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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 진짜 위기는 신뢰 붕괴 … 국내서 활로 찾겠다

중앙일보 2015.10.14 01:40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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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섭 세종 대표변호사는 “변호사의 가장 큰 덕목은 공감 능력”이라며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고객과의 인연을 오래 지속하는 데 필수”라고 했다. [박종근 기자]


법무법인 세종의 경영 목표는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 기업의 가치와 문화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강신섭(58·사법연수원 13기) 대표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법률시장 개방 등에 따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도 결국 고객들에게 있다”면서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의 로펌 <6> 대형 로펌 대표 릴레이 인터뷰
법무법인 세종 강신섭 대표


 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신뢰·공감·책임감·윤리·공정 같은 단어들을 쏟아냈다. 전문성이나 해외 공략 등을 강조하는 다른 대형 로펌 대표들과는 다른 접근법이었다. 그는 “한국 법률시장의 진짜 위기는 법조직역 전반이 봉착한 신뢰의 위기”라며 “직업윤리 등 기본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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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시장의 위기를 어떻게 체감하나.

 “법조인력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지금처럼 지속되면 법조계가 혼란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메이저 로펌 간에도 경쟁이 과열돼 사건 수임 질서가 혼탁해지고 있다. 심사숙고 끝에 1억원 정도를 책정해 참여한 기업 자문사건 입찰에서 2000만~3000만원을 써낸 다른 로펌에 밀리는 경우가 있다. 결국 법률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형 로펌의 주 고객인 대기업들이 법률서비스를 지나치게 가격 위주로 평가해 선임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위협은 어느 정도인가.

 “아웃바운드(해외 소송)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1980년대 후반 통상 압력에 따른 특허제도 변화로 한국 산업이 휘청거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잘 극복해 냈다. ”

 - 상당수 로펌이 해외 사무소를 내는 데서 활로를 찾고 있다.

 “우린 생각이 다르다. 우리나라 안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더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다. 현지 최고 로펌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게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을 돕는 데도 효과적이다.”

 - 영국·미국계 로펌들은 해외 사무소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데.

 “그건 국제 상거래에서 영어와 영미법이 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법체계가 유사한 독일·프랑스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10여 년 전 영·미계 로펌이 독일 시장을 잠식했지만 지금은 토종 로펌들이 대부분 제자리를 회복했다. 영·미계 로펌들이 독일 기업들과 이해가 상충되는 사건에서 독일 기업 편에 서지 않는 일들이 계속되면서 독일 기업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세종의 고객 중에는 고비를 맞을 때마다 찾아오는 ‘오래된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친구’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꼽았다. 2000년대 초반 항공운수권 배분 문제로 경쟁사 등과 갈등을 빚을 때 인연을 맺게 된 이래 세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 법률자문사가 됐다. 강 대표는 “경영권 분쟁부터 노무 문제까지 법률 문제 전반을 공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분야별로 느슨한 팀 형태로 일하다 프로젝트별로 필요한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건 어느 로펌이나 같다. 그러나 세종의 전담팀제는 팀장급에게 후배 양성에 대한 강한 책임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후배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양보하라’고 팀장급들에게 주문한다. 늦어도 신입 2년 차부터는 전담 업무에 집중하게 해 전문성을 쌓도록 한다. 클라이언트도 가급적 파트너와 주니어가 함께 만난다.”

 - 성과 평가를 통해 상시적으로 변호사를 내보내는 영·미식 경쟁시스템이 국내 로펌에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성과에 따른 보상, 보상을 위한 경쟁은 필요하지만 죽기살기식 경쟁은 우리나라 로펌 경영에 맞지 않는다. 조직에 대한 보이지 않는 기여와 윤리성 등 정성적인 요인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작은 성과에 매달려 직업윤리를 등지면 조직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 로펌들이 유력 인사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비판이 있다.

 “세종의 이력서엔 가족란이 없다. 뽑고 보니 정·관계 고위 인사의 자녀인 경우가 드물게 있지만 그렇다고 역차별할 수는 없다. 채용 문제에 있어선 클라이언트의 요청도 단호하게 거부한다. 사회 갈등 해소에 기여해야 할 변호사가 출발부터 불공정의 피해자가 돼선 안 된다.”

 - 최근 주력하는 분야는.

 “금융 및 부동산, 지적재산권, 인수합병(M&A) 등에서 세종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노동·방위산업 분야의 인력을 최근 집중 보강했다.”

 강 대표는 “법조인이 되지 않았다면 기자나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독일 나치와 군부 정권에 맞섰던 그리스 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음악을 들으며 피로를 푼다고 한다. 좋아하는 소설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다.

글=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강신섭 대표변호사=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1년 사법시험 23회에 합격했다. 98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끝으로 12년간의 판사 생활을 접고 세종의 전신인 열린합동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2012년 경영전담 대표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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