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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공강우로 강수량 20% 늘린 경험 … ‘날씨 조작’으로 타 지역 피해 논란도

중앙선데이 2015.10.18 01:03 449호 14면 지면보기
가뭄이 계속되면서 인공강우 등 과학적 해결 방법에 대한 관심이 부상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인공강우를 포함한 150개 이상의 날씨 조절(weather modification)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핵심은 요오드화은(AgI) 같은 화학물질을 공중에 뿌려 얼음 결정을 만들거나 물방울이 맺히도록 해 눈·비가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인공강우 실험은 1946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세계에서 가장 대규모 인공강우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때 날씨를 맑게 하기 위해 인공비를 뿌렸다. 개막식 때 화려한 불꽃놀이를 위해 당일 오후에 요오드화은을 탑재한 1100여 개의 로켓을 발사했다. 비구름이 베이징 상공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리 차단한 것이다.


가뭄 극복할 과학적 대안은

 성(省)별로 한 곳 이상의 기상조절센터를 설치한 중국은 2013년 10월에 백두산의 산불 예방을 목적으로 10㎜ 안팎의 인공비를 내리게 했다. 중국 정부는 식량 확보를 위해 동북지역에서만 연간 1억5000만 달러(1668억원)의 예산을 투입, 연간 550억㎥(소양호 저수용량 29억㎥의 19배)의 수자원을 인공강우로 확보할 계획을 2011년 세운 바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등 11개 주에서 인공증설·인공강우·우박억제 등 상업적인 목적으로 날씨 조절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다. 인공강우를 통해 강수량을 20% 정도 늘릴 수 있고, 2013년 한 해 캘리포니아에서 4억9300만㎥(소양댐 저수량의 17%)의 물이 인공강우로 공급됐다. 업계에서는 인공강우를 사용하면 ㎥당 2원 정도의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는 ㎥당 32~97원 정도 비용이 소요된다는 분석을 내놓아 경제성 논란도 있다.



 지난 3월 프랑스에서는 한 업체가 결혼식 패키지 상품으로 맑은 날씨를 제공하겠다고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비행기와 조종사, 기상학자가 함께 작업을 벌여 구름 씨앗을 뿌리고 날씨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2001년 도쿄에서 인공강우 장치를 가동해 오고치 댐 상류에 50㎜의 비가 내리는 데 성공했지만, 2013년 8월에는 강수량이 0.5㎜를 넘지 않아 인공강우 영향인지 논란이 됐다. 인도네시아·태국 등지에서도 스모그를 해결하거나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인공증우, 강우억제, 구름소산, 우박억제, 안개저감 등의 실험을 하고 있다. 매년 5월 9일 나치 독일을 무찌른 제2차 세계대전 전쟁승리기념일에는 강수 억제에 나서기도 한다.



 우리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가뭄이 심할 때엔 연구가 반짝 진행되지만 가뭄이 끝나면 연구가 중단되기를 반복했다. 항공기를 빌려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된 것은 2008년이다.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오성남 교수는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인공강우를 연구하는 인력도 많지 않은데 그나마 자주 바뀌면서 연구 성과도 별로 축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연구예산은 2012년 연간 5억원, 2013년 이후는 연간 8억2000만원 수준이다. 인건비와 항공기 임대료 등이 대부분이다.



 2010년 3월 기상과학원이 인공강설 실험을 한 결과, 용평스키장에는 40분간 눈 1㎝가 내렸다. 또 같은 해 4월에는 수도권 일대에 염화칼슘을 사용한 실험에서 1.5㎜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서는 올 연말 인공강우 실험이 가능한 13인승 항공기(킹에어 350)를 들여올 예정이다. 기상 측정장비를 포함한 162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국립기상연구소는 내년부터 2017년까지 실용화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확보한 뒤 2018년부터 본격적인 실용화 기술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공강우는 날씨 조작으로 인해 홍수·가뭄 등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과학 윤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 내에서는 비구름을 싹쓸이해 다른 지역에 내릴 비까지 가져가는 ‘구름 도둑’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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