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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이제 미래의 심각한 위협”

중앙일보 2015.10.14 02:27 종합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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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2일(현지시간) 그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교내에 마련된 행사장에 앉아 있는 모습. [ 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대 리처드슨 강당. 이 학교가 네 번째로 배출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70) 교수가 동료 교수와 학생 300여 명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기자회견 연단에 섰다. 트레이드마크인 나비넥타이와 짙은 색 재킷 차림이었다. 디턴 교수는 노벨상 통보 순간부터 설명했다. “오전 6시 직후에 스웨덴 사람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 왔는데 장난전화가 아니라고 너무 강조해 오히려 장난전화가 아닐까 걱정됐다.”

‘불평등 전문가’ 디턴 교수
경제 성장의 동력이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넘어

 노(老)교수는 “(전화를 건 사람에게) 약 150번은 고맙다고 말한 것 같다”며 수상의 감격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그는 “오스카상을 받는 영화 스타들은 수명이 5년 더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며 “노벨상에도 그런 법칙이 적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청중을 웃겼다. 하지만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다시 연구하러 돌아갈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디턴 교수는 “불평등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이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불평등이 경제 성장의 동력임을 규명한 것이 그의 업적이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불평등 전문가는 이제 불평등이 도를 넘어섰다고 경종을 울렸다. 다음은 질의응답.

 -불평등이 많이 개선됐고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고 했는데.

 “세상은 지난 250여 년에 걸쳐 보다 나아졌다. 인류는 극빈에 가까운 상태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강조하고 싶다.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아직도 세계 인구의 약 10%, 7억 명가량이 빈곤상태에 있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 둔화가 큰 걱정거리다. 수십 년째, 그리고 금융위기가 상황을 더 나쁘게 했다. 성장 둔화는 모든 것에 해악을 미친다. 특히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쁘다. 부유한 나라에도 삶이 계속 악화되고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

 -미래의 무엇을 가장 걱정하는가.

 “(노벨상이 미래를 볼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는 디턴 교수의 첫마디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내 심각해졌다.) 불평등에 관해 심대하게 우려하고 있다. 부자들이 쓰는 규칙에 나머지 사람들이 순종해야 하는 세계가 걱정스럽다. 불평등은 심각한 위협이다. 기후변화만 해도 많은 돈을 가진 이들이 반대하면서 대처하기 어렵게 됐다. 불평등은 정치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세계화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소득은 줄고, 약물과 알코올 남용 등으로 죽어가는 이들이다.”

 -경제 발전과 보건시스템의 관계는.

  “부자가 되면 건강해지거나 건강하면 부자가 된다는 식의 단순 논리를 지지하지 않는다. 많은 제3의 요소가 있다. 그중 하나가 정부의 역량이다. 예방 접종, 깨끗한 물 등 많은 것이 보건시스템과 관련돼 있다. 일례로 보편적인 의료보험에 대한 엄청난 압력이 있다. 옳은 길은 아닌 것 같다. 인도의 경우 헌법상으론 의료보장이 돼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하다. 문제는 병원에 가도 돌볼 의료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인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기본적으로 전망은 아주 좋다. 경제는 놀랍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아직도 영양상태가 좋지 않다. 통계상 거대한 불일치가 있다. 인도의 빈곤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빠르게 성장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데이터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디턴 교수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광부였다. 그러나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부친의 지원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으나 학교를 졸업하고도 한참 동안 돈에 쪼들렸다. 그 같은 개인적인 환경이 빈곤과 불평등 연구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그는 “각자의 경험은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하게 해 준다”고 대답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앵거스 디턴=1945년 영국 에든버러 출생. 스코틀랜드 명문 사립 페츠칼리지를 졸업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학사와 석사를 거쳐 75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83년부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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