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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주기는 6년, 38년, 124년 올해는 38년과 124년 겹쳤다”

중앙선데이 2015.10.18 01:00 449호 14면 지면보기

중앙포토



“2012년 가뭄은 2015년 대가뭄을 앞둔 ‘몸풀기’ 성격이 강하다. 몸풀기에 들어간 가뭄이 2015년 본격 상승 곡선을 긋기 시작해 2025년 초대가뭄으로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


대가뭄 예측한 부경대 변희룡 교수

 2012년 6월 중앙SUNDAY와 만난 부경대 변희룡(환경대기과학과·사진) 교수는 이런 주장을 했다. 당시 제주도와 남해안을 제외한 한반도 대부분 지역에서 두 달째 비가 내리지 않고 있었다. 충남과 전북 서해안 일대에선 식수난을 겪을 지경이었다.



 2015년 10월 현재 한반도는 바짝 메말라 있다. 그의 주장은 예고가 된 셈이다. 그때 당시 변 교수가 대가뭄을 예측한 근거는 ‘가뭄 주기설’이었다. 6년, 38년, 124년마다 한반도에 큰 가뭄이 찾아오는데 2015년이 그 주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 가지 주기를 실록 등 각종 고문헌을 바탕으로 찾아냈다. 1777년부터의 강우량을 조사해 ‘효과가뭄지수(EDI:Effective Drought Index)’를 분석했다. EDI는 변 교수팀이 개발한 가뭄지수로 비가 오고 난 뒤 유출된 양을 빼고 남은 물, 즉 유효수자원량(지하수·표층수 등)을 계산해 평년치와 비교한 값이다. 가뭄의 강도를 알려준다. 그 값이 0이면 정상이고, -1 이하인 경우 약한 가뭄, -1.5 이하는 심한 가뭄, -2.5부터는 극심한 가뭄을 의미한다. 이 수치에 따르면 현재 한반도의 가뭄 수준은 -2.7에 이른다. 변 교수는 “이 계절에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수치이고, 100번의 가뭄 중 한 번 발생할까 말까 한 극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6년 주기 가뭄은 거의 틀림없이 나타났다고 변 교수는 주장한다. 1988년 충남, 94년 전남, 2001년 경기도, 2006년 전남·경남에서 가뭄이 발생한 게 증거다.



 38년 주기는 EDI를 토대로 한 ‘가뭄 지도’에서 나타났다. 1901년, 39년, 77년에 EDI 수치 -2를 밑도는 극심한 가뭄이 기록됐다는 것이다. 38년 주기의 가뭄은 지속기간이 길고 피해도 전국적인 특징이 있다. 주기에 따르면 77년 이후 또 38년이 흐른 올해는 대가뭄의 해다. 통상 대가뭄은 정점인 시기보다 2~3년 앞서 시작되니까 그가 중앙SUNDAY를 만난 2012년은 가뭄이 시작하는 해였던 셈이다. 38년 주기 가뭄의 또 다른 특징은 해당 연도보다 이듬해에 더 극심하다는 점이다. 변 교수가 “올해보다 내년의 가뭄이 더 극심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강우량 기록으로는 두 번 확인되지만, 가장 긴 124년 가뭄 주기에 해당하는 해는 1777년과 1901년이다. 변 교수는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 등 사료에서 124년 주기의 단서를 더 발견했다. 주기에 해당하는 해에 고구려·백제 멸망 등 변란이 발생하고, 기우제 언급이 많고,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식의 기록이 있다.



 124년 주기에 따른 다음 대가뭄은 2025년이다. 이 가뭄은 정점을 전후로 10~15년씩 가물어 20~30년 이상 지속된다. 더구나 이번엔 38년 주기와 중첩돼 당분간은 사정이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 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앞으로 20년간은 가뭄이 빈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뭄 주기가 왜 생기는지, 그에 대한 설명은 명확하지 않다. 변 교수도 “6년 주기 가뭄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것”이라거나 “124년 주기도 수학적 개념은 아니고, 자료를 통해 유추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기가 가뭄 발생에 대한 모든 걸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고도 했다. 과거 기록 분석을 통해 가뭄 주기가 도출됐을 뿐 과학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가뭄 주기설’은 기상학계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대기 과학의 상식으로 설명이 안 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한 기상전문가는 “대기과학에도 주기가 적용되는 게 있다. 엘니뇨의 경우 2~7년 사이에 발생하는 주기를 갖고 있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고 검증이 된다”며 “과학적 논리라는 건 설명과 예측은 어려워도 사후 검증은 가능해야 하는데, 가뭄주기설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최소한 주기설이 받아들여지려면 통계학적으로 입증이 돼야 하는데, 124년 주기의 경우 한두 번 확인됐을 뿐이어서 통계학적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가뭄과 관련해 엘니뇨 탓이냐, 아니냐는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여름 장마 때 비가 적게 내린 것이 엘니뇨가 발생함에 따라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기상청에서는 반드시 엘니뇨 탓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상청 김용진 통보관은 “북태평양고기압이 남북으로 세력을 확장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엘니뇨는 주로 적도 부근에 영향을 미치고 한반도에는 영향이 적은 데다 가뭄이 중부지방에 국한돼 있다”고 말했다. 엘니뇨의 직접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상청 김현경 기후예측과장은 “올겨울 엘니뇨로 인해 한반도에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겨울철 강수량 자체가 많지 않아 가뭄 해소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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