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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횡단보도조차 건너기 힘든 흑인…미국 '내재된 인종차별' 만연

중앙일보 2015.10.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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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포토]

인종 차별을 금지하는 강력한 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내재된 인종차별’은 여전하다. 특히 스스로 인종차별적 행위라는 것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흑인에 대한 차별적 행동은 미국 사회 전반에 뿌리깊이 박혀 있다.

1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미국 애리조나대와 포틀랜드대의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흑인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백인 보행자에 비해 32% 더 길다고 보도했다. 운전자들이 흑인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경우 멈추지 않고 무시한 채 달리는 경우가 많아 더욱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미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 상황에서도 운전자들은 차를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흑인이 길을 건너는 동안 차를 멈추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이 또한 ‘내재된 인종차별’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반면 백인이 횡단보도 앞에 서 있으면 반사적으로 차를 멈추기 때문에 백인은 상대적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이런 행위를 인종차별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상생활 전반에 깊게 깔린 인종차별적 성향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차별적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내재된 인종차별을 뿌리 뽑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 사회 전반에 퍼진 인식과 분위기를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연구에 참여한 킴벌리 칸 포클랜드대 교수는 “수많은 법 조항에 의해 인종차별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법률로 사람의 모든 행동을 규제할 수 없는 만큼, 법의 틈새에서 피어나는 ‘내재된 인종차별’이 더욱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칸 교수는 또 “미국이 한 단계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내재된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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