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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R&D에 40여 년간 집중 투자 스타트업 인재 배출

중앙선데이 2015.10.18 00:12 449호 6면 지면보기
‘SW 연금술’ 시대다. 소프트웨어(SW)는 사물을 첨단으로 바꾸고 산업을 혁신으로 이끈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무인차, 유전자 분석, 웨어러블, 드론, 생체인식, 3D프린팅까지. 미래 유망 기술에는 어김없이 SW가 녹아 있다. 첨단산업뿐 아니라 전통적인 농업까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끈다. SW는 혁신의 도구이자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다. 이미 세계는 SW 개발의 치열한 전쟁터가 됐다. ‘SW 강국 코리아’를 실현할 우리의 인재 양성 수준은 어디쯤 와 있을까.




소프트웨어 교육이 미래다: 각국 소프트웨어 교육 지원 정책

소프트웨어(SW) 산업의 전장은 미국이 주도한다. 가위 독보적이다. 통계상으로 다른 국가와의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SW 시장 규모는 1조560억 달러다. 이 중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는 4315억 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40.8%에 달한다. 2위인 영국은 797억 달러로 7.5%(한국 16위, 1.1%)의 점유율에 불과하다.



지난해 세계시장 규모 1조560억 달러 시각을 시장 규모에서 기업으로 돌리면 미국의 독주체제가 더욱 뚜렷해진다. 미국 IT 분야 리서치 전문기업 가트너가 매출액 기준으로 뽑은 세계 10대 SW 기업에는 한 곳을 빼고 모두 미국 기업이었다. 1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IBM, SAP, EMC, HP, VM웨어 CA테크놀로지스, 세일즈포스 순이었다. 이 중 4위를 차지한 SAP만 매출 상위 10위 안에 든 유일한 독일 기업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 패키지 SW 시장에서 매출 기준 100대 기업 중 미국 기업은 70개나 된다. 이 시장의 81%를 점유하는 세계 350개 업체 중 미국 기업은 216개나 된다. 미국 기업의 매출은 시장의 65.4%(2239억 달러)를 차지한다.



?IT서비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매출 상위 100위 안에 드는 기업이 미국은 44개다. 2위 일본(17개)과 압도적 격차다. 현재 세계 SW 시장에서 미국은 명실상부한 강국이다.



 굳이 통계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애플, 구글, IBM 등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SW 산업의 성공을 대변한다. 그러면 미국이 IT 분야를 선도하고 글로벌 표준을 이끌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탄생한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세계적인 회사로 커나갈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정부의 정책과 지원을 꼽는다. 꾸준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미국은 정부기관, 특히 대학을 중심으로 SW 산업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대학을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으로 구분해 연구중심대학의 산학 협력을 장려했다.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버클리대, 카네기멜런대가 대표적이다. 이런 지원은 이미 1970년대부터 진행돼 온 것이다.



 지원 속에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인력은 실리콘밸리 등 SW 산업 중심지로 흡수돼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또 경력과 실력을 쌓은 인재는 SW 기업 곳곳에 스며들어 기술을 통한 경쟁력을 키웠다.



?이를 발판으로 성공한 미국 SW 기업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다시 재투자하고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면서 현재의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교육·인재에 대한 투자, 인력 결집, 성장, 재투자로 이어지는 성공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미국 SW 산업의 성공은 지극히 계획과 준비에 기반한 결과물인 셈이다. 여기에 민간 중심으로 이뤄지는 도전적인 기업 문화와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다.



스탠퍼드·MIT·버클리·카네기멜런대 두각 실제 미국 정부의 정책 지원은 새로운 SW 기술이 대두될 때마다 빛을 발했다. 클라우딩 시스템이 부각되기 시작한 2009년 백악관은 클라우드 컴퓨팅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듬해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을 발표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연방정부의 보안정책을 수립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디도스(DDos) 사태 등 사이버 테러가 증가하자 ‘사이버 보안 인력체계 프레임워크 1.0’을,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가시화되자 ‘빅데이터 R&D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정책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단행했다.



?눈에 띄는 것은 매번 관련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는 점이다. 인재의 중요성에 주목했다는 의미다.



 세계 10대 SW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 기업이 아니었던 SAP. 이들이 세계적 애플리케이션 전문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은 남다르다. 다른 기업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라는 토양이 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SAP는 육성되기보다 자생한 경우다. SAP는 40여 년 전 단 5명의 젊은이로 시작한 기업이다. 현재는 6만6000여 명이라는 거대 규모로 성장했다. 비약적인 발전 과정에 이렇다 할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 제조업체의 많은 수요를 발판으로 창업 당시부터 성장 가도를 달려온 케이스다.



 반면에 세계 2위 시장으로 성장한 영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SW 산업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정책을 마련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클라우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을 도입했다. 국가 디지털 역량 강화를 목표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내용의 정보경제전략도 발표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전문가 양성을 위한 지원이다. 사이버 보안 문제가 국가 문제로 대두되자 보안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옥스퍼드대, 런던대, 로열 핼러웨이 칼리지 등에 보안연구 분야 박사과정을 설립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인식 아래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한 조치다. 영국 기업혁신기술부는 이 과정을 다양한 업계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다.



?이뿐이 아니다. SW 저변 확대를 위해 공립학교 교과과정 개선안에 컴퓨팅 관련 교육을 의무화하고, 초등학교부터 교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3D프린팅 기술 도입으로 개인이 메이커가 되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한편 중동의 이스라엘도 탄탄한 정부 정책을 등에 업고 보안 SW 강국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1990년대부터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수출 중심의 투자를 단행했다. 부족한 내수시장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다. 전략적 정책 덕분에 의료IT, 스마트그리드,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SW 기업이 자리를 잡아 이제는 SW 산업 수출 규모가 국가 전체 기술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미래부, SW 중심 사회 인재 양성 역점 우리나라 정부도 세계 추세에 발맞추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 7월 ‘K-ICT 전략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SW 중심대학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앞선 국무회의에서 SW 중심 사회의 인재 양성 문제가 깊이 있게 다뤄진 직후다. 그리고 미래부는 지난 6일 최종 선정된 8개 대학을 발표했다. 단순히 인재 양성이 목표가 아니다. SW 산업의 다양성을 도모하는 것도 내재돼 있다.



 국내 SW 산업은 대기업 중심, 특정 분야의 편중이라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SW 산업 생태계에 의미 있는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2014년 기준 SW 산업 매출액은 36조4000억원, 수출액은 53억3000만 달러로 2012년 대비 각각 13%, 116% 증가했다. 또한 SW 교육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SW 교육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면서 대학 SW 관련 학과의 입학 정원과 재학생 수가 증가하는 등 SW 교육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SW 기업들 중에서도 응용소프트웨어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성공 사례가 창출되고 있다.



?마이다스 IT는 세계 건축 설계·해석 SW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길 안내 앱 ‘김기사’를 개발한 스타트업 ‘록앤올’은 최근 카카오가 626억원에 M&A하기로 했다. 미래부가 지원하는 SW 마에스트로 과정 출신 대학생 5명이 모여 만든 ‘알람몬’이라는 앱은 중국·대만·일본·브라질 등에 진출해 지금은 7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하는 등 SW에서부터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도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추진계획에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을 길러낸다는 목표가 있다.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국내 SW 산업 전반의 근본적인 혁신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IT 강국’ 코리아에서 ‘SW 강국’ 코리아로 거듭나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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