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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취향 완성할 단 하나의 손목시계

중앙선데이 2015.10.18 00:27 449호 24면 지면보기
손목시계가 필요 없어진 시대. 누구나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기계식 시계가 추구해온 정확성, 편리함 등은 무의미해졌다. 시계는 이제 시간이 아니라 나를 말해주는 물건이 됐다. 저마다 ‘최고’라고 주장하는 명품시계 중에서 단 하나의 ‘내 것’을 찾는다면 어떻게 골라야 할까. 9월 30일부터 나흘간 홍콩 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열린 아시아판 SIHH(매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고급시계박람회) ‘워치스 앤 원더스’ 행사에 등장한 명품시계 브랜드들의 개성과 철학을 중앙SUNDAY S매거진이 살펴봤다. ?



 


2015 홍콩 ‘워치스 앤 원더스’ 가보니

랑에 운트 죄네의 조립 장인



고급시계는 뭐가 다를까. 오랜 세월 스위스의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들은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 외에 투르비옹(중력으로 인한 오차를 상쇄하는 장치), 퍼페추얼 캘린더(윤년까지 잡아내는 날짜 자동계산 장치), 미닛 리피터(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 등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구현하는 자체 기술력을 자랑해 왔다.



하지만 세상에 첨단 테크놀로지가 넘쳐날수록 역사와 전통으로 회귀하는 게 고급시계다. 2001년 설립된 젊은 브랜드 리차드 밀이 다이얼 위에 태고의 꽃인 목련을 피우고, 1997년 시계 사업에 뛰어든 몽블랑이 15세기 대항해시대를 연 바스코 다 가마를 내세우는 식이다. 물론 전통에 대한 공통된 헌사를 기본으로 저마다 고유한 미학에 천착한다. 예술성, 장인정신, 복잡성과 희소성 등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가치는 미묘하게 다르다.

몽블랑 ‘빌르레 투르비옹 실린더릭 나이트스카이 지오스피어’



남다른 스케일로 남성미 발산 2015 워치스 앤 원더스 최고의 셀러브리티는 영화배우 휴 잭맨이었다. 그는 몽블랑의 신제품 바스코 다 가마 컬렉션을 착용하고 있었다. ‘맨 중의 맨’ 휴 잭맨을 홍보대사로 내세울 만큼 남성미를 강조하는 몽블랑이 선보인 신제품은 ‘빌르레 투르비옹 실린더릭 나이트스카이 지오스피어’. 다이얼에 남반구의 밤하늘과 바스코 다 가마의 항해 이야기를 담았다. 대항해를 성공으로 이끈 선장의 용기와 열정이 바로 몽블랑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라는 것이다.



다이얼 상단에는 정밀한 기술력의 상징인 원통형 투르비옹이 위성처럼 돌고 있고, 하단에는 두 개의 구체가 북반구와 남반구의 낮밤의 변화를 보여준다. 24시간 단위의 월드타임 디스플레이 디스크가 탑재돼 휴 잭맨이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내 아이들이 지금 뭘 할 시간인지 알려주는 유용한 기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파네라이 ‘라디오미르 1940 투르비옹 GMT 오로 로소’



파네라이 역시 남성미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매니어들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유대감을 다질 정도로 팬덤이 두텁다. 1936년 이탈리아 해군의 군용 시계로 출발한 만큼 여느 시계보다 큰 47mm 케이스에 야광 인덱스, 뛰어난 방수성과 내구성을 자랑한다. 특유의 미니멀리즘으로 매년 큰 변화 없는 한결같은 디자인에 가치를 부여하는데, 이탈리아의 디자인 감성이 담긴 쿠션형 케이스는 1936년부터 유지된 파네라이의 시그니처다.



올해도 엇비슷한 신제품들 중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기리는 스페셜 에디션 ‘라디오미르 1940 투르비옹 GMT 오로 로소’가 돋보였다. 고스란히 내부를 노출하는 스켈레톤 무브먼트가 투르비옹을 품고 있는 초호화 모델이다.

출품된 시계들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다이얼 위에 오른 예술혼 손목시계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었다. 최초의 현대식 손목시계인 까르띠에 ‘산토스’(1904)도 공군 파일럿을 위해 탄생했고, 항해나 전투를 효율적으로 치르기 위한 섬세하고 정밀한 도구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최근 여성 시계가 부각되면서 공예와 주얼리적인 요소를 강화해 예술적인 가치를 담은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반 클리프 아펠 ‘오와조 앙샹떼 엑스트라오디네리 다이얼’



‘시간의 대서사시’라는 테마로 시계에 감성을 담는 반 클리프 아펠은 최초로 광물과 자연재료를 동시에 사용한 ‘오와조 앙샹떼 엑스트라오디네리 다이얼’ 컬렉션을 선보였다. 자연의 질감을 다이얼에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날아오르거나 꽃봉오리에서 꿀을 모으는 새의 모습은 페더 아티스트가 실제 새의 깃털을 다듬어 한올한올 색을 입히고 입체적으로 재배치한 것. 하드 스톤 마쿼터리 기법으로 배경에 광물 장식을 더해 일렁이는 파도와 물기를 머금은 바람까지 표현했다.



탐스러운 보름달을 다이얼 위로 가져온 피아제의 ‘라임라잇 스텔라’는 자체제작 무브먼트와 주얼리시계의 강자인 피아제가 선보인 최초의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시계다. 여성미를 상징하는 달의 서정적인 미감을 문페이즈(달의 형상과 주기를 반영하는 장치) 기술력으로 완성했다. 보름달 주위로 작은 별과 별자리의 디테일, 원형 케이스와 타원형 다이얼 사이에 촘촘히 세팅된 다이아몬드, 순백의 가죽 스트랩까지 클래식한 아름다움의 정석이다. 일반 문페이즈 시계가 2년 반 뒤부터 오차가 나타나는 데 비해 122년 뒤에 처음 오차가 나타날 정도로 정교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주얼리 브랜드로서 기술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에 앞장서온 까르띠에는 ‘끌레 드 까르띠에’ 컬렉션을 내놨다. 옛날 괘종시계의 열쇠로 밥을 주던 원리를 크라운 와인딩에 적용해 편리함과 서정성을 더한 것. 완만한 아치형 사파이어가 세팅된 크라운이 바로 이 시계의 ‘열쇠’다. 여기에 미스터리 무브먼트까지 더한 뜻깊은 모델이 ‘끌레 드 까르띠에 미스터리 아워 워치’. 핸즈가 무브먼트에 연결되지 않고 떠있는 듯 보이는 까르띠에만의 미스터리 디스플레이는 1912년 탁상시계로 시작돼 2013년 처음 손목시계에 적용됐다. 투명함이 돋보이는 미스터리 창과 검 모양 핸즈, 선명한 사파이어 블루의 로마 숫자 인덱스 사이를 파낸 스켈레톤 다이얼에 독특한 타원형 케이스까지 긴장감 넘치는 매력을 발산한다.



 

랑에 운트 죄네 ‘1815 200th Anniversary F.A.Lange’



자부심 충만한 장인의 기술력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브랜드들은 자체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과 장인정신으로 충만하다. 랑에 운트 죄네는 이번 행사에 모인 12개 브랜드 중 유일한 독일 국적. 장식성을 배제하고 본질로 승부하는 ‘독일 시계의 자존심’이다. 브라운의 디터 람스 디자인을 보는 듯 미니멀하면서 클래식한 아름다움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는 가치다. 전체 브랜드 중 유일하게 신제품이 아닌 역사 중심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창립자 랑에 가문의 후계자가 직접 부스 투어를 돌며 조립과정을 시연중인 장인을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 창립자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1815 200th Anniversary F.A.Lange’ 에디션은 노르스름한 허니골드 케이스와 정교한 질감의 다이얼 코팅처리가 특징. 이런 보기 드문 마감 방식은 실버 도금 처리가 빛났던 역사적인 정밀 관측 시계와 항해용 시계를 만든 랑에 운트 죄네만의 역사에 대한 오마주다.

예거 르쿨트르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무브먼트’로 기네스북에 오른 ‘칼리버 101’을 만든 예거 르쿨트르는 무브먼트 제조사로 출발해 유서깊은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대표적인 브랜드. 올해 내놓은 ‘지오피직 컬렉션’도 브랜드의 역사를 토대로 탄생했다. 국제지구물리관측년이었던 1958년 발명한, 북극의 강력 자기장에도 정확성을 유지하는 전설적인 항해용 시계에서 받은 영감에 현대적인 미감을 더했다.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은 복잡한 기술은 숨기고 간결한 라인만 드러냈다. 세계지도를 새겨 넣은 다이얼은 고정돼 있지만 모바일 디스크로 24개 표준 시간대를 동시에 읽을 수 있다. 사용자가 자신의 시간만 조정하면 세계여행을 해도 다시 세팅할 필요가 없다. 현지 시간은 초단위까지 정확성을 잃지 않도록 자동으로 핸즈가 움직이면서 맞춰지는 정교한 구조다.

몽블랑 부스 현장

바쉐론 콘스탄틴 ‘레퍼런스 57260’



컴플리케이션의 끝판왕 바쉐린 콘스탄틴은 1755년 시작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제조사’라는 명성에도 전통에 매이지 않고 새로운 차원의 기술력에 도전해 왔다. 주문 제작으로 단 하나의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의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제작하며 최고로 복잡한 기술과 유일무이한 희소성을 추구해 온 것이 260년 역사다.



올해는 한 대부호의 주문으로 8년간 개발한 포켓워치 ‘레퍼런스 57260’을 선보였다.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력으로 2800개 부품을 사용해 총 57개의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했다. 앞뒤 양면의 커다란 다이얼은 시계가 아니라 항공기 계기판을 보는 듯한 복잡함의 극치다. 그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히브리 퍼페추얼 캘린더와 혼천의 투르비옹 등 57개 기능 대부분이 전혀 새로운 ‘현존 최강의 시계’다.

로저 드뷔 ‘엑스칼리버 브로셀리앙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기상천외한 기술력을 보여주는 젊은 브랜드도 있다. 1999년 설립된 로저 드뷔는 모든 자체 제작 무브먼트가 까다로운 제네바 인증을 받고 있는 유일한 브랜드다. 최고의 기술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현란한 비주얼도 유명한데, 기존의 곡선 무브먼트를 탈피해 기하학적인 별모양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만든 ‘모던 스켈레톤의 개척자’다.



올해는 여성시계 신제품 ‘엑스칼리버 브로셀리앙드’를 통해 또 하나의 창조적 스켈레톤을 선보였다. 매혹적인 핑크색 가죽 스트랩에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세팅된 핑크골드 케이스와 아이비 잎사귀를 품은 스켈레톤의 조합이 절묘하다. 아서왕 전설 속 아이비 덩굴모양을 구현하기 위해 스켈레톤 골격을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해 신기술의 경지를 보여줬다.

리차드 밀 ‘RM27-02 라파엘 나달’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나달이 경기중에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리차드 밀도 커다란 사각 다이얼에 복잡한 메커니즘을 그대로 노출한다. 스포츠카 매니어인 설립자 리차드 밀이 시계 케이스에도 스포츠카의 날렵한 디자인을 도입하고 스켈레톤 마저 자동차 내부를 연상시키게 고안한 것. 2001년 설립된 가장 젊은 브랜드지만 모든 모델에 최고의 컴플리케이션과 우주공학에 사용될 법한 신소재를 적용해 승부한다.



신제품 ‘RM27-02 라파엘 나달’은 미세한 균열도 허용치 않는 NTPT 카본 소재를 사용해 매우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역시 레이싱 카의 샤시에서 영감을 얻어 케이스와 베이스 플레이트까지 하나로 연결한 유니 케이스는 견고함을 극대화하는 독자적인 기술이다.

보메 메르시에 ‘클립톤 1830 포켓워치’



합리적인 당신이라면 12개 브랜드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로 다가오지만 알고 보면 185년이라는 세계 7번째 워치메이킹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보메 메르시에다. 올해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해 기술력 과시의 해로 정하고 최상위 컴플리케이션 기능인 미닛 리피터를 탑재한 ‘클립톤 1830 포켓워치’를 한정 출시했다.



18K 레드골드 케이스로 감싼 단정한 다이얼에 레드골드 인덱스와 핸즈를 장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뒷면은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50m 방수기능까지 탑재해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편, 합리적 가격대를 추구하는 일관된 정책상 미닛 리피터가 시·쿼터·분으로 나뉘는 3공이 아닌 시·5분 단위의 2공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것도 재미있다.

IWC ‘포르토피노 핸드 와인드 모노푸셔’



한편 최근 한국시장에서 급부상중인 브랜드가 IWC다. 드라마 ‘용팔이’의 주원 시계, ‘애인 있어요’의 지진희 시계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사실 IWC는 태생부터 스위스 최첨단 기술에 비즈니스 마인드가 결합된 브랜드다. 1868년 당시 시계 산업이 성황이던 미국 보스턴 출신 F.A.존스가 첨단 기술력을 찾아 스위스 샤프하우젠에 세운 다국적 회사로, 초창기부터 실용적인 기능과 간결한 디자인으로 승부해 왔다.



올해는 절제된 우아함으로 사랑받고 있는 포르토피노 컬렉션에 IWC 최초로 모노푸셔 기능을 추가한 ‘포르토피노 핸드 와인드 모노푸셔’를 선보였다. 여러 개의 푸시버튼 없이 크라운에 섬세한 아치형 디자인 하나만을 더해 60분까지 정밀한 시간 측정이 가능해져, 크로노그래프(스톱워치 기능을 가진 시계) 특유의 번잡함 없이 간결하고 세련된 IWC만의 클래식한 외관을 완성했다. ●



 



 



홍콩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nag.co.kr, ?사진 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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