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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 <596> 한국이 설립 주도한 국제기구

중앙일보 2015.10.15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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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기자

글로벌 시대, 세계화가 촉진되면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건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경제 문제는 물론 환경·인권·안보 등 국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각광받는 게 국제기구입니다. 국제기구는 국제업무를 담당하는 인적·물적 기반을 바탕으로 각종 국제회의 등 국제협력 활동을 수행하는 고도의 서비스업입니다.

A-WEB·GCF … 일자리 늘리고 외국인 투자에도 도움


 국제기구 본부와 사무국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입니다. 2010년 기준으로 3646개가 몰려 있습니다. 그럼, 2위는 어디일까요. 벨기에입니다. 이 나라엔 2194개의 국제기구가 있습니다. 벨기에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크고 작은 국제기구를 많이 유치했습니다. 벨기에는 나토(NATO) 본부를 유치할 때 군사훈련용 부지를 미리 제공하고, 유럽연합(EU) 본부를 유치할 때는 외교관 신분이 아닌 EU 소속 공무원에게 면세혜택을 주기도 했습니다. 스위스에도 세계무역기구(WTO) 등 843개의 국제기구가 있습니다. 스위스는 자국의 중재자 이미지를 강조해 유엔 관련 국제기구 등 영향력이 크고 근무인원이 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했다고 합니다. 국제기구 1개가 글로벌 기업 3~4개의 경제효과와 비슷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한국도 2012년 국제기구 유치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는 등 뒤늦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기구를 유치하면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물론, 외국인 고소득자가 국내로 들어오는 만큼 내수를 확대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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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꿈꾸며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의 국제기구 진출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1월 기준으로 45개 기구에서 530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1999년 193명에서 15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겁니다. 가장 중요한 국제기구인 유엔본부에는 97명이 근무 중입니다. <그래픽 참조> 글로벌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각국이 국제기구 유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설립한 다음과 같은 국제기구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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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키르기스스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세계선거기관협의회가 지원한 한국의 광학판독개표기에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중앙포토], [김경희 기자]

 세계선거기관협의회(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는 우리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도로 2013년 10월 설립됐습니다.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선거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세계 각국의 선거관리기관 및 관련 전문가가 모여 출범한 국제선거기구입니다. 후발 민주국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민주선거시스템 정립이 목적입니다.

 A-WEB은 K팝이나 한류 드라마 못지 않게 ‘선거 한류(K-Democracy)’를 일으키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4일에는 중앙아시아 국가인 키르기스스탄 국회의원 총선거에 한국의 광학판독개표기(PCOS)를 지원해 개표조작을 방지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A-WEB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2017년 케냐와 에콰도르의 대통령선거에도 선거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0월 현재 A-WEB에는 102개국 106개 선거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A-WEB 출범 초기에는 우리나라가 사무처 유치국으로 재원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지만 점차 국제기구 및 다른 회원국의 분담비율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중·장기적으로 A-WEB이 공적개발원조(ODA) 적격기구로 승인받는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납부하는 A-WEB 기여금이 ODA로 계상돼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회원국 중 OECD 가입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터키, 호주 등 9개국입니다.

 녹색기후기금(G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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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4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출범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왼쪽 셋째)이 헬라 쉬흐로흐 GCF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경희 기자]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은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국제기구입니다. 2010년 12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16차 당사국 총회에서 GCF를 설립하기로 합의했고, 선진국들이 2010년부터 2020년 이전까지 1000억 달러(약 120조원), 2020년 이후부터는 매년 1000억 달러의 재원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바탕이 마련됐습니다.

 2012년 10월 한국이 GCF 사무국 유치국으로 선정됐고 2013년 12월 인천 송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설립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급 일자리 창출과 국제회의 개최 등으로 GCF 사무국 주재원 500여 명 상주시 약 38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인천개발연구원(IDI)도 지역경제에 연간 약 1900억원의 파급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lobal Green Growth Institute)는 우리나라가 주도한 최초의 국제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원하고, 글로벌 동반성장을 실현시킬 목적으로 2010년 6월 설립됐습니다. 처음엔 민간기구로 설립됐지만 불과 2년 만인 2012년 6월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리우+20)를 통해 국제기구로 공인됐고 그해 10월 공식 출범합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가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어젠다로, GGGI는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GGGI 설립 의사를 표명하고 국제기구화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2010년 에티오피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3개국 사업에 불과했던 GGGI의 개도국 녹색성장 전파 사업은 현재 캄보디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필리핀, 태국, 몽골, 중국, 르완다, 페루, 브라질 등 총 22개 개발도상국의 37개 녹색성장 관련 사업으로 확대돼 진행 중입니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아시아산림협력기구(Asian Forest Cooperation Organization)는 2012년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이 협력해 지구의 사막화 등을 방지하고 녹색성장을 통한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최초의 산림국제기구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6월 제주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제안하면서 곧바로 후속조치가 진행됐고 2009년 제12차 한·아세안 정상회의(2009년 10월 24일·태국) 의장성명으로 AFoCO 설립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AFoCO는 대표적인 랜드마크 사업으로 지역교육훈련센터(미얀마, 양곤) 건립,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3개국의 훼손산림 복구사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학위과정 등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20여 개 훈련과정이 운영되고 향후 10년간 30명의 석·박사과정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동북아 및 북한의 산림복원 추진에 어떤 역할을 할지도 기대됩니다.

국제백신연구소(IVI)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는 한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입니다. 개도국에 만연한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같은 전염병을 예방하는 백신 개발을 위해 설립된 세계 유일의 국제기구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 초 유엔개발계획(UNDP)의 주도로 태동한 IVI는 아시아 여러 국가가 경합을 벌인 결과 1994년 우리나라가 유치국가로 선정됐으며, 1997년 10월 서울대 연구단지에서 비영리 국제기구로 공식 출범했습니다. 40여 개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유엔 산하기구는 아니지만 유엔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여 개국 출신 140여 명이 근무하면서 콜레라 등 전염병과 신종 전염병 퇴치를 위한 백신개발, 역학조사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IVI는 2009년 10월 기존 콜레라 백신 가격의 20분의 1에 불과한 경구용 백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난민촌, 재난지역 등 콜레라 창궐이 우려되는 곳에서 간편하게 예방접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태 정보통신교육훈련센터(UN-APCICT)

 2006년 6월 16일 인천 송도에 문을 연 아시아태평양 정보통신교육훈련센터(UN-Asian and Pacific Training Centre for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for Development)는 한국에 설립된 최초의 유엔 사무국 산하기구입니다. APCICT는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회원국의 만장일치 의결로 62개 회원국 간 정보통신기술(ICT) 인적 자원 개발과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탄생한 ICT 전문 교육훈련기관입니다.

 APCICT는 그동안 아·태지역 국가의 ICT 분야 고위공무원을 비롯해 40여 개국 1600여 명에게 ICT 관련 교육훈련을 시켰습니다. 특히 21개 개발도상국 관계자 설문조사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만든 교육프로그램 은 필리핀 정부의 고위공무원 승진시험 과목으로도 채택돼 있으며 몽골,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아르메니아 등도 이를 자국어로 번역해 ICT교육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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