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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스쳐도 콕콕 쑤시는 통풍 진통제만 먹다간 발·무릎 관절 변형

중앙선데이 2015.10.18 01:30 449호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관절 부위에 염증이 생긴 급성 통풍(왼쪽)과 요산 결정이 덩어리져 관절을 손상·변형시킨 만성 결절성 통풍. [사진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정수 교수]



발목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가끔 경험하는 이영복(남·47)씨는 통증이 올 때마다 소염진통제를 먹으며 달랬다. 그런데 최근 잠을 설칠 정도로 통증이 악화하고, 그 빈도가 잦아졌다. 소염진통제를 먹어도 잘 듣지 않았고 복사뼈 부위에는 작은 덩어리가 잡혔다. 병원에서는 이씨에게 ‘통풍’이 왔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하유정 교수는 “이 씨의 경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통풍이 만성으로 악화됐다”며 “관절이 손상돼 변형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40세 이상 남성 중 갑자기 엄지발가락·발목·발등이 퉁퉁 붓고 빨개지며 찌르는 것 같이 욱신거리는 통증을 경험했다면 통풍을 의심해봐야 한다. 스치는 바람에도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와 괴롭다는 ‘통풍’이다. 통풍은 대표적인 남성 질환이다. 환자 10명 중 9명이 남성이고, 이 중 절반 이상이 40·50대다. 하유정 교수는 “진통제만 먹으며 통풍을 방치하면 만성신부전이나 관절 변형 같은 합병증까지 올 수 있다”며 “통풍은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이라고 말했다.



바늘모양 요산 결정이 관절통 유발통풍은 혈중 요산 농도가 높을수록(고요산혈증, 7mg/dL)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산은 퓨린이라는 세포 구성물질이 인체에서 대사되고 최종적으로 남은 산물이다. 퓨린은 체내에서 일정량 만들어지고, 고기·생선 같은 음식으로도 섭취한다. 인체는 매일 일정량의 요산을 생성·배출하면서 혈중 요산 농도 균형을 유지한다. 적정량의 요산은 혈압을 유지하고 중추신경계를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혈중 요산 농도의 균형이 깨질 때가 있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거나 과식으로 음식에서 섭취하는 퓨린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때다. 하유정 교수는 “탈수로 체액량이 줄면 그 자체로 요산 농도가 높아지고, 체액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신장의 배설 능력 또한 전반적으로 감소한다”고 말했다.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바늘 모양의 요산 결정(crystal)이 뭉치기 시작한다. 요산 결정이 피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관절 부위에 쌓이면 인체는 이를 세균·바이러스로 착각해 공격한다. 이 때문에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 반응이 생기면서 심한 관절통이 온다. 하 교수는 “온도가 낮을수록 요산 결정이 잘생긴다”며 “심장에서 먼 하지 쪽의 온도가 다른 신체 부위보다 낮은 편이라 발가락·발목·발등에 통풍이 잘 생긴다”고 말했다. 드물게 손가락·손목 관절에 통풍 발작이 오기도 한다.



 
통풍은 고요산혈증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돼야 나타나므로 주로 40대 이후 남성에게 잘 생긴다. 하 교수는 “최근에는 고기, 술을 많이 먹거나 비만한 젊은 남성도 많아지면서 체내 요산 수치가 높아져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기·술을 즐기지 않고 체중도 정상인데 통풍이 이른 나이에 진단되면 유전일 가능성이 높다. 환자 중 약 10%는 요산 생성·배설에 관여하는 유전자 변이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풍이 주로 남성에게 생기는 이유는 호르몬과 연관이 있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신장에서 요산이 배설되는 것을 촉진해 혈중 요산 수치를 낮춘다. 여성은 폐경 후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통풍 환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본인이 고요산혈증인지 여부는 건강검진의 혈액검사 항목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고요산혈증 환자 모두에게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다. 이중 약 20%가 통풍 관절염을 경험한다. 하 교수는 “고요산혈증이더라도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약물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며 “다만 통풍 발작을 경험했다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급성 통증이 오면 소염제로 염증을 가라앉힌다. 이후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요산 농도를 낮추는 약을 사용한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아플 때 진통제만 복용하고 마는 것이다. 대부분 급성 통풍 발작은 1~2주 내에 저절로 사라진다.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더 빨리 나아진다. 통풍 발작은 수개월의 간격을 두고 나타난다. 이 때문에 통풍을 놓쳐 합병증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있다. 염증이 진정돼 통증이 없어졌다고 해서 요산 수치까지 낮아지는 건 아니다. 하 교수는 “요산 수치가 계속 높으면 요산 결정이 몸 구석구석에 쌓여 신장질환이나 요로결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운동할 땐 수분 충분히 섭취해야1년에 두번 이상 통풍 발작을 경험하거나 요로결석이 생긴 경우, 신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만성 통풍 결절이 발생한 경우는 요산강하제를 써야한다. 통풍 환자가 고요산혈증을 방치해 만성이 되면 요산 결정이 덩어리를 이뤄 통풍 결절(혹)을 만들어내고, 결절 크기가 커지면서 뼈 관절을 손상·파괴한다. 발가락·발목·무릎 관절 등에 변형이 나타날 수 있다. 하 교수는 “통풍 발작을 한번 정도만 경험했다면 굳이 요산강하제를 시작하지 않고 식이관리와 위험인자 조절로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풍 환자는 운동을 할 때 탈수가 오지 않도록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 교수는 “체액량 변동이 심해 요산의 혈중 농도가 급격히 오르내릴 때도 통풍 발작이 잘 온다”고 말했다. 과식은 삼간다. 먹는 양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퓨린 섭취가 늘어 요산 수치가 높아지기 쉽다.



 알코올은 요산 배설을 방해하므로 되도록 마시지 않는다. 특히 맥주에는 퓨린 함유량이 높아 요산이 많이 생성된다. 특히 통증이 있을 때는 내장과 탄산·과일 음료, 술은 피한다. 등푸른 생선과 조개류·새우·소고기·돼지고기는 섭취량을 줄인다. 유제품과 퓨린이 함유된 채소는 섭취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급성 통풍 증상이 없을 때는 이들 음식을 조금씩은 먹어도 괜찮다. 하 교수는 “식이 관리도 중요하지만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반드시 치료를 병행해야 통풍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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