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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팩트만 … 근·현대사 비중 더 줄이자

중앙일보 2015.10.14 02:31 종합 1면 지면보기
현재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한국사 교과서의 35%는 현대사다. 여기에 근대사를 합친 근·현대사 비중은 65%다. 2012년 이전 교과서에서 10% 정도였던 현대사 비중이 2009년 교육과정 변경 이후 35%로 늘었다(미래엔 교과서 기준). 미래엔 교과서는 채택률이 가장 높다. 현대사 비중이 느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현대사는 좌파와 우파 사이 이견이 많은 화약고다.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역사적 사실을 둘러싼 ‘교과서 전쟁’은 예고돼 있었다.

역사 교과서 이참에 제대로
50년 내 역사 중 논란 심한 내용은 싣지 말고
교육부가 언급한 40%보다 비중 더 낮출 필요
최고 권위자 참가, 국민이 검증하는 교과서로

 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이 또 다른 악순환의 시작이 되게 해선 안 된다는 우려와 함께 이참에 제대로 된 토론을 거쳐 ‘최고 수준의 교과서’를 만들어 보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교과서 속 근·현대사 내용부터 검토돼야 한다. 정설로 정해지기는커녕 좌·우파 간 논란이 심한 사안을 굳이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에 자세히 실어야 할까.

 남북한 체제 경쟁과 관련된 사안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가령 해방 후 실시된 남한의 농지개혁과 북한의 토지개혁은 전문 학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북한의 ‘무상몰수 무상분배’와 남한의 ‘유상몰수 유상분배’는 남북한 체제 경쟁을 상징한다. 1990년대 이전에는 토지개혁만큼은 북한이 잘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런데 90년대 사회주의 해체 이후 무상분배는 대개 ‘가난한 집단농장’으로 귀결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그 같은 사실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북한의 ‘토지개혁 포스터’를 실으면서까지 무상분배를 소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전북대 하우봉(전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의위원장) 사학과 교수는 “50년 이내에 벌어진 사건은 학계에서도 아직 파악을 다 못하고 있다. 먼저 정치학·경제학 등 사회과학의 기준으로 분석한 뒤 그 시대의 전반적인 사실이 파악됐을 때 비로소 역사학의 재료가 돼야 한다”고 짚었다.

 시간의 문제도 제기된다. 한영우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모든 걸 이 정부 임기 내 끝내려는 시도는 과욕일 수 있다. 시간이 걸려도 정권이 바뀌어도 살아남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김중백 사회학과 교수는 “가급적 확인된 팩트 위주로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중백 교수는 “논란이 되는 부분은 물음표로 남겨두고 그 부분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면 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논쟁이 해소되지 않겠는가”라며 “팩트 확인이 어렵다면 근·현대사 분량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교육부는 최근까지 현행 역사 교과서 내 근·현대사 비중이 평균 50%로 고대·중세사에 비해 높다며 40%까지 낮춰야 한다고 말해 왔다.

시민이 교과서 검증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 ‘국민 검증 교과서’로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위해선 가능한 한 빨리 시안이 공개돼야 한다.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 논쟁은 늘 ‘출구 없는 싸움터’였다. 그래서 그 논쟁을 정리할 최고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한영우 교수는 “보수든 진보든 학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권위자가 참가해야 한다. 보수가 진보를 만나고 진보가 보수를 만나 뒤에서 돌팔매질하며 매장하는 학계의 배타적인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신준봉·백성호·성시윤·김호정·강태화·윤석만·노진호·백민경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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