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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브라질 꺾은 U-17 대표팀…'최진철식 늪축구'가 승리 불렀다

중앙일보 2015.10.18 18:07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꺾었다. U-17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에서 기분 좋은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은 18일 칠레 코킴보의 프란시스코 산체스 루모로소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후반 34분 장재원(17·울산현대고)이 결승골을 터뜨려 1-0으로 이겼다. B조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얻은 한국은 1대1로 비긴 잉글랜드와 기니(이상 승점 1점)를 제치고 B조 선두에 올랐다. 한국은 지난달 6일 수원컵 국제축구대회 당시 브라질에 당한 0-2 완패를 설욕했고, U-17 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7경기만에 첫 승(1승1무5패)을 거뒀다. 한국이 FIFA 주관 국제대회에서 브라질을 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 대표팀(23세 이하)이 두 번 맞붙어 모두 졌고, 20세 이하 대표팀도 6전 전패했다.

'최진철식 늪축구'가 승리를 불렀다. '늪축구'는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의 경기 스타일을 일컫는 신조어다. 흐름이 불리하더라도 끈끈한 플레이로 기어이 승리하는 축구를 말한다. U-17세 대표팀을 이끄는 최진철(44) 감독은 볼 점유율(한국 37%-브라질 63%)과 경기 주도권을 포기하는 대신 '수비지역 압박'과 '빠르고 강한 역습'에 치중하는 실리 축구로 대어를 낚았다. 한국은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하면서도 브라질과 동일한 9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유효슈팅(5개)은 오히려 브라질(1개)을 앞섰다.

최 감독은 대회 직전 강호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2연패해 기가 죽은 제자들에게 현역 시절 경험담을 들려줬다. "2002년 월드컵 본선 개막을 앞두고 한국은 연습경기마다 연전연패했지만, 그 경험이 4강에 오르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 그는 "지더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지키면 된다"고 격려했다.

후반 34분에 터진 결승골이 그 열매다. 역습 상황에서 김진야(대건고)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후 크로스한 볼을 이상헌(현대고)이 골라인 부근에서 받아 연결했고, 위험지역 정면에 있던 장재원이 왼발 땅볼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상대 수비수들이 밀집해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살려 골 찬스를 엮어냈다. 6분 뒤 브라질 미드필더 지오바니가 거친 플레이로 퇴장당하는 과정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경기 후 장재원은 "나는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닌데, 큰 경기에서 골을 넣고 주목을 받으니 더 기쁘다"면서 "오늘 이겼다고 끝이 아니다. 전열을 가다듬어 다음 경기도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대를 모은 최전방 공격수 이승우(바르셀로나 B)는 헌신적인 움직임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과도한 드리블과 골 욕심을 자제하고 조연 역할에 충실했다. 상대 수비수를 유인해 공간과 찬스를 만들었고, 수비에도 적극 가담했다. FIF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바르셀로나의 이승우가 뛰어난 활약을 했다. 브라질의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공간을 찾아 들어갔고, 득점 기회도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믿음은 산도 옮길 수 있다(Faith can move mountains)'는 내용의 축하 메시지를 보내 최진철호를 격려했다. 한국은 오는 21일 기니를 상대로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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