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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리 대출, 중소기업 직원이 51%

중앙일보 2015.10.19 00:01 경제 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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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A씨는 얼마 전 중금리 대출 중개업체 ‘8퍼센트’에서 연리 9%에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대학 재학 시절 창업에 실패해 떠안은 저축은행 대출금 3000만원(연리 25%)을 갚기 위해서였다. A씨는 “연리 3~4%대 시중은행 대출을 신청했지만 ‘저축은행 대출액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중금리 대출 덕분에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핀테크업체 ‘8퍼센트’ 조사
“타 금융사 대출 상환 용도” 55%
신용등급 평균 4.2등급 ‘높은 편’
저축은행 등도 상품 발굴 나서야

 올 들어 본격적으로 출시된 중금리(연리 10% 안팎) 대출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의 높은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이 눈높이를 낮춰 중금리 대출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은 쉽게 해 주지만 연 20~30%대의 고금리를 받는 저축은행·대부업체보다 이자부담이 적은 점도 매력으로 부각됐다. 중금리 대출 상품은 올해 금융당국이 역점 정책으로 천명한 뒤 핀테크(금융+정보기술) 업체와 시중은행이 연이어 출시했다.

 국내 핀테크 선두업체로 꼽히는 8퍼센트는 2월 처음으로 중금리 대출을 시작한 이래 8개월간 209명(23억9870만원)의 개인 신용대출을 중개했다. 대출 신청자가 직업·소득·신용등급을 비롯한 신용정보를 8퍼센트 모바일 홈페이지에 공개하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십시일반’으로 대출금을 모아주는 형태다. 대출 금리는 8퍼센트가 자체 심사를 통해 정한다. 지금까지 1인당 대출금은 1148만원, 평균 금리는 연 7.55%였다.

 대출자의 직업은 중소기업 직원이 전체의 51.7%로 가장 많았고, 개인사업자(21.5%)가 뒤를 이었다. 연 소득은 평균 4820만원, 평균 나이는 33.9세였다. ‘연봉 4000만원대의 30대 중소기업 직원’이 중금리 대출의 주요 수요자란 얘기다. 다만 대기업 직원(19.6%)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 금리가 비싼 현금서비스·카드론 대신 중금리 대출을 선택하는 대기업 직원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대출 목적별로 보면 타 금융회사 대출 상환 용도(55.5%)가 가장 많았다. 이어 전세금·결혼비용·학자금 등의 생활자금(25.8%)과 사업자금(11%)이 뒤를 이었다.

 시중은행 중에는 우리은행이 앞서나가고 있다. 이 은행의 중금리대출인 ‘위비 개인 모바일대출’은 5월 출시된 후 5개월간 9000명(350억원)이 이용했다. 이 상품은 직업·소득을 따지지 않고 연 금리 5.8~9.6%로 최대 1000만원까지 모바일로 대출해준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1~10등급) 기준으로 5등급 이상에게만 대출해주던 기존 시중은행의 관행을 깨고 6~7등급에게도 대출을 해 준다. 조재현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단 상무는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앞으로 직장인만을 타깃으로 한 중금리 대출 상품을 후속작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출시된 중금리 대출 상품이 저신용자를 제대로 포용하지 못한 점은 향후 보완해야 할 숙제다. 8퍼센트는 일반 대중에게 투자를 받는 구조이다 보니 직업·소득이 확실하지 않으면 대출금을 받기가 쉽지 않다. 대출자 신용등급도 평균 4.2등급으로 신용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은행의 위비 모바일 대출은 신용등급 6~7등급과 20대 젊은층에게는 대출한도를 원래의 절반(50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는 핀테크기업·시중은행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서민금융회사인 상호금융(농협·신협·새마을금고)과 저축은행도 중금리대출 상품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간 상호금융은 담보대출이 90% 이상이어서 서민층의 신용대출이 어렵고, 저축은행은 연리 30% 안팎의 고금리를 받고 있어 대부업체와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호금융이 신용대출 비중을 높이고,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비중을 늘려 서민금융회사로서의 정체성을 찾도록 금융당국이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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