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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짜빈동 전투 영웅 잠들다…정경진 예비역 중령 14일 별세

중앙일보 2015.10.14 16:15
베트남전에서 한국 해병대를 '신화 속의 부대'로 자리매김하게 한 전투가 있다. 1967년 2월 14일과 15일의 ‘짜빈동 전투’(Battle of Tra Binh Dong)다.

당시 해병대 중대장으로 전투를 지휘한 주역, 정경진 예비역 중령이 1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9세.

고(故) 정경진 예비역 중령은 60년 소위(해사 14기)로 임관해 베트남전 당시 청룡부대(해병대) 11중대장으로 활약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연이은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77년 63대대장을 거쳐 81년 중령으로 예편했다. 21년간의 군 생활 동안 그의 이름을 남긴 계기는 짜빈동 전투였다.

『해병약사』(1992년 발간)에는 짜빈동 전투를 "강철연대라고 일컫는 월맹정규군 제2사단 제1연대와 지원 및 차단부대로 투입된 제21연대를 합해 4630명의 침투를 청룡부대 11중대(200여명)가 섬멸 격퇴시킨 방어전투"라고 기록하고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정 대위(당시 계급)가 이끌던 11중대는 남베트남 쾅나이성 짜빈동에 자리 잡고 있었다”며 “열세를 만회하려던 북베트남군(월맹군)이 야간에 인해전술로 기습공격을 펼쳤지만 200여명의 해병대 중대병력이 4600여명 월맹군과 1대 23으로 싸워 막아낸 전설의 전투”라고 말했다.

당시 월맹군은 청룡부대 11중대에 이어 인근의 추라이 미 해병 비행장을 무력화해 해상침투로를 부활시키고, 산악지대를 통한 호찌민 루트를 개척하려던 3단계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요충지를 점령하고 있던 11중대와의 일전은 필수였다.

특히 월맹군이 D-데이로 택한 67년 2월 14일은 강기천(88) 당시 해병대사령관이 청룡부대를 격려하기 위해 베트남에 도착하는 날이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짜빈동 전투에 나섰던 월맹군 부대는 이전에도 한국 해병대와의 전투에서 패한 적이 있었다”며 “이를 복수하고 한국 해병대의 수장이 도착하는날 해병대를 꺾으면 사기도 올라갈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맹군은 강철연대로 불리던 정규군 2사단 1연대와 21연대, 게릴라군 등 4630명을 투입해 이날 밤 11시 청룡부대 11중대를 기습공격 했다”며 “ 전투 초기 11중대 1개 분대가 돌파돼 분대원 10명 중 5명이 전사하고 4명이 부상당하는 피해를 입었지만 정 대위가 특공대를 조직해 적 후방을 공격하고 적절한 포격 지원 요청과 제2방어선에서 효과적으로 방어를 해 4시간이 넘는 야간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투에서 11중대는 243명의 적을 사살하고 포로 2명을 생포했다. 동시에 대전차 유탄포 6문과 화염방사기 3문, 기관총 2정, 소총실탄 6000발 등을 노획했다. 한국 해병대 1개 중대(200여명)가 적 2개 연대 병력(4630명)의 야간기습을 물리치자 용맹성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해병대 관계자는 “흔히들 해병대가 '무대뽀'(무조건 밀어 부치거나 밀고 나가는 것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정신으로 몸으로만 싸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조명탄과 포격 지원 요청, 정보, 습격에 대비한 참호 구축, 전술 등 종합적인 중대 전술이 빛을 발한 전투였다”고 설명했다.

이 전투가 끝나자 미 해병 3상륙군단장인 월드 중장은 “내가 월남전에서 처음 보는 전과(戰果)”라며 “우방군의 귀감”이라고 극찬했다. 또 짜빈동 전투 소식이 UPI통신을 타고 전 세계에 타전되면서 한국 해병대는 ‘신화(Mythological story)'를 만든 부대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 전투의 공로로 67년 3월 14일 박정희 대통령은 부대 표창을 수여하고 간부를 제외한 191명의 사병 전원이 1계급씩 특진됐다. 고인은 이 전투로 태극무공훈장과 은성무공훈장을 받았다.

베트남 전쟁 이후 고인은 81년 중령으로 예편,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애 씨와 장녀 성일, 차녀 은미, 장남 해도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보훈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16일 오전 6시다. 해병대는 그의 장례를 해병대장으로 치르기로 했고, 영결식은 16일 오전 10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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