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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가짜약 공포

온라인 중앙일보 2015.10.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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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DB]


2000년대 중반 미얀마에선 말라리아가 매년 50만∼60만 건 발생했다. 2005년 2월 미얀마 작은 마을의 한 남성(23)이 고열과 메스꺼움, 오한, 두통 등으로 입원했다. 의사들은 말라리아로 진단하고 ‘아르테수네이트’를 처방했다. 미얀마에서 말라리아 치료에 흔히 사용하는 저렴한 약이다.

이권 앞세운 대형 제약사의 간섭으로 규제 약화되면서 세계의 위조약 시장은 더욱 커져 간다


대개는 그 약을 투여하면 며칠 내로 증상이 완화됐지만 그의 증상은 점점 악화됐다.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신부전증이 나타났고, 혈액의 말라리아 원충 밀도가 더 높아졌다. 아르테수네이트를 더 많이 투여했지만 이미 뇌까지 감염돼 그는 곧 사망했다.

아르테수네이트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말라리아 치료제로 널리 인정 받는다. 진상 조사에 나선 병원측은 그 젊은이에게 투여한 아르테수네이트엔 활성성분이 말라리아 원충을 죽이는데 필요한 용량의 20%만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위조된 약이었다. 마을 지도자들은 또 그런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과 약국에서 보관 중이던 아르테수네이트를 전량 회수해 주민이 보는 앞에서 불태웠다.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세계 전역에서 발생한다. 거의 모든 약의 위조품이 나돈다. 2012년 파키스탄 라호르의 한 병원에선 저질 결핵 치료제가 심한 부작용을 일으켜 환자 100명이 사망했다. 다음해 인도 관리들은 히말라야 오지의 한 병원에서 5년 동안 수술 후 감염을 막기 위해 투여한 항생제에 활성성분이 전혀 없어 환자 8000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뇌수막염이 유행하는 서아프리카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이 유통된다고 경고했다.

말라리아 치료제부터 백신, 항생제, 에이즈 치료제, 심지어 비아그라까지 모든 약이 위조된다. 위조약에는 활성 성분이 전혀 또는 거의 들어 있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 목숨을 앗아가는 독성물질까지 들어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길링스 공중보건대학원의 짐 헤링턴 이사는 “이런 위조약은 살인도구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그런 약보다 짝퉁 구치 핸드백을 만들면 기소될 가능성이 더 크다.”

위조약은 매년 늘어난다. 예를 들어 인터폴이 의약품 관련 수사 프로젝트 ‘판게아 작전’으로 압수한 위조·불법 약은 2011년 240만 정에서 올해 2070만 정으로 거의 10배 늘었다. 공중보건 당국은 수십 년 전부터 위조약을 알고 있었지만 2000년 초 데이터 집계를 시작하기 전까진 그 재앙의 범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인터폴의 의약품 범죄 수사본부는 2005년에야 설치됐다.

위조약의 제조·판매는 위험부담이 비교적 적고 보상이 커 범죄자들이 선호한다. 저급한 의약품을 수십 년 동안 추적한 스퍼드대학 의과대학원의 폴 뉴턴 열대의학 교수는 “위조약 거래의 처벌 수위는 마약·인신매매보다 낮다”고 말했다. WHO 필수의약품·건강상품국의 마이클 디츠 팀장은 “특정 약의 품귀현상이 나타나면 병원이 비정상적인 공급망을 통해 구입한다는 점을 범죄자들이 이용하는 사례가 흔하다”고 말했다.

매년 위조약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10만∼10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사인이 위조약인지 정확히 규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오진일수도 있고 약 투여 시기가 늦은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세계의 의약산업은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네트워크를 따라 움직인다. 약 한 알이 10여 개국을 거쳐 제조될 수 있다. 따라서 범죄자가 위조약을 공급망에 유통시킬 기회가 숱하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합성한 화학물질을 인도에서 충전재와 혼합한 뒤 멕시코에서 포장해 캐나다의 약국에 공급한다. 위조약 밀매자들은 대개 광범위한 국제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2013년 푸에르토리코인이 위조약을 온라인으로 대량 판매하다가 체포돼 2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위조약 밀매단의 미국쪽 연락책이었다. 그 중국인은 뉴질랜드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행방이 묘연하다.

위조약 거래는 이처럼 국제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단속이 무척 어렵다. 인터폴의 위조 의약제품과 의약품 범죄 퇴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알린 플랑송 부국장은 “세계 196개국 중 불법 의약품을 전담하는 부서를 둔 나라는 아주 드물다”고 말했다. “대다수 국가는 능력이나 예산이 없어 단속을 못하는 실정이다.”

의약품을 수입하면 대부분 서류를 확인하고 임의 추출한 샘플의 화학성분과 외관, 포장을 조사한다. 그러나 범죄자들은 허위 서류를 사용해 위조약을 통과시킨다. WHO에 따르면 세계 국가의 약 30%는 미국의 식품의약국(FDA) 같은 효율적인 의약품 규제기관이 없다.

그런 국가는 대개 상대적으로 빈곤해 정부 예산이 적고 공무원도 부족하다. 또 정부의 감독이 제한적이라 관리들이 뇌물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제사회와 아프간 정부간 합의로 설립된 ‘반부패 감시평가 위원회’(MEC)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공중보건 관리들은 발각되지 않도록 관할권 밖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뇌물을 요구한다. 중국에선 2007년 한 관리가 뇌물을 받고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약을 승인한 죄로 처형됐다.

미국과 영국 같은 부유한 나라에도 위조약이 들어간다. 흔히 환자나 의사가 인터넷으로 구입할 때 그런 일이 생긴다.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의약품의 약 90%는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것과는 다른 나라에서 배달되며 인터넷 약국은 규제가 느슨한 나라의 의약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흔하다.

위조약과 불법 복제약의 구분 필요해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약의 대부분은 우편으로 배달된다. 일반적으로 그런 약은 X선과 마약탐지견 검사가 포함되는 표준 출입국관리 시스템을 통과한다. 미국 국토안보부 이민세관단속국(ICE) 산하 국가지적재산권협력센터(NIPRCC)의 대변인은 특정 소포에 위조약이 들어 있다고 의심되면 세관원이 포장을 뜯어 내용물을 검사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 의약품이 최근 불법 복제됐다는 신고가 있거나 서류가 의심스런 경우다.

그러나 FDA도 ICE도 매년 그런 약을 얼마나 조사하고 압수하는지 파악하지 못한다. 의심스러워도 반드시 압수하진 않는다. 압수하려면 테스트와 조사의 25단계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증이 있거나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때만 그런 약을 압수한다. NIPRCC 대변인은 “위조약의 양이 많아 수만 달러어치가 될 때 압수한다”고 인정했다.

압수할 정도로 양이 많지 않을 땐 수취인에게 위조약일 가능성이 있으며 인수를 원한다면 위험을 감수하라고 통보한다. 수취인이 당국에 회신하면 세관이 그 약의 구입처를 확인해 요주의 목록에 올린다. FDA에 따르면 그런 프로그램으로 체포된 범죄자가 지난 20년 동안 400명이 넘는다.

그러나 허점도 많다. 2011년 FDA는 수면제 앰비엔, 항불안제 자낙스, 항우울제 렉사프로 같은 약을 주문한 고객에게 정신병 치료제 할돌이 배달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FDA에 따르면 이 고객은 호흡곤란, 근육 경련·경직 같은 증상으로 응급치료를 받았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최소한 여러 나라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캐나다 오타와대학의 법학·의학 교수 아미르 아타란은 국제조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공산업을 그 예로 들었다. “민간항공에 관한 국제조약은 수십 가지나 된다. 모든 나라가 그 조약을 따른다. 따르지 않으면 운항이 불가능하다.” 그는 전 세계의 의약품 기준을 높이려면 항공산업처럼 품질관리를 엄격히 시행하지 않는 나라에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와 가장 유사한 협약이 메디크라임(Medicrime)이다. 2011년 이래 세계 각국은 자국 내의 의약품 사기를 단속하는 이 비공식 조약에 서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조약을 시행하거나 더 공식적인 법을 제정하도록 강요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이득일지 모른다. 아타란 교수에 따르면 저질 의약품이 자국 경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도와 브라질 같은 일부 국가는 국제적인 규제 시행을 꺼린다.

위조약과 불법 복제약을 한묶음으로 취급하는 정책도 문제다. 불법 복제약은 제약사가 등록한 특허를 침해하는 제품이다. 예를 들어 불법 복제 비아그라는 합법적인 약과 똑같은 성분을 함유한다. 그러나 제약사 파이저가 그 약의 생산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 수익의 일부를 받지도 않는다. 그런 약은 대형 제약사의 수익에 위협이 될 뿐 반드시 인명에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다.

공중보건 측면에 보면 불법 복제약보다 매년 세계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위조약이 더 위협적이다. 그러나 그 두 가지를 확실히 구분하지 않는 나라에선 위조약 밀매단 추적보다 사소한 지적재산 침해에 해당하는 불법 복제약 단속에 돈을 들인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구가 WHO다. WHO는 위조약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국가 간의 회의를 주최하고 중재한다. 또 세계 전역의 위조약 보고서를 취합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WHO는 위조약 관련 협약 체결을 강요하지 않았다. 또 위조약과 불법 복제약을 구분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디츠 팀장에 따르면 WHO는 광범위한 공중보건 문제와 관련해 ‘회원국 전체가 보편적인 정의에 동의할 때까지 기준 미달, 가짜, 거짓 상표, 위조, 모조(substandard, spurious, falsely labeled, falsified and counterfeit, SSFFC)’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아타란 교수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는 WHO가 대형 제약사의 재정지원을 받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아타란 교수는 “위조약과 불법 복제약의 차이는 사소할지 모르지만 의약품 범죄에 세계가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이 바로 이런 표현”이라고 말했다. “음흉한 생각을 가진 제약사는 위조약 단속에 불법 복제약까지 포함시키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처사다.”

간편한 위조약 탐지 기술 개발이 관건

1년 전 아타란 교수는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의 위조약 단속 프로젝트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번은 프랑스의 대형 제약사 사노피로부터 지적재산 침해 사건도 포함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사노피는 산하 비영리기구 불법 복제 의약품조사연구소(IRACM)를 통해 그 프로젝트를 공동 후원했다(IRACM 대변인은 ‘사노피의 권고’에 따라 2010년 그 기구가 설립됐으며 지금도 사노피의 지원을 받는다고 확인했다). 아타란 교수는 윤리적인 이유로 그 프로젝트에서 손뗐다. 지난해 12월 여러 회원국이 위조약과 불법 복제약을 연결시킨다며 UNODC에 불만을 제기했다.

대형 제약사는 의약품의 안전성을 추구하는 국제기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IRACM은 유엔 외에도 세계관세기구(WCO), 인터폴 같은 여러 국제 규제기구와 제휴했다. 근년 들어 WHO는 대형 제약사의 지원을 받는 기구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그들에게 휘둘린다고 기자와 비영리단체로부터 비난 받았다. 2007년 영국의학저널(BMJ)은 대형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비영리단체 유럽파킨슨병협회를 통해 WHO에 1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폭로했다.

디츠 팀장은 SSFFC 의약품을 단속하려면 각 단계에서 모든 관련 조직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민간 부문, 의료진, 시민사회, 법집행기관과 힘을 합쳐야 한다.” 그는 법집행은 WHO의 소관이 아니며 개별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WHO는 조력 기구로서 세계 각국과 의료진이 위조약을 발견했을 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일 뿐이라는 뜻이다.

위조약의 국제 단속기관으로 활동하는 기구는 단 하나뿐이다. 인터폴은 ‘판게아 작전’을 통해 지난 7년 동안 위조약 수백만 팩을 압수했다(다수는 온라인으로 판매됐다). 국제 공조의 성공사례로 선전된다. FDA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1건에선 111개국이 협력했다.

아타란 교수는 그런 수치는 실상을 오도한다고 말했다. “판게아 작전으로 압수하는 의약품 중 절반 이상은 영국·미국·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 적발된다는 사실을 인터폴이 밝히지 않는다.” 규제와 단속 시스템이 효과적인 나라들을 말한다. “인터폴이 단지 몇 개국의 노력을 통합했을 뿐이지 위조약 단속의 범세계적인 공조란 허상에 불과하다.” 그 결과 가난한 나라는 계속 취약할 수밖에 없고 부자 나라는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플랑송 부국장은 인터폴이 각 지역에 맞는 접근법을 찾아 부유국과 빈국 사이에 제한된 인력을 적절히 분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그는 최근 아프리카 기니를 방문했을 때 위조약의 산발적인 단속보다는 식품의약국 기능을 강화하는데 자원을 활용하도록 조언했다.

위조약을 적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샘플을 실험실로 보내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검사가 100% 정확하진 않다. 또 저소득 국가의 경우 샘플 수천 개를 실험실에 보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 휴대용 질량분석기(식품이나 의약품의 화학적 구성성분을 분석하는 기구)가 있지만 아직은 검증되지 않았고 가격도 매우 비싸다.

그래서 과학자들과 기술 혁신가들은 저렴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애쓴다. CD-3이 유망한 사례로 꼽힌다. FDA가 개발한 휴대용 기기로 알약과 포장지에 자외선과 적외선을 쏘아 진품인지 확인한다. 1대 당 1000달러로 비교적 저렴하며 매우 효과적이다.

2012년 당시 가짜 말라리아 치료제를 추적하는 ‘세계 항말라리아저항네트워커’의 연구원이던 패트리셔 태버네로는 라오스에서 위조약을 찾았다. 그때 라오스는 위조약으로 말라리아 박테리아에 내성이 생기면서 보건위기에 처해 있었다. 활성성분이 너무 적게 함유된 약이 체내의 허약한 박테리아만 죽이고 강한 박테리아만 남아 그 원충이 증식한 뒤 퍼져나갔다.

태버네로 팀은 CD-3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개도국에서 실시한 CD-3의 첫 현장 테스트였다. 먼저 라오스 남부에서 약사들 모르게 가능한 한 많은 약국에서 샘플을 수거했다. 테스트한다는 사실을 알면 샘플을 조작하거나 제조·밀매업자에게 경고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태버네로 팀은 현지에서 자원자를 모집해 약국에 가서 “떠돌아 다니며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친구가 아프다. 어떤 약이 있는지 볼 수 있느냐?”고 묻도록 했다.

4주만에 약국 144곳에서 항말라리아제를 수집한 태버네로 팀은 CD-3으로 샘플을 테스트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현지 관리들도 며칠 교육으로 기기 사용법을 완전히 익혔다. 그들은 CD-3의 정확도를 측정하기 위해 테스트한 샘플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보내 화학적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거의 100% 정확했다.

그러나 해당 약이 적법한지 알려면 진품과 비교해야 한다. 그 약이 희귀하거나 제약사가 사전 경고 없이 제조법을 바꿀 경우 진품 구하기가 어렵다. 라오스 같은 개도국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포장 등록이 통일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CD-3이 세계적으로 사용되려면 FDA 같은 기관이 제조사와 더 강한 제휴관계를 맺어 국제적으로 통일된 등록이 가능해져야 한다.

미국인은 문제의 심각성 잘 몰라

한편 개도국에선 다른 저기술 해법이 개발됐다. 제약사가 포장지에 ‘긁어서’ 확인 가능한 코드를 인쇄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그 코드를 지정된 전화번호에 문자 메시지로 보내면 약의 진품 여부를 회신 받을 수 있다. 초기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헤링턴 이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위조약 제조자들은 이 시스템을 해킹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런 해결책이 이상적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CD-3처럼 규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규제 시스템이 효과적이지 않으면 위조약 제조·밀매자를 체포할 수 없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미국처럼 의약품을 대규모로 수입하는 나라들이 더 엄격한 법을 시행하고 모든 거래 파트너들도 균등한 법을 채택하도록 독려해야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 아타란 교수는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5년 안에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유통되는 합법 복제약의 약 40%를 제조하는 인도의 회사들은 최근 품질과 규제의 부실로 미국의 철저한 감시를 받는다. FDA는 제재를 가하거나 인도가 강한 규제를 실시할 때까지 모든 의약품 수입을 금할 수 있다.

물론 미국도 위조약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건 아니다. 2012년 암환자 수백 명이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을 복용했지만 활성성분이 없는 위조약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지난 4월 FDA는 미국 전역의 병원에서 가짜 보톡스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FDA는 의약품 유통에서 발견된 위조약을 경고하는 웹사이트를 운용한다. 또 미국 정부는 밀수·위조·돈세탁 혐의로 온라인 약국과 관련 업체를 적발해 기소한다.

그러나 미국이 더 강한 국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대다수 미국인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가끔 문제가 발생하지만 소비자가 미국 약국에서 구입하는 약은 진품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에 정책 수정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시민의식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성분과 효과를 속인 건강기능식품의 적발에 시민의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그 예다. 지난 몇 년 동안 건강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과 기자들은 효과가 없고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건강보조제를 규탄했지만 FDA 같은 규제 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 초 뉴욕주 검찰은 FDA와 함께 가짜나 위험한 제품을 판매하는 건강 보조제 제조업체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뉴욕주는 GNC, 타겟, 월그린, 월마트 등 대형 소매업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초 식품보조제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80%가 라벨에 명시된 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당국이 소매업체에 판매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처럼 미국 시민이 정부에 압력을 가해 국제적인 위조약 단속에 일조한다면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의약품이 더 안전해질 수 있다. 미국이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 세계 각국은 위조약 탐지 기술을 공유하고 합법적인 의약품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협력해 국제적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라오스에서 치료제 내성을 가진 말라리아 창궐을 막을 수 있고, 뇌수막염 백신이라고 생각했지만 소금물에 불과한 위조약을 투여 받는 수단인 수 천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글=알렌산드라 오솔라 뉴스위크 기자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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