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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운동’은 한국 제조업 부활의 원동력

중앙선데이 2015.10.18 00:06 449호 10면 지면보기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공통점은? 둘 다 차고에서 창업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차고는 뚝딱거리며 뭔가 만드는 공간이다. 이런 차고에서 출발해 세계 최고의 첨단 기업을 일궈낸다. 그게 미국의 ‘메이커 문화’다.



 지난해 여름 사상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메이커 페어’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의 DIY(Do It Yourself)가 내일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고 강조했다. 지난 30년간 제조업 분야에서 내리막길을 걸어온 미국이 다시 한번 ‘제조업 강국’으로 부활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말이다.


과학人 과학in

 중국은 지난해 대학 졸업생 760만 명 가운데 290만 명이 창업에 나설 만큼 창업 열기가 뜨거운 나라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대중창업(大衆創業) 만중창신(萬衆創新)’을 외쳤다. 수많은 무리가 창업하고 많은 백성이 창조와 혁신에 임한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1억 명의 메이커를 육성해 중국 제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낸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최근 광둥성 선전시에서 성대하게 ‘메이커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중국의 메이커 운동은 정부 주도 아래 이공계 대학과 연구소가 근거지가 돼 20대 청년 창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제조업 강국 독일은 쾰른 공공도서관, 드레스덴대학 도서관 등 공공기관들이 메이커 활동 계층을 대상으로 3D프린팅 워크숍 및 교육, 협업 프로젝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DIY 천국’답게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메이커 활동을 벌인다.



 우리나라는 최근 한국 경제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온 제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국내 3대 조선업체는 올 2분기에만 5조원 가까운 적자를 내며 위기상황에 내몰렸다. 자동차업계도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과 중국 업체에 밀려 고전한다. 광복 이후 짧은 기간에 한국을 세계 13위 경제대국에 올려놓은 버팀목 역할을 했던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메이커(maker). ‘만드는 사람(또는 기업)’을 뜻하는 이 용어가 최근 세계 각국의 ‘제조업 및 창업 열풍’과 맞물리면서 세상을 바꾸는 신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메이커 열풍을 보노라면 마치 20년 전 월드와이드웹(www)을 보는 듯하다. 당시 학계나 연구계에서 주로 쓰이던 ‘인터넷’이 월드와이드웹의 등장으로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인터넷이 만들어낸 놀라운 변화에 신기해 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인터넷은 누구나 손쉽게 쓰고,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메이커, 메이커 문화, 메이커 운동도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예전에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일반인은 비싼 금형 비용 때문에 만들어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큰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다. 누구나 ‘메이커’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메이커 운동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한발 늦은 감이 있지만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메이커 문화 확산과 이를 통한 창의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5000만 명 메이커 만들기’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미래부와 재단이 전국 각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무한상상실이 메이커 운동의 진원지이자 메이커 양성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이 메이커 스페이스에서는 아두이노 등의 오픈소스를 이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3D 프린터를 통해 이를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고, 전문적인 교육 및 창업 지원도 받는다.



 사농공상 문화가 강하고 미국처럼 집집이 차고가 없는 나라에서 무슨 메이커 운동이 가능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 민족도 예로부터 손재주가 좋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민족이다. 젓가락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산업화 초기에는 손재주가 좋은 여공들이 만든 가발이 호평을 받으면서 수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선진국보다 30여 년 늦게 출발한 우리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를 선도한 것도 섬세한 작업에 어울리는 손재주가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이처럼 손재주와 도전정신이 우리를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시키면서 경제발전을 이끌어 왔다.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무려 19번째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만 봐도 우리 젊은이들의 열정과 도전정신, 그리고 우리 민족 특유의 재주를 짐작할 수 있다.



 메이커를 양성하고 메이커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은 침체돼 있는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물론 창조경제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일이다. 우리 민족의 훌륭한 손재주 DNA가 메이커 문화와 만나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제조업 강국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날이 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환?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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