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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과일 껍질은 약 노화 막는 영양분 가득

중앙일보 2015.10.20 00:01 라이프트렌드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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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배·석류·귤 같은 제철 과일이 넘쳐난다. 대부분의 가정에선 과일 껍질은 깎아내고 과육만 먹는다. 하지만 과일 껍질에 의외로 많은 영양분이 들어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껍질째 먹는 배·사과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과연 과일 껍질엔 얼마나 많은 영양분이 들어 있는 걸까.

과일 제대로 알고 먹자

섹시함의 대명사 마돈나부터 톰 크루즈,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까지 ‘마크로비오틱’을 즐긴다. 과일·채소를 통째로 먹는 식습관이다. 특히 알록달록한 색깔의 과일껍질엔 식물의 생리활성 물질인 ‘파이토케미컬(또는 파이토뉴트리언트)’이 과육보다 대체로 많다. 껍질은 외부 위협 요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나 다름없다. 그래서 껍질의 파이토케미컬엔 노화를 막는 기능성 물질인 ‘폴리페놀’이 유독 많다. 과일을 껍질째 먹으면 좋은 이유다.

하지만 과일을 먹을 때 껍질을 깎아내고 과육만 먹는 사람이 많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휴대성을 높여 껍질째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일을 선보였다. 지난달 23일 농촌진흥청은 직접 개발한 ‘껍질째 먹는 사과·배’ 품종을 이른 시일 내에 농가에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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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째 먹는 사과·배 품종 개발

그간 우리나라에 유통된 사과·배보다 크기가 조금 작다. 후식용이나 피크닉용, 학교 급식용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신일섭 연구관은 “한 손에 들고 먹기 편할 정도의 크기로 개발했다. 들고다니기 편해 과일 껍질과 함께 통째로 먹기 좋다”고 설명했다.

과일은 제철에 즐겨야 영양가가 가장 높다. 가을철 제철 과일인 사과는 ‘하루에 사과 한 개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서양 속담이 있을 만큼 건강에 유익한 물질이 풍부하다. 특히 사과 껍질에 근육 노화를 막는 물질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10일 UPI통신과 메디컬 익스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아이오와대 내과 전문의 크리스토퍼 애덤스 박사는 사과 껍질에 든 우르솔산(ursolic acid)이 근육 노화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에 따르면 노화로 근육이 약화되고 위축된 ‘늙은 쥐’에게 0.27%의 우르솔산이 든 먹이를 두 달 동안 먹게 했다. 그랬더니 근육량이 10% 늘고 근력이 30% 좋아졌다. 이는 ‘젊은 쥐’의 근육량·근력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 사과 껍질엔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성분이 사과의 과육보다 많다.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동결 건조한 사과 껍질이 간암세포의 증식을 강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 껍질의 트리테르페노이드 성분이 암세포 증식을 막는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배는 노화의 원인인 유해 산소를 없애주는 케르세틴·루테올린 같은 폴리페놀이 들어 있다. 손상된 DNA의 회복 작용을 촉진한다. 식이섬유소가 많아 대장암 발병률을 낮추는 과일로 유명하다. 소화기관 내 콜레스테롤이 흡수되지 못하도록 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여주기도 한다. 혈압 상승을 유도하는 효소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아 고혈압을 예방한다. 특히 배의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은 껍질>과심>과육 순으로 많다. 배를 껍질째 섭취하면 좋은 이유다.

석류는 클레오파트라·양귀비 등 절세미인들이 즐긴 과일로도 유명하다. 석류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껍질에는 피부를 맑고 탱탱하게 만들어 주는 성분이 많다. 대부분 사용되지 않고 버리는 석류 껍질에서 미백·주름 예방에 효능이 있는 일라직산을 추출해 이를 함유한 기능성 천연 비누도 나오고 있다. 인도에선 석류 껍질을 비롯해 꽃·잎·열매 등 석류의 모든 부위를 약으로 쓴다.
 귤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이다. 귤에는 비타민C가 100g당 44(조생종)∼48㎎(보통종)이나 들어 있다. 피부 건강, 감기 예방, 스트레스 해소, 담배의 독성 완화를 위해 귤 섭취가 권장되는 이유다. 귤의 비타민C는 과육보다 껍질에 더 많이 들어 있다. 또 귤의 ‘헤스페리딘’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데 귤의 속껍질에 많이 들어 있다. 일부 병원에선 고혈압·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환자에게 귤을 속껍질째 먹으라고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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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에 묻은 이물질 싹 씻고 먹어야

과일 껍질에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아도 먹기 찝찝할 때가 많다. 잔류 농약 같은 이물질이 껍질에 많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과거엔 고독성의 농약을 5~7일에 1회꼴로 강하게 사용했지만 현재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며 “물로 충분히 씻어도 건강상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보다 저독성의 농약을 쓰는 데다 농가에선 출하 시기를 계산해 농약의 강도를 달리한다는 설명이다.

왁스 발라 반들반들한 과일 주의

농가에서 출하한 과일에 대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잔류 농약 상태를 검사한다.
하지만 최종 소비자는 미세하게나마 남은 농약을 비롯해 유통 과정 중 묻은 각종 이물질을 제대로 씻고 먹는 게 좋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겉이 반들반들한 과일은 과일이 썩지 않는 왁스 성분을 발라놓은 것일 수 있으므로 고를 때 조심해야 한다”며 “과일 껍질에 묻은 이물질을 제대로 씻지 않고 먹었다간 복통·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암웨이 기술법규부 신현우 연구원은 "과일의 잔류 농약을 씻기 위해 과일·채소 세척제를 고른다면 제품 표기사항에서 ‘1종 세척제’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숭아·키위같이 털이 있는 과일이나 특정 과일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껍질 섭취 시에도 주의해야 한다. 곤충이 과일 껍질에 알을 낳는 경우도 있다. 서은경 차움 가정의학과 교수는 “곤충란이 묻은 생과일을 씻지 않은 채 섭취했다간 곤충란이 뇌로 가는 뇌유낭미충증 같은 심각한 질환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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