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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장벽 깨자 … 정치·경제학자와 함께 입체적 조명을

중앙일보 2015.10.14 02:19 종합 5면 지면보기
역사 교과서 발행의 국정 전환에 전면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과 혼란을 줄이는 계기로 만들어 보자는 전문가들의 제안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논란을 기회로 삼자’. 소통을 막는 각종 장벽을 넘어서는 일은 그 출발점이다. 좌·우파 이념의 장벽, 전공 학과의 장벽이 우선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이참에 ‘최고의 교과서’를 만들어 보기 위해 필요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안을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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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이참에 제대로 <중> 근·현대사 더 줄이자
전문가들 올바른 교과서 제안
사회변동사·문화사·민속학 등
이웃 학문 축적된 연구도 수용해야
상고사 연구 미흡, 역사 편식 문제
연구 더 진척된 북한과 교류 필요

 ◆다른 학문과 소통하라=학자들이 역사 서술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시기로 꼽는 것은 ‘근·현대’다.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평가에 민감하지 않을 후손은 많지 않다. 그래서 근·현대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하기에 앞서 보다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근·현대사 연구에 특히 ‘학문 간 장벽의 파괴’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 사료만 보지 말고 당대의 구조적 여건을 함께 살펴보면 해석이 더 풍부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역사학자들이 근·현대사가 자신들의 전유물이란 생각을 조정해야 한다. 경제학이나 사회변동사, 민속학, 문화사의 축적된 연구를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신학 전공자인 이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장은 “교과서의 기본 골격은 역사학자들이 세우는 게 맞지만 인접 학문 전문가가 참여하면 종합적 서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근대화 100년 동안 학교·병원 등 기관이 세워지고 문화가 정착하는 데 종교기관들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례들에 대한 해석과 정확한 이해를 돕는 데 신학 또한 일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대적 공개 토론하라=역사학계 내부에서 보수와 진보가 만나서 토론하고 논쟁하고 소통하는 풍경은 잘 보기 어렵다.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좌파다 우파다 주장하는 사람들도 아카데믹한 영역의 콘텐트를 살펴보면 90%는 공유하고 있을 거다. 고구려에 대해서도, 유신에 대해서도 90%는 공유한다. 다만 10%의 차이가 있다. 그런데 그 10%를 가지고 과도하게 싸우는 식이다. 근본적 원인은 진영 간 토론과 소통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역사학계가 튼튼해지려면 지금부터라도 양쪽 진영이 만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이 필요하다는 데는 진보와 보수 모두 원론적으로 인정하고 있어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 진보 성향의 안병우 한신대 교수는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이다. 이 기회에 교과서에 대한 전면적 토론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또한 “대대적인 공개적 논쟁이 필요하다. 학자들이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합리화할 수 있는지 드러낼 수 있는 기회로 삼자”고 제안했다.

 ◆역사 연구 사각지대 채워야=한국사 연구의 편식 현상도 문제다. 특히 상고사 연구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기 위해서는 상고사 연구가 필수적이다. 국가 간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현대사보다 더 현대적인 역사 연구가 상고사다. 한국사 교과서에서도 상고사에 대한 분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한이 조선사 연구에서 앞서 있는 반면 북한은 고려나 발해사 연구가 더 진척돼 있다. 상고사 연구를 위해서는 남북한 연구 교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별취재팀=신준봉·백성호·성시윤·김호정·강태화·윤석만·노진호·백민경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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