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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보험료 5년만 내도 국민연금? 용돈 연금만 확산 우려

중앙일보 2015.10.16 01:55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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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 보험료를 부으면 노후에 국민연금을 탈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은 10년(최소 가입기간)은 부어야 하는데 이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자는 내용이다.

이용하 연금제연구실장 제안 논란
“베이비부머 노후 빈곤 줄어들 것”
“10만원짜리 소액 연금 양산” 반론도
복지부 “정책과 안 맞아 신중 접근”


 국민연금공단 산하 연구원 이용하 연금제도연구실장은 최근 국회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및 사회적 기구 2차 토론회’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이 토론회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이 실장은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노후 빈곤을 줄이기 위해 국민연금 최소 가입기간 단축만큼 효과를 내는 게 없다”며 “특히 저소득층과 여성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논의 중인 연금의 소득상한선이나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을 올려도 20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가입기간 단축 방안은 2013년에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이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59세까지 보험료를 납입한 기간이 10년이 안 되면 60세에 그동안 낸 보험료에다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올해 기준 2%)를 얹어서 일시금으로 돌려받는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 분석자료에 다르면 2008년부터 올 6월까지 59만3655명이 일시금을 받았다. 이 중 5년 이상~10년 미만인 사람은 14만5261명(24.5%)이다. 일시금 액수로 보면 100만원 미만인 사람이 2만3651명으로 가장 많다. 1000만~2000만원인 경우도 2만854명에 달한다. 2012년 1만5908명에서 지난해 1만8952명으로 19.1% 증가했다. 올 1~6월 1만1186명이 일시금을 탔다. 지난해 일시금 수령자의 성별을 보면 여자가 60%다. 최소 가입기간을 낮추면 여성이 덕을 보게 된다는 뜻이다.

 월 소득이 200만원인 직장인이 9년 보험료를 낸 경우 원금에다 이자(2%)를 더해 1983만원을 일시금으로 돌려받는다. 만약 연금으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월 2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평균수명까지 20년 정도 연금을 받는다면 4800만원이 나온다. 일시금보다 연금이 훨씬 유리하다. 현행 연금제도가 보험료 불입액보다 최소 1.4배, 최대 4배를 받게 돼 있어서다. 이용하 실장은 “연금 액수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노후에 매달 일정액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본·캐나다·영국의 최소 가입기간은 1개월, 스위스는 1년, 독일은 5년이고 미국은 한국처럼 10년이다.

 베이비부머 중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 연금을 탈 수 있는 사람은 269만 명(36.4%)이다. 1960년생(2022년부터 연금수령)은 46.1%, 내년부터 연금을 받는 55년생은 35.9%에 불과하다. 최소 가입기간을 낮추면 상당수 베이비부머가 월 10만~2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지금도 10년을 못 채우면 60세 후에도 보험료를 낼 수 있지만(임의계속 가입제도) 회사의 보험료 분담금(50%)이 없어져 본인이 전액 내야 하는 데다 괜찮은 일자리가 많지 않은 탓인지 임의계속 가입 대신 일시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최소 가입기간을 낮추면 기금 고갈시기가 2060년에서 2059년으로 1년 가량 당겨진다. 이를 피하려면 650조원이 필요하다. 현재 적립기금(500조원)보다 더 많이 든다.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구창우 사무국장은 “연금 수령자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을 적정하게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며 “10만원짜리 연금 수령자를 양산하면 ‘국민연금=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이 늘어날 것”이라고 반대한다. 그는 “지금도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려 들지 않는 마당에 최소 가입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면 장기가입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부정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 강화라는 정책 기조와 맞지 않을 뿐더러 추가로 큰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소득상한선과 소득대체율=국민연금 보험료 부과 기준이 되는 소득의 상한선(421만원)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이를 올려서 보험료를 더 내고 노후연금을 늘리자는 주장이 있다. 소득대체율은 40년 보험료를 내서 생애소득의 40%(2028년)를 연금으로 받는 것을 말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이 50%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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