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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과 성관계·출산 '순수한 사랑'…40대 기획사 대표 '무죄' 확정

중앙일보 2015.10.16 20:33

15살 여중생과 성관계해 출산까지 시킨 40대 연예기획사 대표가 '순수한 사랑'이란 이유로 무죄를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이광만)는16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상 강간 혐의로 기소된 B(46)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여중생이 피고인의 교도소를 찾아가 나눈 접견록에는 진심으로 피고인을 걱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여러 사정을 비춰볼 때 성폭행당했다는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1년 8월 중학교 3학년(당시 15세)이던 A양은 교통사고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마침 같은 병원에 입원한 아들을 보러 온 연예기획사 대표 B씨와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는 B씨는 키도 크고 예쁘장한 얼굴의 A양에게 명함을 주며 접근했다.

그는 바로 다음날 A양에게 강제로 키스를 시도했고 일주일쯤 지나 차 안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두 사람은 그 뒤 몇 차례 성관계를 더 가졌고 A양은 임신했다. 2012년 초 A양은 가출해 B씨와 동거에 들어갔다. 한 달 뒤 B씨가 다른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자 교도소에 찾아가 사랑한다는 말로 위로했다. 그해 말 A양은 아이를 출산했고 이어 B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성관계는 B씨가 강제로 한 것이고, 그의 집에 머문 것도 B씨가 가출을 권유해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면서다. A양 가족의 신고로 B씨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강간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B씨에 대해 유죄로 판단,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우연히 만난 부모 또래 남자를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해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도 형량을 3년 깎았지만 유죄로 판단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무죄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내면서 상황은 뒤집혔다. A양이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B씨를 매일 같이 면회하며 "사랑한다" "보고 싶다" "함께 살고 싶다"는 애정을 표현하는 내용의 접견기록을 남긴 점, 둘의 카카오톡 메시지에도 A양이 B씨를 '자기''남편'으로 호칭하며 "처음 보자마자 반했다"는 고백한 점 등을 이유로 A양의 의사에 반한 성폭행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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