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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공조 대상 포함 … 대북 문제 한·미·중 협력 길 열려

중앙선데이 2015.10.18 01:30 449호 4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동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에선 경호상의 이유로 대통령 뒤에서 촬영할 수 없다. 이 사진은 연단 뒤에 미리 설치된 카메라를 리모컨으로 작동해 찍은 것이다. [AP=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16일(현지시간) 워싱턴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다. 미국은 대선(내년 11월) 정국으로 진입하고, 한국은 총선(내년 4월) 정국으로 진입하는 가운데 양국 대통령 모두 국내 정치적 부담 없이 마주한 사실상 마지막 정상회담이었다.


[박 대통령 방미 결산] 전문가가 본 한·미 정상회담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 전승절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 이후 미국 내에서 한국의 ‘중국 경사(傾斜)론’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개최된 회담이어서 주목됐다. 그런 점에서 한국외교의 중심축이 어디냐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중 정상회담과 열병식이 ‘화려한 외교’였다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오랜 친구처럼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다고 할 수 있다. 화려함이 자연스러움을 이길 순 없다.



이번 회담에서 거둔 성과는 적지 않다. 먼저 두 정상은 북한 문제만을 따로 다룬 공동성명을 냈다. 또 지역협력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체화한 공동설명서도 발표됐다.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의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한·미 동맹이 한국외교의 중심축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공조의 대상에 포함했다. 이로써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가 제로섬(zero-sum) 관계가 아닌 포지티브섬(positive-sum) 관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박 대통령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진화하는 한·미 동맹’에 대해 연설한 뒤 한·일 정상회담 계획을 밝힌 것은 미국에 준 최대의 ‘선물’이었다. 그동안 미국은 한·일 관계 경색으로 인해 한·미·일 공조체제에 이상기류가 생기고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나오면서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가 제로섬 관계로 인식되는 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껴왔다. 다음달 초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까지 개최되면 한·미·일 공조체제가 정상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미국은 기대할 것이다.



북핵 해결 확고한 의지 재천명구체적으로 이번 정상회담 의제별로 성과를 살펴보자.



한국으로선 아무래도 북핵과 한반도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 후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with utmost urgency and determination) 다루기로 합의했다”고 한 대목이다. 그동안 북핵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이란·시리아·쿠바 문제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만큼 한·미 정상이 앞으로 북핵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나가기로 합의했다는 것은 평가할 대목이다. 문제는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가에 있다.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모든 비핵화 대화 제의를 거부해 온 북한을 신뢰할 수 있고 의미 있는 대화로 가능한 조속히 복귀시키기 위해 중국 및 여타 당사국들과의 공조를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한·미·일 관계에 주로 써 온 ‘공조’ 대상에 중국을 포함함으로써 향후 한·미·중 공조체제를 본격 가동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은 “만약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 또는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적인 실질 조치를 포함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동시에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며, 북한 주민의 민생을 향상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과 같은 ‘전략도발’을 할 경우 단순히 안보리 차원의 제재뿐 아니라 북한의 ‘정권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인권 압박을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한국과 미국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비핵화라는 우리의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함으로써 북한에 문을 열어뒀다. 즉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올 경우 (적대시 정책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포괄적인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공동성명에서 “평화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고위급 협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함으로써 조만간 양국 정부 간에 ‘통일외교 고위급 대화’(가칭)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보면 “2009년 한·미 동맹 공동비전선언에 입각해 비핵화·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동맹과 통일을 개념적으로 연결하는 추상적 차원을 넘어 유리한 통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한·미가 협의하는 메커니즘에 합의했다. 따라서 한·미 동맹을 단순히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동맹이 아니라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 논의가 고위급 대화를 통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뉴프런티어가 한·미 관계 새로운 키워드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키워드 중 하나는 ‘뉴프런티어’(New Frontier)다. 공동성명 외에 발표된 ‘한·미 관계 현황 공동설명서’에는 국제평화유지, 기후변화, 개발협력, 폭력적 극단주의, 우주개발 등 범세계적 이슈에 대한 협력 강화 방안이 담겼다.



특히 이 설명서는 박 대통령의 ‘소녀들의 더 나은 삶(Better Life for Girls)’ 구상과 미국의 ‘소녀들을 위한 교육(Let Girls Learn)’ 구상과 연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협력 강화를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개발도상국 소녀들의 보건·교육을 지원하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한 한국이 그간의 개발협력 경험을 미국과 공유하고 개발도상국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지역협력도 담았다. 설명서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역내 신뢰를 구축하고 다양한 역내 도전에 대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성 김 대사를 미국 정부 담당관으로 지명하고, 28일 개최 예정인 2차 고위급 정부 간 협의회에 참여를 기대한다”고 적시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참석하게 돼 다른 국가들도 지난해보다 한두 단계 높은 인사를 보낼 경우 협의회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TPP 동참 위한 후속조치 서둘러야설명서에는 그밖에 한·미·일 협력 확대, 한·중·일 협력 강화 노력,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담았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동맹으로 평가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는 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적극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15일 미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7차 한·미 재계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한국이 TPP에 가입하게 되면 양국 기업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열린 CSIS 연설 직후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이미 TPP 참여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은 TPP에 있어서도 미국의 자연스러운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TPP 가입 의사를 표명했으므로 미국의 국내 비준 전망을 봐가며 언제 어떤 조건으로 가입하는 것이 좋을지를 놓고 전문가 토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등 국방 분야에서의 협력은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번 천안문 성루에서 중국 전승절 퍼레이드를 지켜봤던 박 대통령은 이번에 미 국방부(펜타곤)를 찾았다. 국빈 방문이 아닌데도 예포 21발 발사를 포함해 공식 의장행사를 받은 것은 한국 대통령으로선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KF-X 사업 핵심기술 이전 문제를 의식한 미 국방부가 파격적인 의전을 제공하되 한국 측의 요구를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민구 국방장관은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KF-X 사업 관련 핵심기술 이전을 재차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4대 핵심기술은 2025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KF-X 사업의 성공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기술이다. 미국이 방산기술협력 증진을 위한 한·미 협의체 구성에 동의했다지만 기술이전 거부에 대한 면피성이 강하다. 미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한국이 제한된 예산으로 10년 내에 자체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유럽국가에서 기술을 이전받는 것도 여의치 않음을 감안할 때 KF-X 사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라는 요구가 국내적으로 거세질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국빈 방문이 아니라 실무 방문에 가까운 공식 방문이었던 만큼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의제를 다양화하기보다 한두 가지 의제에 집중해야 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 문제와 동맹 문제에 초점을 맞췄고, 그 결과 좋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다른 문제는 미리 합의한 공동설명서로 대체한 것이 좋았다.



북핵 공동성명도 대체로 잘 됐지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자제하고 대화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추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북한 입장에선 미국이 북핵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다 갖고 있다. 제재와 인권 압박이라는 부정적 측면보다 핵 문제를 위한 포괄적 협상이란 긍정적 측면이 많아지도록 하기 위해선 북한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게 다소 불분명해 보인다. 일단 핵 활동을 동결한다고 선언만 하면 되는 것인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이 필요한 것인지, 6자회담과 더불어 미·북 양자회담도 가능한 것인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회담에 한국이나 미국은 관심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정상회담이 끝나면 맥이 풀리고 긴장의 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나 외교부가 실질적 성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당장 조만간 개최될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을 잘 준비해 향후 한·중·일, 한·미·일, 한·미·중의 ‘소(小) 다자협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외교통상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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