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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14만원인데 1과목 36만원 … 병사들 “엄마 돈 보내줘”

중앙일보 2015.10.14 01:57 종합 1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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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5사단에서 근무하는 한 병사가 대학 학점 이수를 위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국방부는 내년부터 1인당 6만2500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사진 국방일보]

서울 하월곡동에 사는 주부 이영미(47)씨는 지난 7월 강원도 전방부대에서 복무 중인 아들 김모(21) 상병으로부터 “학교에 수강신청을 해야 하니 60만원만 보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군부대 안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어 학점을 따겠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군복무 중에 공부를 하겠다니 기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군에 보냈는데도 돈이 들어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학업이 병역으로 단절되는 걸 막는다는 차원에서 교육부의 협조로 2007년부터 ‘온라인 수강제’를 도입했다. 병사들은 부대 내 사이버지식방(PC방)에서 일과 시간(오후 6시) 이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연간 최대 12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학점 따놔야 복학 뒤 취업준비 전념”
작년 1만2000명 … 온라인 수강 급증
대학들은 수강료 인하에 난색
국방부 “내년 6만2500원씩 지원”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불만이 늘어나면서 국방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수강료다. 국립대는 6만~9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반면 사립대는 6만원(한신대)부터 최고 36만원(서울의 정화예술대학)까지 천차만별이다. 중앙대는 27만원씩 받는다.

 일병 기준 한 달 월급은 14만원이다. 비싼 강의를 들으면 두 달 월급을 몽땅 털어 넣어도 수강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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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과거와 달리 세탁기·건조기·PC방 등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시설이 늘어나면서 병사들의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다고 한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군기(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일병은 월 13만1140원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실제로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대부분의 병사가 집에 돈을 부쳐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국방예산을 쪼개 병사들의 수강료를 지원키로 했다. 국회 국방위 송영근(새누리당) 의원이 국방부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내년도 예산 중 8억원을 온라인 수강료 지원비로 책정했다. 지난해 기준 병사들이 온라인 수강료로 사용한 14억200만원(추정치)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국방부 측은 “부대마다 희망자 및 수강료를 조사해 과목당 평균 수강료(12만5000원)의 절반 수준인 6만2500원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강하는 병사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지원금 부담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군의 고민이다. 실제로 2011년 7033명에 불과했던 온라인 수강자는 지난해 1만1223명(전국 115곳 대학 시행)으로 3년 만에 62.7% 늘었다.

 전방부대의 한 중대급 지휘관은 “극심한 취업난 때문인지 온라인 수강 병사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한 병사에게 물어 보니 ‘군에서 학점을 최대한 따놓고 복학해야 취업준비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국방부 측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수강료를 내리기를 바라고 있으나 대학 측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OCU(열린사이버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강의 콘텐트를 가져다 쓰면 저렴하지만 양질의 교육을 위해 교수들이 자체 콘텐트를 제작하고 있다”며 “학기당 평균 340만원 정도인 사립대 학비를 감안해도 비싼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군인공제회가 병사들의 사이버지식방 이용료로 버는 수익 일부를 지원금으로 쾌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병사들은 온라인 수강 등 인터넷 사용료로 시간당 390원을 내는데 이를 통해 군인공제회는 지난 9년간 1149억67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금만 144억7000여만원이다.

유성운·박병현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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