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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둘째도 사람 … 해고 안 합니다”

중앙일보 2015.10.20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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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김 미국 넥스트점프 최고경영자(CEO)는 해고 없는 인사정책을 쓰고 있다. 그는 ‘사람이 곧 비즈니스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이상렬 특파원]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 해고하지 않는 회사는 기업이 꿈꾸는 모델이다. 미국 벤처업계에 그 꿈에 도전하는 회사가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 ‘넥스트점프(nextjump)’다. 넥스트점프는 제휴 기업 직원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종합쇼핑몰이다. 포춘 선정 1000개 기업 중 700개를 포함해 10만 개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이 회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찰리 김(42·한국명 김용철)이다. 김 CEO의 아버지는 수퍼 옥수수를 개발해 세계의 기아 문제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김순권 박사다.

구글도 배우러 오는 미국 ‘넥스트점프’ CEO 찰리 김

 김 CEO는 2012년 10월 이후 ‘무해고 정책(No-fire policy)’을 시행 중이다. 실적이 나쁜 임직원을 부담 없이 내보내는 게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관행이다. 어떻게 무해고 정책이 가능할까. 16일(현지시간) KOTRA가 개최한 뉴욕의 창업지원 행사장에서 김 CEO를 단독 인터뷰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사람’이었다.

 -해고는 왜 나쁜가.

 “회사를 떠난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다. 누군가를 해고해야 한다면 평생 매년 추수감사절 저녁을 같이 먹을 생각을 하라. 잘 헤어지라는 말이다.”

 -그게 해고하지 않는 이유의 전부인가.

 “해고는 가장 끔찍한 일 중 하나다. 내가 해고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아버지다. 가정에선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 아이를 포기하고 남의 집에 입양시키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회사는 어려움에 처하면 맨 먼저 하려는 일이 해고다. 그것이 옳은 일인가.”

 넥스트점프도 2012년 이전에는 성과 최하위 10%를 해고했다. GE 방식이었다. 그러면서도 채용은 더 신중하게, 직원 역량 개발엔 더 많이 투자했다. 그랬더니 언제부터인가 ‘자를’ 대상이 없어졌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났다.

 “해고하지 않는다고 하니 각 부서의 직원 채용이 신중해졌습니다. 방문객 안내직을 뽑는데도 300명을 인터뷰하고 9개월을 끌더군요. 또 한 가지는, 직원들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게 됐습니다. 특히 제게 진실을 말해 주더군요. 해고의 공포 때문에 몰라도 아는 척하고, 잘못이 있어도 숨겼던 거지요. 무해고 정책 시행 이후 생산성이 3배로 뛰어올랐습니다. 직원들이 꾸미고 감추는 것 대신 일에 집중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넥스트점프에도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때 회사는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까지 머물게 하면서 급여를 준다. “직장이 있는 상태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이 더 쉽다”는 이유에서다. 김 CEO는 “사람이 비즈니스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옳은 사람을 얻으면 제품과 수익을 다 얻게 된다”는 것이다.

 넥스트점프의 채용 프로그램은 구글도 배우러 올 정도다. 지원자들의 모든 정보가 전 직원에게 공개되고, 전 직원의 투표를 통해 지원자들이 추려진다. 회사 간부들은 이들을 다시 살펴보고 토론한 뒤 만장일치로 최종 채용 결정을 한다. 이때 김 CEO는 빠진다.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의 회사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직원들의 역량을 가장 잘 키우는 회사 세 곳에 뽑혔다. 회사엔 한 해 5000명의 엔지니어가 지원한다. 채용되는 이는 10명. 500대 1의 경쟁률이다. 직원들의 연봉은 같은 업종 기업의 평균보다 20% 더 많다.

 -어떤 사람을 뽑나.

 “겸손을 중시한다. 똑똑한 사람을 채용해야 하지만 겸손한지를 봐야 한다. 감사할 줄 모르고, 다 알기 때문에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좋지 않다. 군대에선 겸손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얘기한다. 테크 회사도 마찬가지다. 겸손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아버지 김순권 박사에 대해 말을 꺼내자 그는 “나의 시련은 아버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힘을 낸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엔 “어머니·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는 회사를 만들자”는 문구가 걸려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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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친 김순권 박사=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 겸 한동대 석좌교수로, 수퍼 옥수수를 개발했다. 김순권 박사는 다섯 차례나 노벨상 후보(평화상 3회, 생리의학상 2회)에 올랐다. 그는 북한 환경에 최적화된 수퍼 옥수수 27종뿐 아니라 동남아와 아프리카에 적합한 우수종자를 개발했다.


◆넥스트점프=찰리 김이 1994년 터프츠대 기숙사 에서 설립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25억 달러(약 2조8000억원)다. 미국 창업 미디어인 INC는 “넥스트점프는 당신이 들어보지 못했지만 가장 성공적인 회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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