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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의 달콤한 유혹

중앙선데이 2015.10.18 01:03 449호 18면 지면보기
임대주택의 유혹이 시작됐다. 꽤 섹시하다. 정부가 중산층을 겨냥해 야심 차게 추진하는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말이다.



첫 작품이 괜찮은 점수를 받고 데뷔했다. 지난달 인천시 도화지구에 분양된 뉴스테이 1호 e편한세상 도화(대림산업)는 평균 5.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낸 데 이어 계약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완판’됐다.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 오목천동에 분양된 수원 권선 꿈에그린(한화건설)의 경쟁률은 3.2대 1이었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뉴스테이는 매력적인 임대주택이다. 임대기간이 8년 이상이어서 안정적이고 임대료 인상률이 연간 5% 이하여서 임대료 급등을 걱정할 필요 없다. ‘보증금+월세’의 반전세(보증부월세) 형식인데 보증금을 늘리면 월세를 낮출 수 있다.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는 데 적용되는 이율(전월세 전환율)이 3% 정도로 낮다. 한국감정원의 조사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평균 전환율이 5.6%로 나타났다.



1·2호 성공적인 데뷔대형건설사가 짓고 관리해주기 때문에 믿음직하다. 임대라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지 않고 일반 분양 아파트 못지 않다.



여기다 분양받을 수 있는 문턱이 낮다. 국내의 새 아파트, 그것도 임대주택의 분양제도는 무주택 기간이 긴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소득 제한도 없다. 뉴스테이는 주택 보유나 해당 지역 거주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든 대상으로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운만 좋으면 된다.



뉴스테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작인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보금자리주택은 ‘반값 아파트’로 불릴 만큼 분양가가 낮아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주택수요를 끌어들이면서 민간 주택건설업체의 ‘밥그릇’을 빼앗는 꼴이었다.



뉴스테이는 임대료를 주변 시세 수준에서 정하고 세제 등 각종 혜택을 내세워 민간 업체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매매수요를 꺾을 수 있는 임대주택 정책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전세난 때문이다. 집 살 생각 없이 임대를 고집하면서 천정부지의 전셋값 부담을 안고 있는 중산층을 위해서다. 상당한 목돈을 요구하는 전세난은 중산층 문제이고 이미 사회·정치적 이슈가 됐다.



그런데 중산층용 임대주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택경기가 달아오르던 2004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5㎡를 초과하는 중형 임대를 내놓았다. 중산층 임대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매매 수요를 전세로 돌려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의도였다.



집값이 급등세이던 2007년엔 서울시(오세훈 시장)가 주변 시세의 80% 이하 수준에서 20년까지 살 수 있는 시프트(장기전세주택)를 내놓았다. 역시 매매수요를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들어 있었다.



이들 대책은 임대대책이라기보다 매매대책이란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다소 불순한 의도로 태어나다 보니 결과가 썩 좋지 않다. 중형 임대는 일정 기간(5년) 뒤 분양전환(소유권 이전)되다 보니 셋집을 원하는 수요보다 분양전환 후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더 몰렸다.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규모가 큰 주택이 홀대받으면서 중형 임대는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다.



시프트는 싼 보증금과 장기 임대기간으로 인해 분양 때마다 높게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큰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매매 여력이 충분한 계층에 대한 특혜이고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발목을 잡는 ‘반시장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월세가 없는 순수 전세 방식으로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사회적 추세를 외면하고 있기도 하다.



장기 임대 수요 위해 임대기간 늘려야뉴스테이는 임대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임대주택이다. 지역에 따라 월세가 100만원 이상으로 올라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충분히 감내하려는 수요가 있다.



뉴스테이가 중산층 임대주택으로 제자리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입지가 관건이다. 특히 교통이 편리하고 학교 등 기반시설이 넉넉하게 확보돼 있는 도심 공급이 중요하다. 도심 땅 확보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8~10년의 임대기간이 끝난 뒤가 문제다. 계속 임대로 살려면 세입자는 다른 임대주택을 구해야 한다. 매매를 위한 사다리로서가 아니라 계속 임대로 거주하려는 수요를 감안해 임대기간을 더 늘리든지 할 필요가 있다. 업체가 임대기간이 끝난 뒤 분양주택으로 팔면 임대주택 재고물량이 줄어들게 된다.



도심 전세난은 뉴스테이로 풀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 재고주택을 활용해야 한다. 임대시장의 가장 큰 손인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다. 다주택자를 통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등 혜택을 늘려야 한다.



 



 



안장원 기자?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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