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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전투기 싸게 사고 기술 이전 바란 게 무리

중앙선데이 2015.10.18 01:30 449호 3면 지면보기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F-35A 전투기의 핵심 기술 한국 이전 문제에 대해 “조건부로도 어렵다”며 공식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한 한민구 국방장관과 워싱턴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한국이 7조3000억원을 들여 40대를 구매한 F-35A의 핵심 기술은 KF-X(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에 필수적인 것이다. 4종류의 핵심 기술은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장비(RF Jammer)다.



우리 정부와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미 록히드마틴의 F-35A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들 핵심 기술을 포함해 25종류의 기술을 이전 및 지원받을 수 있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AESA 등 4개 핵심 기술을 이전할 수 없다고 한국에 통보해왔다. 미국의 계약 위반이냐, 아니면 우리 정부의 업무 실수 또는 허위 보고냐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전문가 진단] 미국 핵심기술 이전 거부 당한 KF-X 사업

이후 국방부는 지난 8월 카터 장관에게 기술 이전을 당부하는 서한을 보냈다. 카터 장관이 15일 최종적으로 한 장관의 기술 이전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애초부터 미국이 F-35A를 판매하면서 우리에게 핵심 기술을 이전할 의무가 없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방사청·국방부·청와대 등 관련 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당국이 기술 이전이 가능하다고 ‘속인’ 경위와 그동안의 진행 과정이 철저히 재조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KF-X사업의 전면 재검토도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2025년까지 KF-X 시제기 개발, 2030년까지 4.5세대 F-16 플러스급 전투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핵심 기술 이전 차질로 시한 내 개발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지난 15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펜타곤(미 국방부)을 방문한 한민구 국방장관(오른쪽)이 사열대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동맹국에도 핵심 기술 이전 안 해논란은 우리가 F-35A 40대를 거금을 주고 샀으니 미국은 당연히 AESA 레이더 등 4가지 핵심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일본은 아시아의 F-35 정비사업을 독점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F-35 42대를 23조8000억원에 구입했다. 우리보다 세 배나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도 미국에 4개 핵심 기술의 이전을 요구하지 않았다. 즉 이들 기술은 애초부터 미국이 우리에게 절대 이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방위산업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전략기술을 동맹국에도 이전해준 적이 없다.



AESA 레이더 등은 유럽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최근 개발한 최첨단 기술이다. 그런데도 우리 당국이 최첨단 핵심 기술의 이전을 당연시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우리 역시 고등훈련기 T-50을 수출하면서 비행제어나 항전제어 소프트웨어와 같은 핵심 기술 이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4개 핵심 기술의 국내 개발 성공 가능성이다. 이는 고도의 기술력, 대규모 예산과 장기간 개발의 결과물인 만큼 정부의 의지와 함께 전력 공백과도 긴밀하게 연관된 사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과 KF-X 사업의 개발 일정, 공군의 전력 공백을 감안할 때 이들 4개 핵심 기술을 한꺼번에 개발해 KF-X에 장착한다는 것은 적합하지도 않고, 현실적인 계획도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KF-X 사업은 국내 최초의 전투기 개발 사업이자 공군의 노후기 대체를 위한 사업이다. 전력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사업목표, 전력화 시기, 효율적 사업 구도, 미국 정부의 기술 이전 승인 및 록히드마틴의 기술협력 참여 여부, 안정적 예산 지원 등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방사청이 전투기 개발에 내재된 사업적·기술적 리스크는 간과하고 막연한 장밋빛 전망에 기초해 사업을 추진해왔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방사청의 단순한 거짓말에서 시작됐다. 2014년 9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은 방사청이 선정했던 보잉의 F-15SE 60대를 록히드마틴의 F-35A 40대로 대체했다. F-X 3차 사업의 목표가 북한의 핵 기지 타격이었고, 국방비가 제한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록히드마틴의 기술 이전 범위가 문제가 됐다. 당시 4세대 전투기를 입찰한 보잉이나 EADS에 비해 5세대 최첨단 전투기를 입찰한 록히드마틴의 기술 이전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사업의 번복으로 곤란해진 방사청은 이번에는 록히드마틴이 4개 핵심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F-35A가 선정되더라도 KF-X 사업에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언론은 처음엔 지난 4월 기술 이전 불가 방침을 한국에 통보한 미 정부를 비난했다. 급기야 청와대 책임론까지 제기됐다. 그러다 곧바로 이 4가지 핵심 기술이 미국의 국방정책상 타국에 이전할 수 없는 기술임이 밝혀졌다. 그러자 방사청은 핵심 기술 4가지의 국내 개발 여부를 확인한 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서였다는 새로운 논리를 폈다. 이는 결국 미국에 대한 외교적·안보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방장관 배제된 무기 도입국 한국뿐KF-X 전투기 개발은 미국의 동맹국이 아닌 인도네시아와의 공동 개발을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KF-X는 미국의 원천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만큼 미국의 기술 이전이 전제되지 않으면 인도네시아와의 협력도 어렵고, 사업의 추진도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방사청이 현재 추진 중인 방식의 KF-X사업은 처음부터 실패할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였다. 인도네시아와 공동개발을 할 경우 미국이 기술 이전을 불허할 것이라는 예측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판단도 아니었다.



방사청은 전문성·효율성·투명성을 모토로 출범했지만 최근 방산 비리 등에서 나타나듯 기능 부전에 빠진 양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출범 당시의 기형적인 획득조직 개편에 있다. 노무현 정부는 부패를 막기 위해 국방부의 통제하에 각 군에 분산돼 있던 획득조직을 방사청으로 집중해 국방부 외청으로 독립시켰다. 이 조직엔 공무원을 대대적으로 충원했다. 현재 국방 획득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국방부 장관의 직접 통제에서 벗어나 운영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게다가 군사·무기·공학 지식이 부족한 일반 공무원이나 행시 출신 관료가 무기 획득사업을 관리하는 나라는 없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무기 전문 장교나 엔지니어들이 사업을 관리한다.



방산업체 “방사청은 공공의 적”방사청이 전문성 부족으로 거짓말까지 하는 동안 청와대·국방부·합참·공군, 그리고 국회는 속수무책이었다. 방사청 중심의 국방 획득구조하에서는 사업이 완전히 실패할 때까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기관의 개입이 비리로 간주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F-X 3차 사업의 기종이 결정됐던 2014년 9월 방추위의 정책결정이다. 이 사업의 ROC(군작전요구성능)에 스텔스 기능을 도입한 시기는 그 이전인 노무현 정부 때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핵 기지 타격과 당시 2016년으로 예상됐던 주변국의 스텔스기 전력화 대비 차원에서 사업을 구체화시켰다. 당시 스텔스 기종으로는 F-35가 유일했기에 수의계약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모든 사업에 최저가 경쟁입찰을 적용하라는 이명박 정부의 지침으로 인해 방사청은 F-15K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추위 최종 결정 전 전임 공군참모총장들의 문제 제기에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은 방사청이 선정했던 F-15SE 60대를 F-35A 40대로 대체했다. 만일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국방부 장관이 최종 결정 전에 개입했더라면 당연한 권한 행사라고 하겠지만, 현 제도하에서는 비리가 되고 만다.



이렇듯 최저가를 제출한 회사가 수주해 사업을 망치는 사태는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KF-16 성능 개량 사업, 대잠 헬기 사업, 통영함의 음파탐지장비(HMS), 추락한 무인 전술비행선 사업 역시 최저가 입찰업체가 선정돼 진행된 것들이다. 연속되는 사업 실패로 인해 현재 방사청은 군에는 내부의 적으로, 국내 방산업체들에는 공공의 적으로, 해외업체에는 형식적 절차를 위해 경쟁입찰을 남발하는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장경제에 맞는 방산산업 구조 시급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에 경제성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KF-X 사업을 취소하려 했다. 그러나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국제공동개발 방식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시장을 확보한다는 전제하에 KF-X 사업을 재추진했다. 이로 인해 KF-X 사업은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공동개발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술 지원을 받으면서 미국의 동맹국이 아닌 인도네시아와 전투기를 공동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방사청도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국방보다는 경제를 중시한 이 대통령에게 방사청이 이것을 설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때부터 KF-X 사업은 실패의 씨앗을 잉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 KF-X 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이면에는 방위사업을 반부패의 관점에서 추진한 노무현 정부의 방사청 개청, 방위사업의 특성과 공공성을 무시한 채 시장원리만을 적용한 이명박 정부의 최저가 경쟁입찰과 총사업비 제한제도 등 역대 정부의 정책 실패가 고스란히 누적돼 있다. 특히 집권 4년차를 향하는 시점에서 이를 방치한 박근혜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역대 정부의 정책 실패는 방사청의 사업 수행능력 부재, 공군의 전투기 지상주의, 사업이 완전히 실패할 때까지 합참과 국방부가 개입할 수 없는 현행 방위사업법, 민수산업과 방위산업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국회의 전문성 부재, 방위사업을 부패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청와대와 국회 및 여론, 그리고 사회적 논의 없이 감사원 감사와 검찰에 이관되는 감찰 풍토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시장경제체제에 부합되는 국방사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방사청의 임무와 역할을 단기·중기·장기 계획에 따라 조정해주는 작업도 선행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군 내에 군사과학대학원을 설립해 향후 민간인 방위사업 전문가를 육성해야 할 필요도 있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 바로잡습니다



본지는 2015년 10월 18일 ‘일본보다 전투기 싸게 사고 기술 이전 바란 게 무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 도입 시 21개 핵심 기술은 절충교역을 통해 이전받되 미 정부의 승인이 이뤄지면 AESA 레이더를 포함한 4개 항전 장비에 대한 체계통합기술도 추가로 이전받을 수 있다고 발표한 사실이 있을 뿐, 4개 기술을 포함해 25종류의 기술이전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의도적으로 홍보하거나 속인 적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방위사업청은 KF-X 사업 추진 과정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총 일곱 차례의 사업 타당성 조사를 통해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해 왔고 사업 목표, 전력화 시기, 사업적·기술적 리스크 등을 면밀하게 분석 관리해 왔으며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4개 장비의 개발 및 체계통합에 대한 국내 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필요시 해외 기술 지원을 통해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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