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댐·4대강으론 ‘물 안보’ 한계 … 지능형 수자원 연결망 시급

중앙선데이 2015.10.18 01:06 449호 14면 지면보기

1 충남 예당저수지의 낚시용 좌대가 저수지 바닥에 내려앉아 있다. 예산=김성태 프리랜서



16일 충남 보령시 미산면의 보령댐. 계속된 가뭄에 저수율이 20% 안팎까지 떨어졌고, 댐 수위는 평소보다 12m나 낮아져 수문이 완전히 물 밖으로 드러났다. 댐 상류 쪽은 넓은 땅이 거북의 등처럼 갈라져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보령권관리단 박종덕 운영팀장은 “평상시 10월 초에는 댐에 물에 많이 차 있는데, 가을철 기준으로는 1998년 댐 준공 이후 가장 낮은 것”이라며 “내년 장마철까지는 물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42년 만의 대가뭄, 어떻게 극복할까

 올 1~9월 전국의 강수량은 평균 716.9㎜로 평년의 60%에 불과하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증발량이 늘고 지표면의 물이 부족해진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뭄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 부족은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로 향후 국내에서는 연간 최대 9억㎥의 물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각 산업 분야의 생산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4년째 가뭄이 계속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올해 27억4000만 달러(약 3조25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필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물 안보(water security)’ 개념을 정립하고 중장기적인 가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를 위해 정부와 국민이 총력을 기울이듯 가뭄과 홍수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2 충남 보령댐의 저수율이 21%로 떨어지면서 수문이 완전히 물 밖으로 드러났다. 저수율이 60%를 웃돌았던 예년 10월 초와 비교하면 수위가 10m 이상 낮아졌다. 보령=김성태 프리랜서



호주 퀸즐랜드 2008년부터 6조원 투자박성재 미래자원연구원 원장은 “새로운 수자원 확보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기존 수자원의 활용도를 최대로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워터 그리드(smart water grid)’, 즉 지능형 수자원 연결망이다.



 호주 퀸즐랜드주(州)는 2008~2012년 69억 호주달러(약 6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남서부 지역의 댐과 지하수, 하수처리장 방류수, 해수 담수화 시설 등을 연결하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를 구축했다. 지역 내 수자원의 수요와 공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모니터링 기술과 취수·배분하는 기술 등을 적용해 여유가 있는 지역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물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도 중서부 미시시피강 주변의 홍수를 예방하고 물이 부족한 서부지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스마트 워터 그리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2009년에는 ‘국가 스마트 워터 그리드 법’(National Smart Water Grid Act)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2012년 스마트 워터 그리드 연구단을 구성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면 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세계 물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스마트 워터 그리드를 한꺼번에 대규모로 도입하기보다는 작은 지역에서 소규모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등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물 관련 업무도 하나로 모아서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부처별로 가뭄을 판정하는 기준도 댐 용수공급량, 수돗물 제한급수 상황, 저수지 저수율 등으로 다르고 중점 물 관련 업무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 같은 심각한 가뭄에도 체계적인 대응이 어렵다. 정부는 가뭄이 심각해진 지난달 말에야 총리실 산하에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물관리협의회를 부랴부랴 구성했다.



조직·예산 통합 안 되면 제역할 못 해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승 박사는 “20년 넘게 물 관리 일원화 논의를 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별 ‘밥그릇’ 싸움으로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했다. 경제 강국인 우리가 물 관리 통합을 못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물관리기본법’이 발의돼 있고 16일에는 공청회도 열렸다. 중앙정부에는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지방에는 권역별로 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자는 게 법안 내용이다. 위원회는 물의 배분 정책을 수립하고 수자원 개발·이용을 둘러싼 갈등 조정도 하게 된다. 하지만 행정 조직이 통합되지 않고 예산 편성권도 없다면 물관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워터 그리드 등을 통해 수자원 통합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법적·제도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않으면 기술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장기 가뭄 대책으로 원주댐·봉화댐·대덕댐 등 총 14개의 중·소 규모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큰 규모의 댐을 지을 만한 장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몰과 주민 이주, 환경 훼손, 경제성 문제 등을 들어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찮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다목적댐과 농업용댐이 1만8000개(국제대댐학회에서는 높이 10m 이상을 댐이라고 규정)가 되는데, 댐을 더 짓는다고 물을 채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기존 댐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댐과 댐, 댐과 보를 연계 운영하고 갈수기와 홍수기 수위 조절을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댐 안전성과 하류 홍수 조절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댐에 물을 더 담아둔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1조원의 예산을 들여 4대 강 16개 보에 확보된 7억2000만㎥의 수자원을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충남지역 가뭄 해소를 위해 금강 백제보에서 보령댐 상류까지 21㎞를 도수관으로 연결, 하루 11만5000㎥씩 보령댐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보에 확보된 물을 상류의 가뭄 지역으로 보내려면 펌프를 가동해야 한다. 생활·공업용수가 아닌 농업용수와 하천 유지용수를 위해 전력을 사용할 경우 경제성이 맞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수돗물 누수 물값만 연간 5600억원 경북 포항시는 지난해 8월부터 포항하수처리장에서 하루 10만㎥의 물을 매일 포스코와 철강산업단지의 공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포항시는 또 흥해하수처리장 방류수 하루 9000㎥를 인근 농지에 공급하고 있다. 지하수토양환경학회 한정상(전 제주대 석좌교수) 고문은 “현재 지하수 이용량은 연간 33억㎥로 사용 가능량의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하수를 모으는 지하수댐 등을 개발한다면 가뭄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해법은 빗물 저장·이용이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의 20~50%를 모아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세워진 주상복합 ‘스타시티’ 지하에는 3000㎥ 규모의 빗물 저장시설이 설치됐고, 1년에 약 6만㎥의 빗물을 활용해 화장실용수 등으로 사용한다.



 수돗물 누수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전국 평균 수돗물 누수율은 10.7%(2013년 기준)다. 연간 6억5600만㎥, 금액으로는 5572억원어치가 샌다. 환경부는 노후 상수관 등을 보수하는 데 매년 1800억원씩 투자하면 2027년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kang.chansu@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