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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미 정상이 이번에 몰래 해야 할 말은?

중앙일보 2015.10.16 00:43 종합 3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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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정상회담에서 많은 사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백악관 방문 때와는 달리 화려한 의전행사는 없을 것이지만 중요한 말이 오갈 것이다. 친밀함이 없는 경우에 오히려 외양이 화려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절친’들의 뒷마당 바비큐 파티와 같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립 70주년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았지만 대담의 중심 토픽은 북한이 될 것이다. 북한이 결국 미사일 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 상업 인공위성이 최근 보내온 영상에 따르면 북한은 미사일 발사 지지대를 장막으로 가렸다. 뭔가 준비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한·미 동맹이 얼마나 긴밀한지에 대해 강력한 성명을 발표할 것이다. 한 줄기 빛도 한·미 동맹에 새어 들 수 없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양국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촉구할 것이며, 만약 평양이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한다면 정치·경제·에너지 분야에서 반대급부를 약속할 것이다.

 무역과 비즈니스는 정상회담에서 돋보이는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박 대통령과 함께 온 160여 명으로 구성된 재계 사절단은 역대 최대 규모다. 그만큼 박 대통령은 투자, 비즈니스 기회 확대, 성장률 제고를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개혁을 위한 박 대통령의 노력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를 표명할 것이다.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기본 텍스트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따라서 한국의 신규 가입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TPP 가입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의 실행에 대한 불만이 미국 정계와 재계에서 흘러나오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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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박 대통령 방미의 세 번째 주요 문제는 한·미 양국이 한반도 바깥에서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다. 정책결정자들이 최근 채택한 용어는 한·미 협력의 ‘새로운 지평’ 혹은 ‘새로운 프런티어’다. 미국의 글로벌 어젠다와 중견국(Middle Power)인 한국의 점증하는 역할을 한데 묶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아마도 양측은 세계 보건, 사이버 안보, 우주 개발, 발전 지원, 재난 구조, 청정 에너지 개발, 기후변화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공동 협력 구상을 발표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평화협력구상(NAPCI)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를 얻으려 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개선을 바랄 것이다. 이들 요청과 관련해 양국 대통령이 실망할 가능성은 낮다.

 무대 뒤에서 벌어질 가장 중요한 논의지만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을 항목은 중국 문제다. 양측 모두 전적으로 깊은 신뢰와 우호를 겉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사소하지만 무의미하지는 않은 불편함이 양국 관계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이 보다 공세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베이징과 모든 영역에서 더 깊은 관계 수립을 밀고 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을 것이다. ‘항해의 자유’와 같은 애매한 언급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알고 싶은 것은 ‘한국이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상당한 규모의 수출을 어떻게 전략적 비전과 연계할 것인가’이다. 전략적 비전은 지역 안정을 지지하고 현상유지를 바꾸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에서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기하학 외교(geometry diplomacy)’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이 듣고 싶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베이징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유는 서울·베이징·워싱턴을 한데 묶는 기하학 외교를 위해서였다. 이번 가을은 박 대통령의 구상이 결실을 보기에 적합한 시기다. 박 대통령은 9월 2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고, 시 국가주석은 9월 25일 오바마 대통령을 워싱턴에서 만났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박 대통령을 워싱턴에서 만난다.

 서울의 희망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을 바탕으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한·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다. 만약 한·미·중 정상회담이 실현된다면 통일에 대해 사고할 때의 우선순위, 북한에서 벌어질 수 있는 만일의 사태, 3국 관계에서 투명성을 제고하는 문제, 오판의 가능성을 줄이는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인정하건대 이것들은 고귀한 전략적 목표다. 한·중 관계의 상태는 좋지만 미·중 관계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전에는 금기시되던 통일 같은 주제를 꺼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며 신뢰 구축에도 좋다. 그러한 대화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가 필요한 NAPCI와도 결부된다. 친한 친구끼리는 거창한 의식이 필요 없다. 전략을 도출하기 위해 함께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두 지도자들은 그런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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