익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단순히 수도꼭지, 변기를 세일즈하는 것에서 벗어나 욕실의 컨셉트를 정해 패키지로 판매하는 R2, R3 등의 패키지도 출시했다.

 박 사장은 “생산직 200명(전원 정규직)이 평균 근속연수 20년이 넘는 ‘장인급’이어서 고급화 드라이브가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화성센터는 6만6000㎡(약 3만 평) 부지에 건물 8개 동이 세워져 있다. 인천 주안, 부평, 도화동 등에 흩어진 공장과 서울 논현동에 있던 경영지원 기능을 하나로 합한 것이다. 교육동에서는 직원이나 대리점주 교육이 이뤄지며, 콘도 형태로 지어진 연수동은 교육을 온 사람들의 숙식 또는 직원 휴양소의 역할을 한다. 1000석 규모의 공연장과 숯불갈비 시설이 갖춰진 직원시설도 눈에 띄었다. 이 회사 장동철 과장은 “옥상정원에서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콘서트나 문화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로얄앤컴퍼니 화성센터 내에는 신진 작가들을 위한 ‘아트하우스’도 3동이 만들어졌다. 66㎡(약 20평) 복층식 원룸 구조로 지어진 곳으로 1층에는 작가들의 작업공간이 있고 2층에는 생활 공간이 있다. 이는 듀라빗(Duravit)이나 라우펜(Laufen) 등 유럽의 유명 욕실설비 기업들이 100년 이상 작가들을 후원해왔던 것을 한국식으로 도입한 것이다.

 김종우 로얄앤컴퍼니 마케팅팀장은 “유럽의 욕실 회사들은 상주하는 도기 작가들과 협업을 하면서 예술성과 아름다움 등을 강화해 명품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로얄앤컴퍼니는 당장의 성과를 고려하거나 장르에 제한을 두지는 않을 생각이다. 작가들은 자신의 창작활동을 하되 본인이 원할 경우 로얄앤컴퍼니와의 콜라보레이션도 가능하다.

화성=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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