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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깽이 부추기나 … 엄마들 ‘코르셋 교복’ 광고에 뿔났다

중앙일보 2015.10.16 02:21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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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중학교 담장에 붙어 있는 교복업체 스쿨룩스의 교복 광고 포스터. 가수 박진영과 교복을 입은 여성 아이돌 그룹이 모델이다. ‘숨막히게 빛난다. 재킷으로 조여라. 코르셋 재킷’과 ‘조각처럼 눈부시다. 스커트로 깎아라. 쉐딩 스커트’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금오중학교 박유선 교사]


마른 몸매의 10대 여성 아이돌 그룹을 내세워 ‘코르셋’(허리를 조이는 여성 속옷)과 같은 교복 제품을 광고한 한 대형 교복업체에 대해 “청소년 건강을 위협하는 상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업체 측은 15일 “편하고 몸에 잘 맞는 교복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며 포스터를 수거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해당 업체에 광고 내용뿐 아니라 마른 몸매를 미화하는 마케팅 콘셉트 등에 대해서도 수정을 권고하겠다”며 제동을 걸었다.

“가뜩이나 살 뺀다고 안 먹는데 … ”
아이돌 내세운 광고에 비판 봇물
업체 “광고 포스터 수거하겠다”
복지부 “마케팅 콘셉트도 수정 권고”


 교복업체 스쿨룩스는 이달 초 가수 박진영과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를 모델로 한 새로운 교복 제품 광고를 공개했다. 몸에 착 달라붙는 교복 재킷과 치마를 입은 이들의 모습과 함께 ‘코르셋 재킷’과 ‘쉐딩 스커트(엉덩이와 허리의 굴곡을 강조한 치마)’를 입고 ‘날씬함으로 한판 붙자’는 문구를 붙였다. ‘씬(thin·마른)데렐라를 찾는다’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광고는 온라인상에서 유포됐을 뿐 아니라 포스터로 제작돼 교복 판매점과 중·고교 담장 벽에도 내걸렸다.

 10대 여학생들 사이에선 ‘예쁜 교복’으로 화제가 됐다. 고교생 지승연(16·서울 강서구)양은 “그 광고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런 몸매가 비현실적인 건 알지만 예뻐 보이니까 나도 닮고 싶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불만과 비판을 제기했다. 중학생·고등학생 두 딸을 둔 주부 김지인(47·서울 송파구)씨는 “ 그렇게 딱 붙는 교복을 입으려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가뜩이나 애들이 1년 내내 다이어트한다고 밥을 제대로 안 먹어 걱정인데 이런 광고는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중학교의 박유선 보건교사는 “학교에서 보면 정상 체중인데도 날마다 보건실에 와서 몸무게를 재고 ‘저 살쪘어요’라며 울상 짓는 학생이 많다. 아이돌처럼 마른 몸매를 가지고 싶어하는 여학생들의 모방심리를 자극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고교생 아이들은 자기 또래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따라 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그런 마음을 이용한 상술”이라고 덧붙였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대표는 “이런 문제 때문에 2009년 4월 스쿨룩스를 포함한 대형 교복 업체 4곳이 우리 단체와 함께 연예인을 앞세운 교복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광고가 주는 메시지가 청소년들의 건강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들은 실제로 날씬한데도 자기가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신체 이미지 왜곡’ 경향이 심하다. 2차 성징이 한창인 10대 때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시도하면 섭식장애(거식증·폭식증)·골다공증·생리불순·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섭식장애로 병원 신세를 진 여성 환자는 2010년 5064명에서 지난해 6184명으로 5년 새 22% 증가했다.

해외에서는 마른 모델들이 대중매체나 패션쇼에 노출되는 것을 법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프랑스 사회당의 올리비에 베랑 의원은 지난 3월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고용하는 업체나 업주에 대해 최대 징역 6개월 또는 7만5000유로(약 9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스더 기자·김정희 인턴기자(고려대 사학과 4년)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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